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왜 행동하지 않습니까? 왜 침묵으로 내가 나설 수밖에 없게 하시나요? 묻고 싶었다. 부질없는 원망이다. 나서라고 아무도 나를 떠밀지 않았다.“(차성안 교수 2025. 3. 12. 페이스북 글 중)
판사 출신 차성안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말이 기자를 움직였다.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순 없다는 마음. 내 손 하나 보태 뭐라도 해보자는 그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13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으로 모였다.

차성안 교수, 박은정 국회의원(조국혁신당, 비례대표), 서지현 전 검사, 이성영·김정환·임자운 변호사 등이 발 벗고 나섰다. 이들은 ‘릴레이 1인시위’ 방법을 택했다. 검찰에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진실탐사그룹 셜록 김보경 기자도 함께 힘을 보탰다.
이번 ‘릴레이 1인시위’는 차 교수가 12일 추진한 ‘검찰에 윤석열 구속취소 (즉시)항고장 양식 보내기 10만 국민운동'(이하 10만 국민운동)의 일환이다. 심우정 검찰총장의 윤석열 구속취소 즉시항고 포기 지휘에 대응하는 국민행동이다.
차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포기서, 보통항고 포기서가 법원에 모두 제출돼야만 그 포기의 효과가 법률상 발생한다”고 해석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도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항고할 수 있는 기간이 7일로 금요일(3월 14일)까지 항고 기간이 아직 남아 있다”며 “즉시항고로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차 교수는 검사를 대신해 직접 ‘즉시 항고장’도 작성했다. 검찰이 항고장을 제출만 하면 되게끔 수고로움을 덜어준 거다. 13일 차 교수는 ‘윤석열 구속취소 (즉시) 항고 촉구’ 탄원서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2250명이 캠페인에 참여했다. 셜록도 전날(12일) 서울중앙지검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함께했다.
‘릴레이 1인시위’의 첫 번째 참여자는 박은정 의원. 박 의원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약 30분 정도 자리를 지켰다. 그다음 참여자는 서지현 전 검사. 그다음은 세 번째로 셜록 기자가 피켓을 이어받았다. 피켓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윤석열 구속취소 판결 위헌. 검찰은 즉시항고, 보통항고 제기하라!’


낮 12시 30분경. 점심시간에 맞춰 수많은 사람들이 서울중앙지검 앞을 오갔다. 검찰청 직원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서울중앙지검 건물에서 쏟아져 나왔다. 누구는 피켓을 든 기자를 외면했고, 누군가는 곁눈질로 슬쩍 쳐다보기도 했다. 그들의 표정에서 복잡한 심경이 읽혔다.
지나가던 중년의 한 남성은 기자를 향해 “힘내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또 다른 사람은 기자 뒤로 지나가며 흘리듯 이렇게 말했다.
“검찰이 즉시항고 해야 하는 거 아냐?”


피켓 앞에 아예 멈춰 서서 문구를 읽는 사람들도 있었다. 중년의 여성 두 명은 한참 동안 피켓 문구를 읽다 자리를 떴다.
같은 시각, 주머니 속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다. 연합뉴스 속보 알림. 윤석열 측이 이날 오후 2시에 서울고등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연다는 소식이었다. 곧이어 울린 알림은 대검찰청에서 나온 속보였다. 대검은 윤석열 구속취소에 “즉시항고 포기 입장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자는 피켓을 잡은 두 손을 더 꽉 움켜쥐었다.


오후 1시경, 이성영 변호사(법무법인 소울)가 릴레이 1인시위를 이어받았다. 이 변호사 다음 ‘타자’는 임자운 변호사(법률사무소 지담)다.
총 17명 참여자가 서울중앙지검 앞을 지킬 예정이다. 즉시항고 기한인 14일 금요일까지 말이다.
검찰에게 주어진 시간이 아직도 24시간 넘게 남아 있다.
취재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사진 최규화 기자 khchoi@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