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숨은 조력자’를 만났다.
지난 10일 저녁에도 국회 앞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가 열렸다. 현장 인근, 음식점이 모여 있는 한 상가 건물에 들어갔다. 편의점이나 화장실을 찾은 시민, 경찰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한 상가에 들어갔다. 10평 남짓 작고 아늑한 공간. 사장 A(60대, 여성) 씨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감기 기운에 목소리는 잘 나오지 않았고, 한 손으로 허리를 짚고 있었다.
A 씨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날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오후 10시 10분쯤 남편과 가게 문을 닫고 퇴근하려는데, 국회 주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평소와 다르게 국회 주변에는 경찰 버스가 많이 세워져 있었고, 경찰 숫자도 더 많았다. 이상하게 여긴 A 씨는 상가 건물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한 경찰관에게 물었다.
“이런 밤중에 무슨 일 있어요?”
경찰관은 A 씨에게 ‘조금 있으면 알게 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A 씨 부부는 다시 가게로 들어왔다. 오후 10시 30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계엄 직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로 향하는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켜고 “국회 앞으로 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재명 대표 방송을 보고 내가 너무 놀란 거예요. 얼마 뒤에 갑자기 사람들이 벌 떼같이 모였어요. 나도 남편이랑 새벽 4시까지 국회 정문 앞에 있었죠. 그래서 내가 감기도 걸리고 허리가 아파요.”
이날 국회 앞에는 시민 1000여 명이 달려나왔다. 국회의원들은 계엄 해제를 위해 다급하게 국회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국회 담장을 넘어가는 의원들도 있었다. 이후, 총기를 소지한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려고 하자 시민들은 그들을 막아섰다. A 씨는 국회를 지킨 시민 중 한 사람이었다.
A 씨의 건강 상태는 일주일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 지난 7일에도 시민들과 함께 밤을 지새웠다.
“지난 토요일 젊은이들이 우리 가게에서 잠을 자고 갔어요. 가게 문을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열었어. 그래서 제가 계속 아프게 된 거예요.”
A 씨의 가게는 탄핵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작은 안식처였다.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안,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가 있던 그날. 100만 명(주최 측 추산)이 국회 정문 앞을 중심으로 대로변을 꽉 채웠다.
오후 5시 국회 본회의가 열렸다. 김건희 특검법 투표를 마치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투표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여당 의원들의 투표를 촉구하면서 약 4시간 동안 투표를 마치지 않고 기다렸다. 그동안 시민들은 국회 정문 앞에서 추위에 떨며 그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100만 명이 모인 대규모 집회가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면서 인근 편의점 음식은 동났고, 재료가 소진된 주변 식당들도 문을 닫았다. 국회 주변은 사무실이 밀집된 곳이라, 주말에 영업하지 않는 가게도 많았다.
마땅히 쉴 곳이 없던 시민들은 차가운 상가 건물 복도 바닥에 종이 상자 조각을 깔고 앉아서 쉬거나, 바닥에 앉아 컵라면을 먹었다. 지쳐 잠든 사람들도 있었다.
A 씨의 가게 영업시간은 원래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하지만 A 씨는 가게 문을 닫고 떠날 수 없었다.
“젊은 세대가 따뜻한 집 놔두고 집회에 나왔잖아요. 여기 건물 복도에 박스 깔고 잤거든요. 엄마 같은 마음으로 그냥 들어와서 쉬라고 했더니 다 자는 거예요. 그래서 다음 날 아침까지 가게 문을 열어놨죠.”
A 씨가 시민들에게 가게를 내어준 이유는 하나였다. 젊은 세대를 향한 고마움 때문이다.
“국가의 위기 순간에 젊은 층들이 참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감동했어요. 젊은 친구들이 저렇게 똘똘 뭉치는데 당연히 협조해야지.”
A 씨는 오는 14일 두 번째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를 앞두고 걱정이 앞선다. 그날도 국회 앞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모이는 집회가 열릴 것이다. 지난 7일보다 더 추운 날씨가 예상된다.
“이번 토요일에 더 춥다고 하니까 그것도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계란을 좀 사서 찜질방 맥반석 계란처럼 구워서 하나씩 주려고.”
※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A 씨는 걱정이 많았다. 여야 할 것 없이 단골 국회의원들도 많은데, 혹시나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가게에 악감정을 품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그 마음을 잘 이해하기에 기사에 업종이나 위치를 밝히지 않았고, 가게와 관련된 사진도 싣지 않았다. 독자 여러분들에게도 양해를 구한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