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음대 입시비리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약 1년 4개월 만이다.

심사위원을 매수해 합격한 성악과 ‘부정입학자’들에게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던 숙명여자대학교. 이제서야 ‘부정입학자’들의 입학취소를 위한 심의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대학 측은 입학취소 심의가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숙명여대 ‘부정입학자’는 새 학기를 다니고 있다. 2023학년도 ‘부정입학자’ 홍진명(가명)은 “입시비리에 연루된 음대 교수인 줄 몰랐기 때문에 불법과외가 아니”라며 부정하고 있다.

숙명여대 ‘부정입학자’는 올해 새 학기를 다니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숙명여대 교문 앞 모습. ⓒ셜록

최근 확정판결을 받은 ‘음대 교수’는 추○○ 안양대학교 음악과(성악 전공) 교수. 추 교수는 숙명여대 외부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본인의 과외생들에게 최고점을 주는 방식으로 부정입학에 관여했다.

불법 성악 과외 이름은 ‘마스터클래스’, 줄여서 ‘마클’이라 불렀다. 추 교수는 불법 성악 과외를 하면서 2023년 1월까지 총 5885만 원의 현금을 챙겼다.

추 교수는 서약서도 거짓으로 작성했다. 추 교수는 심사위원이 써야 하는 ‘사실확인 및 서약서’에서 “직계자녀, 친인척, 지인이 지원했느냐”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다. 음대 입시비리 사건 관련자 중 유일하게 구속 기소됐다.

추 교수의 불법과외를 받은 학생 2명은 숙명여대 성악과에 합격했다. 배진명(가명)은 2022학년도에, 홍진명은 2023학년도에 각각 합격했다. 당시 추 교수가 숙명여대 성악과 입시 외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는데, 이들에게 응시자 중 최고점을 각각 부여했다.

입시비리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고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도 진행됐지만, 숙명여대는 부정입학자들에게 입학취소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이 같은 사실을 지난해 11월 보도했다.(관련기사 : <심사위원 매수해도… 숙대, 부정입학자들 취소 안했다>)

숙명여대는 성악과 ‘부정입학자’들의 입학취소를 위한 심의 절차에 들어갔다. ⓒ셜록

셜록의 보도 이후 약 4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셜록은 지난달 21일 숙명여대에 서면질의서를 보냈다. 숙명여대는 지난 6일 두 문장으로 된 짧은 답변을 보내왔다.

숙명여대는 두 학생에 대한 입학취소 관련 심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결론이 언제 날지는 알 수 없다. 심의 종료 예정일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본교는 현재 관련 위원회를 구성하여 심의 중에 있으며 종료 예정일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관련 절차 진행 중으로 입학취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셜록은 지난 7일 자세한 설명을 듣고자 숙명여대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숙명여대 입학처 담당자는 “(서면 답변 외) 더 이상 답변하기 어렵다”는 말만 반복했다.

기자는 ‘부정입학자’ 홍진명에게도 연락했다. 그의 첫 마디는 “불법 과외는 아니다”였다.

“불법 과외는 아니죠. 추 교수가 교수란 걸 모르고 ‘마클’을 받은 거니까 저랑은 (이번 사건이) 관련이 없죠. (추 교수가) 이름도 안 알려주고 레슨 했습니다. 실기시험 보는 홀이 넓어서 (심사위원이 있는) 2층은 보이지도 않아요. 경찰 조사 받을 때 (추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았죠.

학교에서 (입학취소 관련해서) 연락 온 건 아무것도 없어요.

숙명여대 음악대학 내부 ⓒ셜록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8월 28일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추 교수에게 징역 3년과 추징금 600만 원을 선고했다. 추 교수는 안양대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추 교수의 유죄 판결은 지난 1월 8일 확정됐다.

“장차 예술계에서 재능을 꽃피우겠다는 희망과 열정을 가진 수많은 학생들과 이들을 뒷바라지 하는 학부모들로서는, 피고인의 이와 같은 각 범으로 인하여 아무리 훌륭한 실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돈과 인맥 없이는 대학교 입학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또한 예술가로서 제대로 성장해 나가기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극도의 불신과 회의감, 깊은 좌절감과 허탈감을 가지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1심 판결문 중)

학부모들에게 “극도의 불신과 회의감, 깊은 좌절감과 허탈감”을 가지게 만든 입시비리 사건. 주동자 음대 교수의 유죄 확정 판결에도, 주인공 홍진명은 지난주 새 학기가 시작된 봄 캠퍼스를 활보하고 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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