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의 최초 ‘입틀막 사건’의 주인공. 강성희 전 국회의원(진보당, 전북 전주시을)이다.
강 전 의원은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에 의해 사지가 들려 행사장 밖으로 끌려나갔다. 지난 1월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생긴 일이다. 현직 국회의원이 대통령에게 국정기조 전환을 요구했다가 사지가 들리고, 입이 틀어막히는 일을 당했다. 당시 대통령경호처 처장은 현재 내란의 핵심 공범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강성희와 윤석열, 그리고 김용현. 세 사람이 한 장면에 포착된 순간이 있다. 지난해 10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치고 퇴장하는 가운데, 그의 코앞으로 강 전 의원이 “줄여야 할 건 윤(석열)의 임기”라는 문구를 쓰인 피켓을 들어 보였다.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 처장이 이 모습을 보고 있었다.
윤석열-김용현과 끊을 수 없는 악연으로 얽힌 강성희 전 의원.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셜록은 10일 강성희 전 의원과 전화 인터뷰를 나눴다.
강성희 전 의원은 현재 진보당 전북도당의 ‘윤석열 퇴진 개헌 추진운동본부장’을 맡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전북도민 촛불 대행진’은 전북 전주시 완산구 객사(풍패지관) 앞에서 매일 저녁 열린다.
“전주에서도 매일 저녁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자가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이제 더 이상 촛불집회 아니다. 응원봉 집회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해서 집회가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참여하시는 분들도 10대, 20대 여성 분들이 아주 많이 오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10시 30분경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오후 11시 5분경 경찰 병력이 투입돼 국회의사당 출입문이 폐쇄됐다.
“그날 밤 집에서 TV를 보고 있었어요. 우리 아들이 중학교 2학년인데, 시험기간에도 공부를 안 하고 게임을 해서 잔소리를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TV 자막에 “비상계엄”이 뜨고, 사람들한테 전화가 막 오기 시작했어요.
‘지금 집에 누구 안 왔냐’ 이런 전화를 받으면서, 이렇게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긴급하게 진보당 당사로 모였습니다. 그 밤에 집을 나서면서 왠지 아들을 마지막으로 보게 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후 11시 27분, 계엄사령부는 ‘12.3 비상계엄 포고령(제1호)’를 발표했다. 박안수 계엄사령관은 이 포고령이 이날 밤 11시부터 적용된다고 밝혔다.
포고령 첫 번째 항목으로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헌법 제77조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회는 대통령의 계엄권을 견제할 수 있는 헌법상 유일한 기관이다.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
“헌법 어디에도 ‘(계엄령 선포로) 국회의 권한을 정지시킨다’는 내용은 없거든요. 이 문구 자체가 위헌과 불법의 제일 첫 번째 상징이에요. 예를 들면 (헌법상) 재판도 군사법원이 다 하게 돼 있거든요. 그렇다 하더라도 의회의 기능을 이렇게 못하게 하는 것은 불법이에요.
근데 제일 먼저 계엄군이 했던 일이 국회를 쳐들어간 거잖아요.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려고 했던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명백한 위헌이고 내란입니다.“
4일로 넘어가는 새벽, 0시 7분 계엄군이 국회 경내로 진입했다. 국회의사당 상공에는 계엄군이 탄 헬리콥터가 뜨기도 했다. 헬기는 국회 소통관과 본청 옆에 착륙했고, 계엄군은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했다.
“실제 군인들이 헬기 타고 국회에 들어오는 모습 보면서 ‘군인들이 국회에도 왔으면 전주에도 오겠구나’ 했죠. (…) 동시다발적으로 전국에 있는 모든 언론사와 행정기구, 그리고 법원을 다 계엄군이 하나하나 차근차근 장악해 들어가는 것이 원래 우리가 생각하는 모습이니까요. 그거에 비해 보면 허술한 계엄이라고 봐야 되나요?”
이번 내란 사태를 주도한 인물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꼽힌다. 검찰은 9일 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용현 전 장관은 대통령경호처 처장 출신으로 강 전 의원의 ‘입틀막’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 1월 18일 당시 김용현 처장이 강 전 의원을 향해 팔을 휘두르는 모습이 영상에 찍히면서 폭행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행사장에서 제가 착석을 했는데, 제 뒤에 바로 경호원이 앉더라고요. 그래서 이상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잠깐 얘기를 하다가 바로 끌려나갔죠.
그때 누군가가 ‘사지를 들어!’ 이렇게 얘기하는 걸 들었거든요. 그러니까 제 몸이 딱 들리더라고요. (대통령경호처 쪽에서)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싶죠. (…) 당시에 김용현 전 장관이 저를 폭행했다 이런 주장들도 많이 있었는데요. 워낙 정신없이 끌려나가는 상황이라 사실 인지하진 못했습니다.”
대통령경호처는 “강성희 의원을 물리적으로 때리거나 한 적이 없다”며, “이격되는 과정에서 근무자들에게 지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1월 22일, 국회 야4당은 윤 대통령의 사과와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의 파면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국회의 요구는 이뤄지지 못했다.
“국회 차원에서 (사과와 파면 등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만약 그때 국회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면 김용현이 국방부 장관으로 영전하지도 않았을 거고, 이렇게 내란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듭니다.
그때 국회의원의 입을 틀어막아서 끌어낼 정도의 대담함과 결단력을 가지고 행동한 김용현에 대해서 우리가 그만큼 주의를 돌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대통령경호처의 ‘입틀막’ 직전 강성희 전 의원이 외쳤던 말은 “국정기조를 바꿔야 합니다”였다. 그리고 강 전 의원이 미처 외치지 못했던 이 말은 현재 내란 사태로 실현됐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이 불행해집니다.’
강 전 의원은 지난해 10월 31일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때도 이런 문구의 피켓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줄일 건 예산이 아니라 윤의 임기!”
“사실 그 피켓이 뒷면이 있는데요. 앞에는 ‘줄일 건 예산이 아니라 윤의 임기’ 이렇게 되어 있고, 뒤에는 ‘피눈물 난다 서민 부채 감면’ 이렇게 적혀 있었거든요.
당시는 되게 절박했어요. 제가 우리 지역구의 주민들을 많이 만나러 다녔는데 그때 당시에 지역 주민들이 ‘더 이상 이렇게는 안 된다, 너무 어려워서, 가계나 이런 것들을 계속 유지할 수도 없고 파산 직전이다'(라고 말했죠.) 그러면 국회나 정치가 뭔가 해답을 줘야 되지 않나….”
하지만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은 지난 7일 국회에서 ‘표결 불성립’됐다. 국민의힘 국회의원 105명이 집단적으로 표결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7일 당시 강 전 의원도 국회 앞 촛불집회에서 그 소식을 들었다.
“사실은 (계엄) 포고령을 보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먼저 분노해야 합니다. 국회를 정지시키려 했던 것에 대해 같이 분노해야 되는데, 국민의힘은 국회의원의 역할과 의무, 위상을 다 포기하는 주장을 하고 있어요.
결국 표결에도 불참하면서 탄핵이 부결(표결 불성립)됐는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거죠. 다 사퇴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폐기 다음 날(8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는 돌연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법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위임받지도 않은 이들은 “질서 있는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내세웠다. 심지어 한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여한 당사자로, 내란 혐의로 고발을 당한 피의자다.
“사실 자신들의 정치지형을 고려한 발표였잖아요. 예를 들어 살인이 일어났을 때 제일 먼저 해야 될 일은 살인자를 체포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지금 살인자는 그냥 놔둔 채 이후에 ‘살인이 일어나지 않게끔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할까요’를 논의하는 것 같아요. 앞뒤 순서가 바뀐 거죠.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켜야 하죠. 그 방법은 오로지 탄핵과 체포, 구속밖에는 없습니다. 다른 어떤 것도 그것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강 전 의원은 시민들을 향한 응원의 말을 남겼다.
“한편으로는 죄송하고 한편으로는 너무 감사하다는 얘기를 드리고 싶어요. 시민들이 나서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도 죄송하고요. 그런데 사실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엄청 후퇴시킨 이 사건을 반전시키고, 대한민국을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로 만들어준 것이 우리 시민들이잖아요. (…)
윤석열 탄핵과 체포를 지금 주장하고 있는 이 국면은, 대한민국 국민들과 시민들의 열망이 있으니까 가능한 겁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주고 있는, 그리고 전 세계에 유례 없는 이런 K-집회로 싸움을 즐겁게 만들어주고 계신 시민들께 너무나도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