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휘 국민의힘 국회의원(경북 포항시남구울릉군)이 윤석열 탄핵 반대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사실을 왜곡한 사진을 사용했다. 윤석열 체포 밤샘 집회에 참석한 ‘인간 키세스’ 사진을 편집해, 마치 탄핵 반대 시민들인 것처럼 조작한 것.

이상휘 의원은 5일 오후 6시경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윤석열 탄핵을 반대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지금 대한민국은 이렇게 버티고 있습니다. 29번의 (더불어민주당의) 탄핵과 내란과 반역이라는 겁박에도 이렇게 지켜내고 있습니다. 결국은 이겨낼 것입니다. (…) 이분들의 애국은 그것을 기어이 드러내게 할 것입니다. 오늘 이 대한민국의 처절한 아스팔트가 그렇게 웅변하고 있습니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 ⓒ이상휘의원블로그

이 의원은 게시글을 올리면서 사진 두 장을 첨부했다. 문제는 이 의원이 사실을 왜곡한 사진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 의원이 지칭한 “이분들”은 탄핵 반대 시민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첨부한 사진은 윤석열 체포와 파면을 촉구하는 밤샘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었다.

해당 사진은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시민들과 함께 눈을 맞으며 대통령 관저 인근(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밤샘 집회를 이어간 모습으로, 당일 SNS에서 ‘인간 키세스’로 불리며 큰 화제가 됐다. 해당 사진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및 정혜경 의원실에서 제공한 사진이다.

이상휘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은, 해당 사진을 자의적으로 편집한 것으로 보인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의 모습은 잘라낸 채, 은박 담요를 덮고 있는 시민의 모습만 담기도록 편집했다. 이 의원이 올린 사진을 확대해 자세히 살펴보면, 정 의원의 얼굴 일부와 팔꿈치 일부도 보인다.

위는 이상휘 의원이 윤석열 지지 시민의 모습이라며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아래는 원본 사진에서 파란색 테두리 부분을 캡처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휘의원페이스북캡처/민주노총제공
위는 이상휘 의원이 윤석열 지지 시민의 모습이라며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아래는 원본 사진에서 빨간색 테두리 부분을 캡처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휘의원페이스북캡처/민주노총제공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이 올린 사진을 확대해서 보면, 정혜경 진보당 의원의 얼굴 일부(왼쪽)와 팔꿈치 일부가 그대로 담겼다. ⓒ이상휘의원페이스북캡처

조잡한 방법으로 악의적으로 왜곡된 사진. 이상휘 의원이 이를 알았든 몰랐든, 현직 국회의원이란 사실을 볼 때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걸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국민의힘은 공식 보도자료릍 통해 허위 사실을 유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산하 ‘진짜뉴스 발굴단’은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경찰청 직원 명의로 게시된 ‘우리 직원 머리 맞아서 혼수상태’라는 글이 올라왔다”고 밝혔지만, 경찰 측 확인 결과 이는 허위 사실로 판명됐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이상휘 의원. 가짜뉴스를 잡겠다고 적극 활동하고 있는 미디어특위 위원장이 손수 가짜뉴스 생산에 앞장서고 있는 꼴이다. 

이 의원은 언론사 데일리안 공동대표 출신으로, 국회의원 출마 전 세명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일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엔 청와대 춘추관장과 홍보기획비서관 직무를 맡기도 했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5일 진실탐사그룹 셜록에게 이렇게 말했다.

“민주노총에서 제공한 사진을 갖다가 대통령 탄핵 반대 쪽에서 한 집회인 것처럼 썼더라고요. 그리고 정혜경 의원만 안 나오게 해서 (탄핵 찬반 시민) 구분이 안 가도록 (사진을) 편집해서 쓴 거는 상당히 악의적이라고 봅니다.

눈 오는 가운데 밤샘 농성을 하고 있는 이 사람들의 헌신과 노고를 자기네들(국민의힘) 걸로 이렇게 훔치려고 한 거죠. 탄핵 반대 집회 쪽에서 ‘스탑 스틸(stop the steal)’ 이런 피켓을 들고 있는 것 같던데, 이 의원의 행동이야 말로 훔치는 거지요. 악랄하게 불법적인 행동을 자행하고 있는 게 국민의힘 집단이 아닌가 싶습니다.”

셜록은 5일 이상휘 의원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했다. 5번 넘게 전화를 걸었지만, 이 의원을 연락을 받지 않았다. 기자가 “사진을 왜곡하고 조작해서 사용한 부분에 대해 인정하는지” 문자로 물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왼쪽은 5일 오후 6시경 이상휘 의원이 올린 최초 게시물. 오른쪽은 오후 7시 20분경 사진이 수정된 게시물. ⓒ이상휘의원페이스북캡처

이상휘 의원은 당일 오후 7시 30분경, 문제의 사진을 내리고 다른 사진으로 수정했다. 새로 바뀐 사진은 한남동 북한남삼거리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 모습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 7일 국회에서 이뤄진 윤석열 탄핵소추안 1차 표결에 불참한 의원이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 105명은 1차 표결에 집단으로 불참해 표결 자체가 성립되지 못했다.

이 의원은 윤석열 체포영장이 집행 중이던, 지난 3일 대통령 관저로 찾아가기도 했다.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거나 집행에 반대하는 데 동참하기 위한 걸로 해석된다. 이 의원은 대선 당시엔 윤석열 선거대책위원회 기획실장을 지냈다.

한편, 서울서부지법은 5일 윤석열 측이 신청한 ‘체포영장 집행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발부받은 체포영장 유효기간은 오는 6일까지다.

국민의힘 의원 30여명은 6일 오전 6시경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위해 대통령 관저 앞으로 집결했다. 여기에 이상휘 의원도 참석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최규화 기자 khchoi@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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