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분노한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왔다.
6일 오전 11시 대학생 총학생회 연합단체인 ‘한국대학총학생회공동포럼(이하 총학생회공동포럼)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 스타광장 앞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려대, 서강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7대 대학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재학생 포함한 50여 명이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반헌법적이고 비민주적인 비상계엄 규탄한다!”
“헌정질서 회복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계엄 관계자들의 책임을 요구한다!”
대학생들은 지난 3일 오후 10시 30분경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윤 대통령을 규탄하고, 핵심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요구하기 위해 한목소리로 외쳤다.
학생들은 현재 국가 상황에 대해 여과없이 비판했다. 윤서진 한국과학기술원 학부 총학생회장은 “법치국가의 근간인 헌법의 정당성이 위협받고 있다”며 “이를 온전히 비판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총학생회공동포럼은 윤 대통령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함께 내달라고 학생들을 향해 호소했다.
“학생사회는 불의에 항거하려는 목소리에 함께해야 한다. 모든 민주주의의 적을 역사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해 총궐기를 할 때다.”(백범준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중앙집행위원장 )
비상계엄령 사태 이후, 대학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전국으로 거세게 번지고 있다.
지난 4일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이화여대·경희대·서울시립대·동국대 등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다음 날인 5일 숙명여대와 서울여대 학생들도 시국선언문을 발표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를 규탄했다.
대학생들은 시국선언에서 그치지 않고, 거리로 나설 예정이다. 전국 20여 개 대학 학생들은 오는 7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광장에서 ‘윤석열 퇴진 대학생 시국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한국대학총학생회공동포럼 합동 기자회견 참가자 일문일답]
Q. ‘비상계엄’ 선포 당시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었습니까?
조현서(연세대 천문학과 22학번)
“저는 이과대 학생회장이라서요. 학교에서 비상 대기하면서 휴교나 그런 공지 나올까봐 대기하면서 있었어요.”
박서림(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지금 (교내) 총학생회 선거 투표 기간이라 학교에 있었어요. 학교에 계셨던 학생 분들이랑 다들 놀랐죠. 이게 무슨 일인지 파악도 안 되니까 당황스럽고. 흔하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말도 안 된다고 분노하는 학생들도 있었고요.”
Q. 당시 상황을 생중계를 통해 지켜봤습니까?
조현서(연세대 천문학과 22학번)
“일촉즉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을 두드리고 했던 상황이 국회 본회의장 바로 앞까지 왔다는 얘기잖아요. 그래서 회의가 진행이 순조롭지 못하고, 지연되는 상황이었고. 밖에서는 또 소화기가 뿌려지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 안까지 밀고 들어오면 사실 표결이나 의결은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긴장하면서 지켜봤었죠.”
Q. 윤석열 대통령은 새벽 4시 30분 ‘계엄 해제’를 발표했습니다. 당시에는 어떤 기분이었습니까?
김도현(연세대학교 천문학과 21학번)
“사실 계엄령 선포 자체도 원래는 국무회의 통과가 우선인데, 그 절차 자체가 무시된 채로 계엄령이 내려지고 했으니까 사실 걱정이 많이 됐죠. 국무회의에서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통과가 됐지만, 해제가 될까 걱정이 많았고. 특히 가결하고 3시간 가까이 시간을 끌고 대국민 담화가 나오고, 그때도 ‘해제됐다’가 아니라 ‘국무회의를 할 예정이다’였으니까요. 해제 기사가 나기 전까지는 뜬눈으로 보냈어요.”
송현지(서강대학교 23학번)
“(‘계엄선포’ 한 게) 더더욱 의구심이 생기는 거예요. 정말 자신의 판단적 오류로 이런 일을 벌인 건지, 아니면 3시간 동안 계엄을 통해 얻고자 하는 무언가가 있었는지 의문스러웠어요. 또, 3시간 만에 풀렸지만, 경제·정치적인 파장이 엄청났잖아요. 그걸 도대체 어떻게 수습하려고 이런 일을 벌였는지 더 궁금하더라고요.”
조현서(연세대 천문학과 22학번)
“저는 사실 계엄 해제가 안 될 줄 알았어요. 어차피 계엄령을 내린 시점부터 헌법을 어겨버렸는데, ‘갈 데까지 가보자’ 그런 생각일 줄 알았어요. 퇴로가 없으니까요. 그래도 다행히 해제가 돼서….”
Q. ‘긴급재난문자’가 오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했습니까?
송현지(서강대학교 23학번)
“전시 체제에 준하는 상황이 발생해야 비상계엄을 발표할 수 있는 건데, 전시 상황이 아니라서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는 건 말 그대로 모순적이죠.“
Q. 이후 정부 대처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셨습니까?
김도현(연세대학교 천문학과 21학번)
“언제나 정치판은 그랬다는 느낌이에요. 아무래도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당장 눈앞에 있는 이득, 당장 당 위치가 안 좋아지는 이런 것들에 목매기보다는 조금 더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의 미래라든가 대한민국 국가의 미래에 대해서요. 그리고 어떤 결정이 옳은 결정일지 당마다 잘 생각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조현서(연세대 천문학과 22학번)
“절대 납득할 수 없죠.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대한민국 정치, 경제에 어떠한 파장을 미칠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처럼 느껴졌어요. 또, 2024년에 한강 작가님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는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게 너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이후에도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없고, 책임을 지려는 노력 없이 자리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황당하죠. 앞으로 어떻게 이 상황을 수습할 건지에 대한 대책도 내놓지 않는 게 이해할 수 없어요.”
Q. 이번 일을 계기로 ‘개인적인 변화’가 있었습니까?
우수진(서강대학교 종교학과 23학번)
“개인적으로 정치를 잘 몰랐어요. 우파, 좌파, 보수, 진보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공부만 하는 학생이었어요. 이번 계엄령 선포를 보자마자 어떤 이념적인 대립을 넘어서 지금껏 인류가 쌓아온 토대 자체를 파손해버리는 행위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역사를 돌이켜보면 비상계엄이라는 명분 아래 얼마나 무고한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갔는지 알 수 있어요. 비상계엄이 ‘정치적인 수단’으로 전락한 것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정말 제대로 퇴보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개탄스러웠어요.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나 국가 이념이 절대 일상생활과 동떨어져 지낼 수는 없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생 시국선언과 기자회견이 열리는 동시에, 대학가에는 대자보 릴레이도 이어지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학내에도 총학생회, 단과대 학생회, 동아리 등이 게시한 릴레이 성명서가 벽면에 붙어 있다.
학생들은 포스트잇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6일 오후, 포스트잇을 붙인 한 이화여대 재학생(정치외교학과 22학번)과 짧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비상계엄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공포가 있었다”며, “1980년대로 돌아가는 건가 하는 공포감이 밀려왔다”고 말했다. 이후 “비상계엄 상황에서 어떤 것들이 제한될 수 있고, 어떤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지 찾아보면서 더 공포를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Q. 어떻게 소식을 접했습니까?
“저는 집에 있었는데요. 소식을 SNS에서 처음 접했어요. 처음 봤을 때는 진짜 북한이 쳐들어왔구나 생각했죠. 그런데 다른 이야기가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되게 당황스러웠고, ‘이게 지금 2024년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인들 중에는 바로 국회로 달려가서 계엄군 진입을 막은 분들도 있었어요. 저는 현장 상황을 집에서 지켜보던 입장이었는데, 거기로 바로 향하지 못하고 망설였다는 데에 조금 부끄러움을 느꼈던 것 같아요.”
Q. 포스트잇에 무슨 문구를 작성했습니까?
“부역하지 말고 편승하지 마라. 부역하지 말라는 건 부당한 명령에 저항할 줄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썼고요. 편승하지 말라는 우리 동료 시민들이 1980년대 민주화 열사들이 만들어놓은 평화에 편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적었습니다.”
Q. 이번 일이 어떤 개인적인 변화를?
“저는 사실 사회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참여는 하지 않는 ‘소시민’이었어요. 그런데 이번 일을 계기로 학교가 진행하는 기자회견이나 토요일 집회 현장에 나가는 등 힘이 닿는 대로 참여를 해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