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김보경 기자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경찰 수사를 무력화하기 위해 임직원들을 회유하고 협박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경찰 소환 전 양 회장이 한 임원에게 입막음용으로 현금 500만원을 건넸다는 폭로도 추가로 이어졌다.
양진호 사건을 보도해온 <셜록><뉴스타파><프레시안>은 13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공익신고자 A씨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위디스크 지주회사 한국인터넷기술원 직원 A씨는 기자들과 만나 제보 동기와 양 회장의 만행 등을 상세하게 밝혔다.
질의응답에 앞서, 공익제보자 A씨는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내부 고발로 인해 디지털 성범죄 영상 유통이 완전히 근절되길 희망한다”며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드린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A씨는 양 회장 문제를 고발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올해 7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이후, 자체 조사를 통해 양진호 회장이 비밀리에 업로드 조직을 운영한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내부에서 시도한 (자정) 방식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걸 느꼈다”고 고백했다.
이날 A씨는 양 회장의 수사 방해 행위도 증언했다.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대규모 인력이 투입돼 수사를 진행했지만, 양 회장의 지시로 회사 내부에서는 이미 휴대폰과 하드디스크를 교체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의 압수 수색이 이뤄지기 전부터 회사 임원들은 관련 정보를 미리 전달받고 대비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실제로 압수수색 당일 회사 직원들이 자료를 치우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경찰 수사를 앞두고 양 회장이 직원들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하는 협박 행위를 한 사실, 그리고 그 대가로 돈을 주려고 했다는 것에 대해 털어놓았다.
“양 회장이 임직원을 불러서 ‘모든 걸 대표 이사가 책임지고 한 것으로 말하라’고 강요했다. ‘이 사건으로 구속되는 직원에게는 3억원, 집행유예는 1억원, 벌금형의 경우 벌금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주겠다. 소환되는 직원에게는 1회당 1천만원 씩 주겠다’고 했다”
그는 소환조사에 임했던 직원들은 50만원 씩 받은 거로 알고 있다면서, 현장에서 5만원 권 100장이 담긴 돈 봉투를 공개했다. A씨는 투명 지퍼백에 담긴 흰 봉투를 꺼내 들면서 “이 봉투는 양 회장이 경찰 소환 전 경기도 판교 사무실 근처 카페에서 한 임직원에게 건넨 것”이며 “자신이 보관하고 있다가 증거자료로 쓸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회유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도 양 회장의 협박은 이어졌다고 했다. “내가 구속되면 너희들도 무사할 줄 아느냐”, “너만 살겠다고 배신하는 거냐”며 직원들을 협박했고, 임원 한 명은 양 회장의 협박 때문에 심장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받은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혓다.
양 회장의 증거인멸 정황도 공개됐다. A씨는 ”양 회장의 지시로 양진호 이름이 적힌 파일이나 텔레그램 기록 등을 삭제해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양진호 회장이 디지털 장의사 업체를 운영해 돈을 벌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 A씨는 이견을 보였다. 그는 “필터링 기술 업체인 뮤레카가 필터링 기술을 불법적으로 악용하거나 부정하게 이용했다는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디지털 장의사 업체는 뮤레카와 같은 필터링 업체에 영상물 차단을 요청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장의업이 성행하자 뮤레카에서 ‘나를 찾아줘’ 서비스를 만들어 자체적으로 디지털 장의사와 같은 일을 하려고 했지만, 웹하드와 디지털 장의사 업체 양쪽으로부터 수익을 얻는다는 비판이 일자 서비스를 폐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A씨는 디지털 성범죄 영상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선 두 가지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로 제시한 방법이 ‘DNA 필터링 시스템 적용’이다. DNA 필터링은 고단계 필터링 기술로 가장 확실하게 성범죄 동영상의 유통을 근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법을 개정하는 것이고 주장했다.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 업로더나 다운로더의 처벌 수위를 아동·청소년 성보호 법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