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이명선 기자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회사 매각 대금을 비자금 조성에 활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경찰은 양 회장이 회삿돈 약 3억 원을 빼돌려 개인 물품을 구매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양 회장이 횡령한 금액은 최소 20억 원에 이른다는 주장이다.

양 회장의 불법행위를 <셜록> <뉴스타파> <프레시안>에 알린 공익신고자 A씨는 “양 회장이 자신의 측근을 신생 웹하드 업체의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회사가 팔리면 그 대금을 양 회장이 가져가는 방식으로 비자금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양 회장의 비자금 조성 방법과 금액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웹하드 업계 1·2위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실소유주인 양 회장의 재산 규모는 1000억 원대를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법 음란물의 유통부터 삭제까지 양 회장이 개입된 것으로 수사당국은 보고 있다.

A씨가 밝힌 비자금 조성에 이용된 회사는 웹하드 업체 몬스터 주식회사다. 몬스터 주식회사는 양 회장의 측근 임아무개 씨에 의해 2013년 설립된 후 현재까지 파일쿠키라는 웹하드를 운영하고 있다. 임 씨는 양 회장이 교수한 교수 폭행 사건에 가담한 인물이다.

몬스터 주식회사 설립 자금과 운영비 모두는 양 회장이 소유한 한국인터넷기술원에서 나왔다. 2013년 7월 한국인터넷기술원은 임 씨에게 회사 설립을 조건으로 5억 원, 2014년 6월에는 경영 자금으로 5억 원을 빌려줬다. 몬스터 주식회사주식과 임 씨 집이 담보로 설정됐다.

서류상으로는 임 씨가 회사 대표로 되어 있지만, 사실 임 씨는 ‘바지사장’에 불과했다. 임 씨와 한국인터넷기술원 간에는 명의신탁 계약이 맺어져 있었다. 2016년 8월, 임 씨 앞으로 된 회사 주식 100만 주 중 60만 주의 실소유주는 한국인터넷기술원이었다.

한국인터넷기술원과 몬스터 주식회사 대표 임 씨 간에 맺어진 주식명의신탁계약서. 몬스터 주식회사 60만 주의 실질 소유주는 한국인터넷기술원이었다. ⓒ셜록

2016년 11월, 판도라티비는 한국인터넷기술원에 23억 원 상당의 주식을 발행해 판매한다. 양 회장의 흑심이 영향을 끼쳤다고 A씨는 설명했다. 양 회장이 판도라티비의 주식을 산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양 회장이 판도라티비의 경영권을 찬탈하려는 게 목적이었다.”

돈의 행방이 모호해지는 건 몬스터 주식회사가 매각된 이후다. 2016년 12월, 임 씨가 소유한 몬스터 주식 60만 주가 한국인터넷기술원에 팔렸다. 매매대금은 42억 원. 이 돈은 한국인터넷기술원으로 가는 게 계약상으로는 맞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않고, 양 회장에게 갔다고 A씨는 증언했다.

A씨는 매매 대금이 고스란히 양 회장에게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매대금 42억 원 중 세금을 제외한 20여억 원이 임 씨에게 입금되기는 했지만, 임 씨의 통장과 도장이 양 회장 측 회사 회계팀에 전달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판도라티비와 임 씨가 맺은 몬스터 주식회사 매매계약서 일부. 이 계약에서 매도인은 임 씨, 매수인은 판도라티비다. 몬스터 주식회사는 42억 원에 판도라티비에 팔렸다. ⓒ셜록

경찰이 압수수색했을 때 양 회장이 두려워했던 게 두 가지였습니다. 우선 디지털 성범죄 업로드 조직이 적발되는 것을 걱정했고, 또 다른 하나는 몬스터 계약서가 털려서 비자금의 흐름이 포착되는 걸 우려했습니다.

A씨 주장대로면 양진호 회장은 탈세와 자금 세탁을 목적으로 임 씨를 대표로 내세워 이용한 셈이다. 한국인터넷기술원의 경우에는 돈을 빼돌린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일이다.

양 회장이 실소유한 필터링 업체 뮤레카,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웹하드 업체 ‘콘톡’도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했다고 A씨는 밝혔다. ‘바지사장’을 내세워 회사를 만들어 매각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외에도 양 회장이 새로운 웹하드 회사를 만들려 한 이유를 A씨가 이렇게 설명했다.

“신설 웹하드가 우후죽순 생기면 웹하드 이용객을 뺏길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신설 웹하드를 만들어야 한다. 새 웹하드 업체를 만들더라도 기존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시스템을 그대로 이용하면 되니 특별히 많은 자본을 들이지 않아도 새로운 웹하드를 운영할 수 있었다.”

경찰은 국세청에 이들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를 의뢰해 적법한 과세 여부와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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