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이 터지고 너무 놀라서 그날 밤 카메라를 가지고 국회로 갔습니다. 차를 타고 가는데, 늦은 밤이라 원활한 도로 위에 차는 없고, 하늘에는 헬기가 떠다니는 거예요.”
아카이빙 홈페이지 ‘이시국닷넷’ 제작자 A 씨(41). 이시국닷넷은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에 관한 시국선언과 탄핵집회 일정 등을 모은 홈페이지로,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있다.
A 씨의 본업은 영상제작자다. 그는 지난 3일 밤 비상계엄령이 선포됐다는 뉴스를 보고 충격에 빠졌다. 시민들이 국회 앞으로 모이고 있다는 소식에 A 씨는 서둘러 카메라를 챙겨 국회로 향했다.
‘내가 이 길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불안과 두려운 마음을 안고 도착한 국회 앞. A 씨처럼 다급하게 모인 시민들로 이미 가득 차 있었다. 국회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에 속속 도착했고, 비상계엄은 150분 만에 해제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총기를 소지한 계엄군이 시민들과 대체하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A 씨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카메라 렌즈에 담았다.
“민주화운동, 계엄을 역사로만 배웠는데 나의 일상이 엄청나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뭐라도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이시국닷넷.
그 이름은 ‘시국선언’에서 비롯됐다. 비상계엄 전후로 각계각층, 전국 각지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A 씨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아카이빙하기 위해 이시국닷넷을 제작했다. 탄핵집회에 2030 여성들을 중심으로 등장한 응원봉과 깃발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언어’도 기록했다.(홈페이지 바로가기 : <이시국닷넷>)
“엄중한 분위기에 응원봉이나 케이팝을 통해서 2030들이 자신의 언어로 집회를 만들어가는 점이 인상 깊어서 깃발이나 응원봉도 같이 모아서 기록했습니다.”
이시국닷넷은 ▲집회일정 ▲내란범들 ▲시국선언 ▲전국깃발자랑 ▲셀프시국선언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7일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의원에게 항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매크로 링크도 연결했다.
A 씨는 이시국닷넷에 다양한 목소리가 모이길 바라고 있다.
윤석열 탄핵집회는 서울 국회의사당 앞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비상계엄으로 가장 큰 위협을 받은 헌법기관이 국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A 씨는 서울보다 규모는 작지만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탄핵집회와, 각계각층에서 터져나오는 시국선언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게 목표다.
“시민들이 이시국닷넷을 플랫폼으로 활용해서 자신의 활동을 직접 올리고, 그런 목소리가 모이면 나중에 의미 있는 기록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언론이 서울 유명 대학에 비해 지역에서 나오는 시국선언에 크게 주목하지 않잖아요. 소외되는 개인이나 단체가 자신들의 활동을 알릴 창구가 되고 싶습니다.”
현재 이시국닷넷은 A 씨 혼자 운영하고 있다. 코딩 없이 독학해 만든 홈페이지. 제작은 3일 정도 걸렸다. 앞으로 A 씨는 이시국닷넷을 운영하는 작은 팀을 꾸릴 계획이다. 윤석열 탄핵 이후에도 벌어지는 사건을 하나씩 기록해, ‘윤석열 탄핵 아카이브 홈페이지’로 만들어나가려고 한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