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 이명선 기자
양진호 회장이 실소유한 웹하드 업체인 파일노리 초대 대표 A씨가 입을 열었다. 위디스크가 필리핀에 사무실을 두고 직원들을 동원해 성범죄 동영상과 음란물을 비롯한 불법 동영상을 올리도록 시켰다고 증언했다. 필리핀에서 업로드하면 수사망을 피해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거라고 A씨는 설명했다.
수사당국의 추적을 막기 위해 위디스크가 조직적으로 차명폰(대포폰)을 써왔다는 고백하기도 했다. 외부 업로더(불법 영상물을 올리는 사람)들과 소통할 때 차명폰으로만 의견을 나눴다고 폭로했다. 최대한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통화로만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문자가 나중에 증거로 작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명을 쓰지 않고 가명으로 서로를 소개했던 것도 혹시 모를 신분 노출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양 회장이 실소유한 웹하드의 전직 대표가 직접 “회사가 불법 동영상 유통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터뜨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디스크와 파일노리가 불법 동영상 유포를 방조했다는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돼왔는데, 이를 넘어서 유통까지 직접 관리했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 배경에는 양진호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A씨는 밝혔다.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뉴스타파>, <프레시안>은 지난 2일, A씨를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파일노리를 만들었다는 A씨는 본인이 양 회장 소유의 ‘파일노리’와 ‘선한아이디’ 이름을 만든 장본인이라고 밝혔다. 그 후 A씨는 파일노리 대표를 역임하는 등 양 회장 측근으로 활동했지만, 지난 7월 회사로부터 불법 동영상을 업로드하라는 지시를 받고 퇴사했다.
양 회장의 최측근이자 심복인 A씨는 왜 퇴사를 결정했을까. ‘몰카제국의 황제’ 양진호 회장이 어떻게 필리핀에 업로드 전용 사무실을 만들었는지, 차명폰은 어떤 식으로 활용했는지 등 숨겨진 양 회장의 불법 영업 노하우(?)를 밝히고자 한다. 이야기는 A씨가 퇴사를 결정한 지난 7월 무렵부터 시작된다.
왜 양 회장은 측근에게 ‘업로드’를 지시했나
위디스크에서 사람을 내쫓는 방법은 간단했다. “이제 당신의 업무는 영상 업로드다”라고 지시하면 끝이다. 회사 대표를 역임한 인물도 예외가 아니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실소유하고 있는 파일노리의 초대 대표 A씨는 회사로부터 ‘불법 영상을 업로드하라’는 지시를 받고 지난 7월 퇴사했다. 자신이 이제 ‘위험한 일이나 하는 잡부’로 취급받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왜 ‘영상 업로드’ 지시 만큼은 할 수 없었을까. 신분 노출과 관계가 있다.
웹하드 업체에게 돈이 되는 불법 영상을 다운로드 하려면 실명 인증이 필수다. ‘성인’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것조차 실명인증, 성인인증을 요구해서 신분이 자연스럽게 노출된다. 위디스크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A씨는 할 수 없었다. 지문을 남기고 범죄를 저지르기 싫었다.
디지털성범죄 영상 유통 등 양진호 회장의 불법행위를 <셜록><뉴스타파><프레시안>에 알린 공익신고자 B씨도 같은 말을 했다. “업로더로 적발되면 구속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했다.
“직접 업로드를 하면, 정범(자기의 의사에 따라 범죄를 실제로 저지른 사람)이 되는데, 정범으로 걸려 구속 안 된 경우가 없습니다.”
– B씨
시키는 사람과 지시 받는 사람 모두 성범죄 영상물을 업로드하는 건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회사가 이 방법을 쓴 이유는 분명했다.
‘누구라도 이 더러운 일을 해서 돈을 벌어와야 한다.’
또 다른 목적도 있다. 회사는 제거하고 싶은 직원에게 업로드 일을 강요해 스스로 사표를 쓰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A씨는 여기서 당연히 예외일 거라 생각했다. 자신이 양회장의 ‘충신’이었다고 믿었다. A씨는 소위 바지사장으로 있으면서 양 회장을 보호했다. 실제로 A씨는 양 회장을 대신해 감옥에 갔다온 전력이 있다. 양 회장을 대신해 120일간을 감옥에서 지냈다.
양진호는 아랫사람을 마음대로 조정했다.
“오늘의 양진호를 만든 사람이 저라고 생각해요. 파일노리의 성공이 없었으면, 양진호란 사람 저렇게 못 갔어요. 파일노리가 위디스크 매출을 이겼던 적이 여러 번 있었거든요. 불과 6개월 만에.
– A씨”
양 회장의 꼼꼼함은 어디까지였을까. 양 회장은 절대로 자기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았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 것이 그의 특기였다.
“위디스크, 대포폰으로 헤비업로더 관리”
“야, 이거 왜 없냐? 요즘, 내가 찾는 거 이건 왜 안 보이냐?”
양진호 회장은 콘텐츠 ‘물관리’에 예민했다. “일선 직원에게 직접적으로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은연 중에 압박 멘트를 자주 흘렸다”고 A씨는 전했다. 양 회장이 ‘찾는 거’라고 말한 영상들은 비저작, 비제휴물이었다. 공개적으로 “영상을 올려라”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저작권이 없거나 제휴가 안 된 영상을 찾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 야동같은 영상은 저작권법에 걸릴 위험이 적어 선호 대상이다. 업로더(영상을 올리는 사람)가 이런 영상을 올리면 판매금의 10%가 그들 몫이다. 80% 가량은 웹하드 회사 몫이다. 양 회장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상품’이다.
“일본 야동100원 짜리 하나 팔면 80%(80원)를 플랫폼이 갖는 거죠.”
– B씨
웹하드 업체가 헤비업로더들을 챙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헤비업로더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음란물, 디지털성범죄 영상 등을 웹하드 등 인터넷 사이트에 대량으로 올리는 사람을 뜻한다. 헤비업로더들은 공장처럼 분 단위로 불법 영상물을 웹하드에 올린다. 이들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서 회사의 매출이 달라진다.
회사가 직접 ‘헤비업로더 모시기’에 나서는 건 공공연한 업계 비밀이다. 공익신고자 B씨는 “회사에서 작업 컴퓨터를 제공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회사가 헤비업로더들에게 특별히 더 높은 수익금을 줬다”고 털어놨다.
“업로더 출금률을 변경해 주죠. 예를 들어서 다른 일반 회원들이 (업로드 영상 대가로) 30% 가져가면, (헤비업로더)는 반대로 70% 가져가요.”
-A씨
A씨는 위디스크는 ‘대포폰’도 동원했다고 고백했다. 고소고발의 위험을 덜기 위해 범죄조직처럼 대포폰을 쓰고 가명으로 서로를 지칭했다고 한다. 헤비업로더는 보통 조직으로 움직이는데, 연락했다는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위디스크가 대포폰을 썼다고 밝혔다.
A씨는 유OO 한국인터넷기술원 고문의 지시를 받은 한 직원이 대포폰을 사왔고, 모두 폴더폰이었다고 밝혔다.
“외부 조직이랑 같이 뭐 활동할 적에는 무조건 대포폰을 씁니다. 어느 누구도 본명을 써서는 안 돼요.”
– A씨
대포폰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보통 번호가 저장되어 있는 상태로 대포폰을 전달받기 때문에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입력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밝혔다. 문자는 서로 보내지 않았다. 전화만 허용됐다. A씨는 “문제가 생겼을 때 대포폰을 버리는 방식으로 헤비업로더와 연락을 끊었다”고 설명했다. 웹하드업체는 돈 벌이가 될 때는 헤비업로더를 모시지만, 문제가 생기면 가감없이 버렸다.
“낌새가 이상하다 싶으면 ‘미안한데 위에서 너 일 잘 못한다고 한다. 이제 뭐 그만하자’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대뜸 버려버려요. 아무얘기도 없이. 그럼 걔넨 좀 빡치는 거죠.”
– A씨
“필리핀 비밀 사무실에서 ‘불법 영상물’ 업로드”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서 영상을 올렸다고 증언도 나왔다. 마치 보이스피싱 업체들이 수사기관의 감시망에서 벗어나기 외국에서 활동하는 것처럼, 업로드 조직망을 필리핀에 두고 은밀하게 영상을 올렸다고 A씨는 전했다.
위디스크는 필리핀에서 ‘파일북’이란 이름으로 웹하드 사업을 하려 했다. 하지만 필리핀 인터넷 속도가 느려 사업은 좌초했다. 그러자 위디스크는 필리핀에 있는 직원들에게 불법 영상을 올리라고 지시했다고 A씨는 밝혔다.
“필리핀에서 업로드를 하면 추적이 불가능 할 것이라고 해서, 필리핀에 사무실을 냈을 적에 업로더들에게 일을 시켰죠.”
– A씨
속칭 ‘끌어올리기’ 또한 A씨의 업무였다. 잘 팔리는 불법, 비제휴 영상이 더 많이 노출되도록 게시판 상단에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기’ 작업을 했다는 의미다.
끌어올리기의 결과로 불법 영상물이 상단에 배치됐다. ‘금칙어 설정’ 규제도 소용 없었다. 금칙어를 교묘하게 피해가는 건 일도 아니었다.
“잘 팔리는 콘텐츠가 하루에도 수천 건 올라오는데, 이상한 게 앞에 있으면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메인 아이템.. 그러니까 좋고 자극적인 콘텐츠들을 계속해서 끌어올려서 첫 화면에 배치했습니다.”
– A씨.
사실 ‘끌어올리기’ 작업은 영상을 올린 회원들이 몫이다. 우수회원에게 ‘끌어올리기’ 아이템을 팔아서 자기 영상을 전면에 배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위디스크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 직원을 동원했다. 성범죄 영상물과 같은 ‘잘 나가는’ 영상물을 리스트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은 직원들 집에서도 이뤄졌다.
“그 사이트에 딱 들어왔을 적에 첫 눈에 ‘어! 있다’ 라는 얘기를 들어야 되는 거잖아요. 끌어올리기가 가능한 프로그램을 저희 집에다 갖다 놓고 서버를 운영했었어요.”
– A씨
이는 곧 성과 보고로 이어졌다. 1주일에 한 번씩 A씨는 유OO 고문에게 끌어올리기를 서면 형태로 보고했다. 예를 들어 어떤 성범죄 영상을 어떻게 끌어올렸고, 이로 인해 판매량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정리했다. 유OO 고문은 일종의 행동대장이었다고 B씨는 밝혔다. 양 회장이 지시하면 행동으로 옮기는 인물이었고, 그 대가로 양 회장은 월 800만 원의 벤틀리 차량 렌트비를 댔다. 물론 양 회장 개인 돈이 아닌 회삿돈이었다고 A씨는 전했다.
“어떤 콘텐츠를 끌어올리기를 했고, 이 끌어올리기를 통해서 성인(동영상) 판매량이 얼마나 늘어났고, 이런 것들이 좀 복합적으로, 종합적으로…”
-A씨
위디스크 전현직 직원인 A씨와 B씨는 양 회장의 만행에 대해 설명했지만, 경찰이 쉽게 양 회장을 구속하지 못할 거라고 판단했다. 증거를 찾기 어렵고, 증언해줄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A씨는 지난 금요일 인터뷰 이후 종적을 감췄다. A씨는 유OO 고문에게 제출했던 주간보고서 엑셀자료를 가지고 있다. 그의 존재는 양 회장에겐 일명 ‘스모킹건’이다. 대포폰, 필리핀에서 진행한 작업, 직원을 동원한 끌어올리기…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양진호 회장은 최근까지 “1억 원을 주겠다”며 회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