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란수괴’ 윤석열의 처남으로 소개되고 있다는 소식은 8일 밤 11시 2분에 카카오톡으로 날아왔다. 지인이 보낸 메시지, 시작은 내 얼굴이 새겨진 사진이었다. 자막은 이랬다.

“해당 남성의 정체는 바로, 김건희 동생 김진한!”

사진의 출처는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 화면을 캡처한 것이었다. 나는 사진을 멍하니 바라봤다.

‘이 사람이 김건희 동생 김진한이라고?’

반짝이는 넓은 이마와 삭발한 민머리, 오른쪽 뺨의 큰 흉터, 며칠 자르지 않아 턱을 가득 채운 거뭇한 수염, 여기에 검은색 테의 안경과 점퍼까지. 요리조리 뜯어보고, 사진을 확대해서 또 살펴봤다. 분명히 내 얼굴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김진한은 나랑 일란성 쌍둥이인가? 지인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최은순 요양원 취재 차 가셨나봐요? 그 앞 카페에서 몰카당하신 듯한데… 기자님 맞죠?”

조금씩 상황이 파악됐다. 내가 하루아침에 내란수괴 윤석열의 처남, ‘실질적인 대한민국 넘버원’으로 불리는 김건희의 남동생 김진한이 된 내막은 이렇다.

열린공감TV는 8일 박상규 셜록 대표기자를 김건희 남동생 김진한으로 보도했다. ⓒ열린공감TV 방송 화면 캡처

내란수괴 윤석열이 친위 쿠데타를 시도한 지난 3일, 잠을 거의 못 잤다. 다음 날인 4일 아침 진실탐사그룹 셜록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내란 같은 큰 사건 보도는 대규모 인력을 거느린 방송사, 통신사 등이 주도한다. 실시간으로 한 줄씩 전해지는 속보가 넷플릭스 드라마보다 충격적이니, 셜록 같은 탐사보도 매체의 운신의 폭은 좁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뭐라도 해야 했다. 논의를 거쳐 기자들은 각자의 취재 현장으로 흩어졌다. 나는 김건희 씨 가족 근황을 추적하러 경기 남양주시로 향했다. 김 씨는 4남매 중 셋째로, 위로는 언니 김지영, 오빠 김진우가 있고, 밑으로 남동생 김진한이 있다.

김 씨 가족은 법인을 만들어 남양주시에서 요양원을 운영한다. 모친 최은순과 오빠 김진우는 주로 이곳에서 오전과 오후를 보낸다. 김건희 씨의 언니 김지영과 남동생 김진한은 해외에 체류 중인 걸로 알려졌다.

사위 윤석열은 내란수괴로, 딸 김건희는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곧 수사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 최은순-김진우 씨는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지낼까?

내가 남양주시로 향한 이유다. 그날부터 지난 6일까지, 2박 3일 대부분을 최은순-김진우 씨가 운영하는 요양원 인근에서 보냈다. 요양원 문을 두드려 정식 인터뷰를 요청하면 취재를 거부하고 종적을 감출까봐 잠복을 택했다.

윤석열의 내란으로 많은 시민이 허탈함과 분노로 시위를 하고, 용산 대통령실과 국회가 숨 가쁘게 돌아가던 그때, 김건희 가족이 운영하는 요양원은 평화로웠다. 최은순은 기사가 운전하는 BMW 7시리즈를 타고, 김진우는 제네시스 승용차를 타고 각각 오전에 요양원으로 출근했다. 이들은 오후 3~4시면 요양원을 떴다. 요양원의 한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두 분이 거의 매일 출근하죠. 식사도 요양원에서 드시고, 다들 정말 알뜰하게 루틴하게 살아요.”

요양원 직원들은 지난 5일, 야외에서 김장을 했다. 최은순 씨는 요양원 밖으로 나와 김장하는 모습을 살펴보기도 했다. 나는 이 모든 과정을 도로 가에 세워 둔 승용차 안에서, 또는 지나는 행인 행세를 하며 지켜봤다.

지난 6일에는 김보경 기자가 현장에 추가로 투입됐다. 최은순-김진우가 요양원에 있는 걸 확인했으니 더는 시간을 끌지 않기로 했다. 이들을 직접 만나 “사위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건희도 특검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소감은 어떤지” 등을 묻기로 했다.

최은순은 역시 루틴하게 오후 2시 30분께 퇴근을 위해 요양원 밖으로 나왔다. 그때 김보경 기자가 다가가 물었다.

“혹시 계엄령 선포를 미리 알았나요?”
“(사위 윤석열이) 곧 탄핵될 거 같은데, 견해를 밝혀줄 수 있나요?”

최은순은 취재와 대답을 거부하고 곧바로 차에 올라 요양원을 떠났다. 김건희 가족의 심경은 듣지 못했지만, 최은순 모습을 영상으로 담은 것으로 만족했다.

셜록이 이렇게 취재하는 동안 열린공감TV 취재진도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와 김보경 기자는 그들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열린공감TV 팀은 나와 김보경 기자를 ‘김건희 가족’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들은 현장을 오가며 취재하는 나를 김건희 남동생 김진한으로, 김보경 기자를 김건희 언니 김지영으로 판단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열린공감TV가 8일 공개한 영상을 보면, 심각한 오류 혹은 조작이라 해도 무방한 내용들이 나온다.

‘[단독] 김건희 일가 지금도 모두 모여 뭘 할까?’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정천수 피디는 이런 멘트를 했다.

“(김건희 일가가) 다 모였습니다. 열린공감TV가 단독으로 취재했습니다. 12월 4일 계엄 실패 이후 저희가 (최은순 씨가 운영하는) 요양원에 갔습니다. 아침부터 살펴봤는데, 짐을 막 빼서 폐쇄하거나 하는 모습을 봤는데, 이걸 지시하는 사람이 최은순이었습니다.”

곧이어 열린공감TV는 요양원 직원들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어진 영상과 정 피디의 설명은 모두 사실과는 멀고 조작과는 가깝다. 우선 날짜부터 사실이 아니다. 김장은 12월 4일이 아닌, 5일에 진행됐다.

최은순 씨가 운영하는 요양원 직원들이 김장을 하는 모습. 하지만 열린공감TV는 이 모습의 일부만 소개하면서 ‘자료 폐기’ 식으로 보도했다. ⓒ셜록

또한 요양원 직원들이 옮긴 짐은 김장을 위한 도구였다. 현장에서 봤다면 명백한 김장 풍경인 이 모습을 열린공감TV 측은 ‘계엄 실패 후 자료 폐기’ 식으로 보도했다. 곧이어 ‘셜록 기자를 김건희 일가로 둔갑’시킨 문제의 장면이 등장한다. 정 피디는 이렇게 말한다.

“다음 날인 12월 5일 저희가 (김건희 동생) 김진한을 목격했습니다. 그 친구(김진한)가 (외국에서) 여기 온 거예요. 김진한을 보겠습니다.”

이어전 화면에 등장하는 한 남성, 바로 나 박상규 셜록 대표기자다. 정 피디는 이렇게 말한다.

“김진한 얼굴 처음 보시죠? 저희는 기억하고 있어서 금방 알아봤습니다.”

조작에 가까운 정 피디의 말은 이제 김보경 셜록 기자에게 옮겨간다.

“요양원에서 누가 막 뛰어옵니다. 뛰어오는 여자를 보겠습니다. 저 여자가 바로 (김건희 언니) 김지영이에요. 저희가 김지영의 얼굴을 알기 때문에 확인하러 (베이커리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김지영 씨의 얼굴을 두 번째 확인한 순간입니다. 남편이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있는데, 그때 얼굴을 잠깐 봤거든요.”

열린공감TV는 김보경 셜록 기자를 김건희 언니 김지영으로 보도했다. ⓒ열린공감TV 화면 캡처

역시 사실과 동떨어진 말이다. 김보경 기자는 20대 후반이다. 김건희 언니 김지영 씨는 50대 중반이다. 20~30년 세월의 차이를 얼굴에서 느끼지 못했을까? 열린공감TV의 거짓말은 계속 이어진다.

“(김진한, 김지영이) 차를 끌고 요양원 쪽으로 다 들어갑니다. 저렇게 12월 6일에 들어갔잖아요. 지금(방송 시점으로 8일 밤)까지 안 나옵니다. 다들 저기 모여 있어요.”

사실이라곤 하나도 없는 말이다. 나와 김보경 기자는 최은순 영상 촬영을 마치고, 6일 오후 3시께 바로 요양원에서 나왔다. 우리는 요양원 건너편에서 주꾸미비빕밥과 들깨수제비로 이른 저녁을 먹었다. 곧바로 김 기자는 서울로 돌아갔다. 나는 8시께 현장을 떠났다. 우린 각자의 집에서 잤다.

또한 열린공감TV는 최은순 요양원에 경호·보안요원들이 있는 것처럼 보도했으나, 역시 사실과 한참 동떨어진 이야기다. 셜록은 2박 3일간 큰 무리 없이 최은순 씨가 운영하는 요양원 주차장에 드나들었다.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최은순 씨를 촬영하며 우리가 기자임이 밝혀지자, 그제야 요양원 직원이 “밖으로 나가달라”고 요청했다.

이게 셜록이 확인한 팩트다. 나는 김진한이 아니고, 김보경 기자는 김지영이 아니다.

열린공감TV는 셜록 기자들을 김건희 가족으로 둔갑시켜 보도했다. ⓒ열린공감TV 화면 캡처

셜록은 해당 방송 직후 페이스북 게시물과 영상 댓글로 보도가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열린공감TV는 곧바로 해당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서 내렸다.

정천수 피디는 페이스북 댓글을 통해 “최은순의 40년 지기에게 (나와 김보경 기자 얼굴이 담긴) 영상을 취재기자가 보여주고 서너 차례 확인 절차를 거쳤다”며, “그분이 김건희 가족과 오랜 교류가 있어 믿고 방송을 했다, 불미스런 일이 생겨서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열린공감TV 측은 9일 오후에도 전화를 걸어와 사과의 뜻을 재차 밝혔다.

이들의 해명과 사과에도 찜찜함은 여전하다. 특히 “얼굴을 오해했다”는 해명은 영 개운치가 않다.

내 얼굴은 ‘개성’이 확실하다. 삭발의 민머리는 흔하다 해도, 내 어른쪽 뺨의 흉터는 거의 독보적이다. 약 40년 전인 네 살 무렵에 생긴 화상 자국이다. 방바닥을 기어다니다가 넘지 말아야 할 문턱을 넘어 연탄보일러 뚜껑 위로 추락해 생긴 흉터라고 엄마에게 들었다. 나의 흉터는 선을 넘은 대가다.

열린공감TV는 현장에서 충분히 나와 김보경 기자에게 사실확인을 거칠 수 있었다. 질문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취재하는 사람들이 밥 먹고 하는 일이 질문인데, 그게 못한다는 게 납득이 안 된다. 사실확인이 안 되면, 믿을 만한 상당한 정보가 없다면, 보도하지 말아야 한다. 언론이든 유튜브든 끝까지 지켜야 하는 선이다.

열린공감TV는 넘지 말아야 할 이 선을 넘었다. 셜록은 고문 변호사와 상의해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선을 지키지 않는 보도와 폭로 문화에 작은 일침을 놓고 싶어서다.

박상규 기자 comune@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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