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물러났다. 이규태 전 이사장과의 관계를 숨긴 채 일광학원 임시이사장이 돼 ‘측근 논란’을 초래한 한혜빈 이사장. 셜록 보도 이후 11일 만에 결국 사퇴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 10일부터 ▲한혜빈 이사장과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과의 관계 ▲한혜빈 남편과 이규태 회장 간 돈거래 의혹을 비롯해, 일광학원 임시이사회의 ▲공익제보자 복직 보류 결정 ▲공익제보자 및 셜록 상대 소송 결정 등을 연속 보도했다.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 공익제보 이후 6년. 학교 정상화의 책임을 저버리고 퇴행적 결정을 내려온 일광학원 임시이사회의 한혜빈 이사장은 지난 21일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서울 돈암동 소재 우촌초는 대한민국에서 학비가 가장 비싼 사립초등학교다. 2000년부터 일광그룹 산하 학교법인 일광학원이 인수해 운영 중이다.
2019년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로 떠들썩했던 우촌초. 당시 교직원들은 전 이사장인 이규태(75) 회장의 비리 의혹을 폭로했다. 돌아온 것은 해고 등 징계와 고소·고발 및 소송.

공익제보 이후, 5년이 지난 지난해 10월에야 서울시교육청은 일광학원과 행정소송에서 최종 승소하고, 이사회 전원을 임시이사로 교체했다. 한혜빈(71) 서울신학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10월 일광학원 임시이사로 선임돼 이사장직을 맡았다.
학교 정상화를 위한 임시이사회의 첫 번째 과제는 2019년 우촌초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를 신고한 뒤 해고된 공익제보자들의 복직.(관련기사 : <“무릎 꿇고 빌게 될 것” 회장님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끝나려나 싶었는데, 찬물을 확 끼얹은 기분이에요.”(우촌초 공익제보자 박선유)
복직의 기대는 거품처럼 금세 사그라들었다. 일광학원 임시이사회는 지난해 12월 공익제보자 복직을 ‘보류’하기로 의결했다. 또, 공익제보자 부당해고 행정소송 사건을 대법원까지 끌고 가기로 했다. 구 재단 이사회가 셜록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역시 항소를 결정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새로 선임한 임시이사회가 어째서, 구 재단 이사회가 했을법한 결정을 내렸을까. 그 배경에 한 이사장과 이규태 회장의 ‘각별한 관계’가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작년 10월 임시이사회가 구성되고 너무 조용한 거예요. 한동안 아무 소식이 들리지 않았어요. 그래서 불안했는데, 직감이 적중했죠. 임시이사장이 이규태 회장 측근이라니….”(박선유)

한혜빈 이사장은 서울시교육청에 의해 임원승인이 취소된 유석성 전 이사(서울신학대 전 총장)의 부인이다. 남편이 쫓겨난 자리에 부인이 들어간 셈이다.(관련기사 : <서울교육청은 왜? 이규태 측근을 우촌초 이사장에>)
한혜빈 이사장은 일광그룹 산하 일광복지재단의 이사로 13년째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남편 유석성 전 총장은 일광그룹 산하 사단법인 포사람의 대표이사로 12년째 재직 중이다.
또 한혜빈-유석성 교수 부부가 서울신학대에 있던 시절. 유석성 교수는 총장으로, 이규태 회장은 서울신학대 서기이사로 관계를 맺었다. 한 이사장의 남편 유석성 전 총장은 이규태 회장에게 ‘벌금’으로 쓸 돈 수천만 원을 빌려줬다는 돈거래 의혹도 있다.(관련기사 : <종교에 돈거래도 얽혔다… 우촌초의 비정상적 정상화>)
이규태-유석성-한혜빈은 여러 재단 이사직과 ‘돈’으로 단단히 얽혀 있는 각별한 관계다. 하지만 한혜빈 이사장은 서울시교육청에 제출한 경력기술서에 ‘일광복지재단’ 이력을 쓰지 않았다.

셜록은 지난 10일부터 다섯 편의 기사를 통해 한혜빈-유석성-이규태의 연결고리와 돈거래 의혹, 일광학원 임시이사회의 퇴행적 의사결정 등을 연속 보도했다.
한혜빈 이사장은 일광복지재단 이력을 누락한 이유를 묻자 “다른 복지재단 활동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기자) 얘기를 들으니 (일광복지재단 이력이) 생각났다”고 밝혔다. 이규태 회장과 인연에 대해서는 “옛날 고릿적 얘기”라며 “개인적 관계는 없다”고 말했다.
한혜빈 이사는 지난 4일 ‘이사장’직을 내려놨다. 셜록이 반론 취재를 위해 전화 걸었던 날과 같다. 지난 21일에는 ‘이사직’을 사임했다. 서울시의회 이소라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확인한 날짜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20일 서울시의회 시정질의에서, 한혜빈 이사장 선임이 “(서울시교육청의) 검증 실패”라고 인정한 바 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이 ‘임시이사 후보’로 한혜빈 이사장을 평가한 문서에는 “후보자는 현재 현 법인과 학교에 이해관계가 없는 자로서 공정한 직무 수행을 저해될 우려가 없다”고 적혀 있었다. 아무것도 검증하지 못한, 어처구니없는 평가다.

한혜빈 이사장은 물러났지만, 한 가지 과제가 더 남았다. “검증 실패”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위한 조사가 필요하다.
24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임시회에서 이소라 의원은 “교육청 추천 인물에 어떻게 일광학원 최측근이 선임됐는지 경위를 파악하라”고 서울시교육청 측에 주문했다. 덧붙여 “임시이사 추천 과정에서 어떤 잘못이 있었는지 반드시 규명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후임 이사 선임을 위해, 3월 24일로 예정된 사학분쟁위원회에 두 명의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이제 오답노트를 쓸 차례다. 우촌초 학교 정상화라는 문제는, 서울시교육청의 “검증 실패” 때문에 한 차례 오답을 남겼다. 이제 한혜빈 이사장의 사퇴로 오답을 고칠 기회가 생겼다. 이 자리에는 반드시 공익제보자 복직과 학교 정상화를 위한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