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한 달 전, 웃는 얼굴로 교문을 통과하던 박선유(47) 씨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4년 만에 복직한 공익제보자 박선유 씨에게 ‘재징계’가 통보됐다. 복직한 지 불과 35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중징계(파면보다 낮은 단계)”

지난 10일 박 씨는 학교법인 일광학원 임시이사회로부터 중징계를 예고하는 ‘징계의결 요구 통지서’를 받았다. 우촌초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 공익제보 이후, 해고(파면) 징계를 받고 학교에서 쫓겨났던 사안에 대해 다시 징계한다는 내용이었다.

4년 만에 복직한 공익제보자 박선유 씨는 복직 35일 만에 ‘재징계’ 통지서를 받았다 ⓒ셜록

“복직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업무에 필요한 인증서 발급을 안 해주고, 해고 기간 동안 미지급된 급여 정산 소식도 없었어요. 그러더니 징계하겠다는 통지서를 준 거예요.”

박선유 씨는 서울 돈암동에 있는 우촌초등학교 교직원. 일광학원이 운영하는 우촌초는 대한민국에서 학비가 가장 비싼 사립 초등학교다. 박 씨는 2019년 다른 교직원들과 함께, 전 이사장인 이규태(75) 일광그룹 회장의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 의혹을 고발했다.

이후 2021년 8월, 일광학원은 박선유 씨를 이사회 회의록 위조, 교비 횡령 등 4가지 이유를 붙여 해고(파면)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일광학원의 해고 사유가 대부분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해고(파면) 징계는 과하다는 게 주된 내용.

일광학원은 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심, 2심 재판부도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약 4년간 이어진 싸움. 박선유 씨는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를 거쳐 행정소송까지 버텨내고 겨우 학교로 돌아갔다.(관련기사 : <[해결] 우촌초 공익제보자 박선유의 두 번째 ‘첫 출근’>)

일광학원 임시이사회는 4년을 기다려 복직한 박선유 씨에게 또 한 번 중징계를 예고했다 ⓒ셜록

하지만 학교는 돌아온 박선유 씨에게 환영 대신 징계 통지서를 손에 쥐여줬다. 징계 사유로 인정된다는 일부 내용에 대해 ‘중징계’를 재차 내리겠다는 것. 재징계를 요구한 주체는 다름 아닌 ‘임시이사회’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0월 행정소송에서 승소해 구 재단 이사회를 모두 내쫓고, 이사 8명 전원을 임시이사로 구성했다. 우촌초 정상화 임무를 부여받은 임시이사회. 그들은 4년 만에 복직한 공익제보자에게 재징계를 하겠다고 통지했다.

재징계는 지난달 27일 제5차 임시이사회에서 결정됐다. 8일 전 공고된 ‘제5차 임시이사회 개최 안내’에는 ‘교직원 징계’ 안건은 찾아볼 수 없었다.

우촌초 홈페이지 ‘제5차 임시이사회 개최 안내’ 게시글에는 교직원 징계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우촌초 홈페이지

제5차 임시이사회는 이사 7명 중 5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유영환 이사장과 이규성·정해철·오창걸·이혜경 이사, 김윤상 감사가 참석했다. 이날 마지막 안건으로, 이사회 개최 공고에 사전 안내되지 않은 ‘박선유 재징계 건’이 상정됐다.

재징계 논의 과정은 회의록에 ‘비공개’ 처리됐다. 전원 찬성으로 의결됐다는 내용만 적혀 있었다.

제4호 안건 ‘우촌초등학교 교직원 징계 제청에 관한 건’

이사 오창걸 : 이규성 이사님 의견에 재청합니다.

참석 이사 전원 : 재청에 찬성(5명)하다. (일광학원 제5차 임시이사회 회의록, 2025. 3. 27.)

일광학원 임시이사회는 박선유 씨 재징계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셜록

일광학원 임시이사회의 결정에 의문이 따르는 이유는 또 있다. ‘이규태 측근’임이 밝혀져 사임한 임시이사장의 빈자리를 다른 이사로 채우기도 전에 ‘박선유 재징계’ 의결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한혜빈 전 임시이사장이 일광그룹 산하 다른 재단의 이사직을 맡고 있다는 점이 셜록의 보도로 뒤늦게 알려졌다. 심지어 한 전 이사장의 남편은 직전까지 일광학원 이사를 맡았고, 이규태 회장에게 수천만 원의 돈거래를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한 전 이사장을 선임한 서울시교육청은 “인사 검증 실패”를 자인했다. 결국 한혜빈 전 임시이사장은 지난 2월 21일 자리에서 물러났다.(관련기사 : <[해결] 셜록 보도 11일 만에 ‘이규태 측근’ 이사장 사퇴>)

학교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일광학원 임시이사회가 여전히 이규태 회장과 구 재단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여전한 상황. 그런데도 임시이사회는 ‘이규태 측근’ 이사장의 빈자리를 대신할 신임이사가 오기도 전에 박선유 재징계 안건을 통과시킨 것이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한혜빈 전 임시이사장 검증실패를 자인했다 ⓒ셜록

이소라 서울시의원 : “(일광학원) 임시이사회에서 다뤄져야 할 가장 중요한 안건 첫 번째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 “공익제보자 권리 회복을 먼저 해야겠죠.”
이소라 : “권리 회복이라면 복직을 말씀하시는 거죠?”
정근식 : “그렇죠.” (서울시의회 시정질문 2025. 2. 20.)

일광학원 임시이사회는 제 손으로 복직시킨 공익제보자에게 ‘중징계’를 내리겠다는 모순적인 결정을 내렸다. 구 재단 이사회의 징계 논리를 반복하는 셈이다. 서울시교육감은 “공익제보자 권리 회복”이 첫 번째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이 선임한 일광학원 임시이사회는 ‘공익제보자 재징계’라는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다.

학교법인 일광학원 취업규칙에 따르면, 징계 종류는 ▲견책 ▲감봉(감급) ▲정직 ▲해고 등이다. 일광학원이 과거 박선유 씨에게 내린 해고(파면) 징계보다 낮은 수위라면 해고(해임) 이하 징계가 의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선유 씨는 우촌초 비리를 세상에 알린 공익제보자다. 공익신고자보호법 제14조 책임의 감면 규정에 따르면, 공익신고와 관련해 범죄행위가 발견된 경우에는 그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징계나 불리한 행정처분도 감경 또는 면제 가능하다.

일광학원 징계위원회는 오는 18일~25일 중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징계위원회는 임시이사, 교원, 외부인사 등으로 구성된다. 징계위원회는 임시이사회가 제시한 중징계 양정에 대해 논의 후 의결한다.

고작 한 달만에 이뤄진 임시이사회의 재징계 요구 통보는 박선유 씨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셜록

“복직하려고 이전에 일하던 직장도 다 정리했는데, 만약 해임된다면 저는 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박선유 씨는 학교에서 또 다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감출 수 없었다. 공익제보를 했다는 이유로 학교로 돌아오지 못한 시간은 자그마치 4년이다. ‘학교 정상화’의 책임을 짊어진 임시이사회마저 박선유 씨에게 무거운 형벌을 내린다면, 도대체 누가 공익제보를 마음 먹을까.

셜록은 지난 10일 유영환 임시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박선유 씨 재징계 결정에 관해 물었다. 유영환 이사장은 “중노위 행정소송 결정에 따라 파면 징계가 과해 다른 징계 조치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징계 수위에 대해서는 말과 서류가 달랐다. 유 이사장은 “복직한 공익제보자를 배제하는 해임과 같은 징계는 없을 것”이라며, “정직, 감봉, 견책 또는 경징계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선유 씨가 받은 ‘징계의결 요구 통지서’에는 분명 “(파면보다 낮은) 중징계”를 요구한다고 적혀 있다.

서울시교육청 법인지원팀 관계자는 “이미 이사회는 박선유 씨에게 중징계 처분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라며, “파면 이후 복직한 공익제보자에게 중징계를 내린다는 건 당황스러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청 공익제보센터와 논의 후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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