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의 주류화 이후에는 반드시 사회 붕괴가 예정돼 있다!”

이것이 바로 천관율 기자가 요즘 잠 못 드는 이유라고 했습니다.

지난 13일 열린 셜록클럽 연사 천관율 기자(전 얼룩소 에디터)는 문제의 정의를 제대로 해야 해결책이 보인다며, 단순히 극우세력이 문제가 아니라 “집권 가능한 극우정당이 존재한다는 것이 현재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습니다. 또한 “한국 극우는 헌정체제에 대한 직접 공격을 하는 세력”이라는 정의도 함께 내렸습니다.

그렇다면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그를 비호하는 정당과 사람들은 극우가 분명합니다.

지난해 12월 3일 이후 우리는 안전에 대한 위협을 느낌과 동시에, 역사가 만들어온 국가 시스템의 붕괴를 걱정하며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 이후에도 봄이 올지 모르겠습니다. 천관율 기자는 극우세력의 종식은 꽤 오래 걸릴 것이라고 했거든요.

극우의 빠른 종말을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먼저 “‘정권교체’와 ‘위기종식’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라는 게 천 기자의 견해입니다. 그리고 “보수로 기운 동료시민 전부를 악마화해서는 안 된다”고, ’극우의 소수화‘가 아닌 ’보수의 소수화‘를 추구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일타강사 같은 천 기자 강연의 푹 빠져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몰랐습니다. 현장에 오신 왓슨(셜록의 유료독자) 분들의 질문 대부분을 소화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천 기자가 서면으로 질문을 받고 답변을 줬습니다.

그의 끈질긴 연구와 이 같은 성실한 응답이 극우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 믿습니다.

지난 13일 천관율 기자는 셜록클럽에서 ‘한국 극우파의 배경과 우리의 과제’를 주제로 강연했습니다 ⓒ셜록

질문. “최근 이슈가 된, 극우 성향 청소년 아들을 토론과 설득으로 돌이킨 엄마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천 기자님이 생각하는 남자 청소년 극우 경향성의 원인과 대응방법을 듣고 싶어요.”

① 극우적 사고체계가 청년남성에서 발견된다.
② 청년남성 다수가 극우다.
③ 청년남성이 12.3비상계엄 이후 극우화의 엔진이다.

셋은 다 다른 얘기입니다. ②와 ③은 사실이 아닙니다. ①은 사실이지만, ‘얼마나 많은 청년남성에게서?’는 또 다른 질문입니다.

왜 이런 성향이 청년세대로 갈수록 강해질까? 왜 특히 남성일까? 한 권의 책이 따로 필요한 얘기지만 아주 간략히만 말씀드리면, ‘비용편익 합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청년남성들의 주장은 ‘비용편익 합리성’에 기반하고 있고, 그 관점에서 기존 사회가 요구하는 배려, 공존, 약자 보호 등이 불합리한 비용을 자신들에게 강요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생각이 더 강화되면 이렇게 됩니다.

내가 부당하게 비용을 강요받는다 → 국가가 권력으로 그 강요를 한다 → 여자들은 권력이 보호한다 → 우리가 약자다.

이 관점에서 보면 몇 가지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습니다.

왜 남자들만? 아닙니다. 청년세대는 ‘비용편익 합리성’의 관점이 뚜렷하기로는 남녀 공통입니다. 그러나 남성이 이 관점에서 여성보호 제도나 문화를 ‘비용’으로 인식해 이 전선에 먼저 반응합니다.

왜 한국 남성이 선도한 흐름을 세계가 따라오나? ‘비용편익 합리성’은 한국뿐만 아니라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인간형이므로, 세계적으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안이 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한 세대의 문화를 흡수하고 자라는 청소년을 가정교육으로 바꾼다는 건 무리한 기대입니다.

자기를 둘러싼 통념에 의심을 갖고 언제나 더 타당한 의견에 마음을 여는, 회의적이면서 개방적인 정신을 갖춘 사람으로 자랄 수 있다면 스스로 뛰어넘을 힘을 갖게 되겠지요. 이건 너무 당연하고 어려운 얘기라 대안이라기도 좀 그렇습니다.

지난 13일 천관율 기자는 셜록클럽에서 ‘한국 극우파의 배경과 우리의 과제’를 주제로 강연했습니다 ⓒ셜록

질문. 2030세대의 젠더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요?

제 지금 관심사는 ‘극우의 주변화, 보수 안에서도 주변화’입니다. 청년남성은 이 관점에서 중요한 동맹 대상입니다. 그 세대 대부분은 계엄을 터무니없다고 생각하고, 윤석열을 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진보파도 싫어해서 나란히 서지 않을 뿐입니다.

저는 젠더갈등의 문제에서는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젠더갈등을 완화하려면 젠더보다 더 큰 공통의 과제가 필요합니다. 젠더보다 더 커다란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지금이 그렇습니다.

관성적으로 하면 안 됩니다. ‘청년남성은 보수니까 우리 편’이라고 조선일보가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이게 사실이 아니지만, 아무도 문제제기하지 않으면 사실이 됩니다.

9가 달라도 1이 같으면 같이 가야 하는 시기이고, 그럴 수 있는 시기입니다. 헌정위기라는건 그런 특별한 시간입니다. 지금 청년 남녀는 그 가장 중요한 1이 같습니다. 이걸 계속 강조해야 합니다.

질문. 한국 사회의 현실을 보면 참 답답하고 이해가 안 가기도 합니다. 회의감이 자주 찾아오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그 지점은 무엇일까요?

저는 한국이 성공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50년간 꾸준히 성장해온 몇 안 되는 나라이고, 민주주의 후퇴기에도 민주주의를 유지해왔고,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불평등도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낮은 단계에 속합니다. 브라질처럼 부자들 동네 따로 있어서 사설경비가 있고 그 밖으로는 너무 위험한, 그런 나라가 세계에는 오히려 보통입니다.

눈앞의 문제에 집중하다 절망감이 밀려올 때 저는 ‘세계 평균’을 생각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평균 대비 운이 좋고 잘 해왔는지를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문제가 없다고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눈앞의 문제를 정면으로 볼 힘을 얻기 위해서 그렇게 합니다.

한국은 세계 기준으로는 압도적으로, 문제를 풀어낸 경험과, 다음 문제에 도전할 사람들과, 거기 투입할 자원이 많은 나라입니다. 이게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겠지만, 절망하기에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갖고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지난 13일 천관율 기자는 셜록클럽에서 ‘한국 극우파의 배경과 우리의 과제’를 주제로 강연했습니다 ⓒ셜록
지난 13일 천관율 기자는 셜록클럽에서 ‘한국 극우파의 배경과 우리의 과제’를 주제로 강연했습니다 ⓒ셜록
지난 13일 천관율 기자는 셜록클럽에서 ‘한국 극우파의 배경과 우리의 과제’를 주제로 강연했습니다 ⓒ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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