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음란영상물 유통 등의 혐의로 구속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48)이 보복를 시작했다. 그의 반격은 집요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위디스크, 파일노리 등을 계열사로 거느린 (주)한국인터넷기술원이 양진호 회장의 비리 등을 고발한 공익신고자 A씨를 11월 30일부로 직위해제하고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양진호 회장은 한국인터넷기술원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임현국 한국인터넷기술원 대표이사 명의로 공익신고자 A씨에게 내려진 인사명령서에는 “귀하는 11월 30일 10시 자로 법무팀 이사에서 직위해제를 한다”며 아래 내용이 적혀 있다.
대기발령 장소 : 자택
이행사항 : 회사자료 모두와 법인카드 반납, 사택 퇴거 및 사택 키 반납, 회사차량 반납, 기타 회사 물품 반납 등을 2018년 12월 03일 오전 11시까지 이행.
한국인터넷기술원의 결정은 공익신고자를 향한 불이익 조치를 금지한 공익신고자보호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공익신고자보호법 제15조 1항에는 “누구든지 공익신고자 등에게 공익신고 등을 이유로 불이익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이를 어기면 공익신고자보호법 제30조 3항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형을 받을 수 있다.
임현국 한국인터넷기술원 대표이사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공익신고자 A씨 인사 조치는)개별적으로 말할 사안이 아니다,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공익신고자 A씨를 돕는 변호인단의 한 변호사는 “이번 회사 결정은 공익신고자보호법을 어긴 불법행위가 명백하다”며 향후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공익신고자 A씨에 대한 회사의 인사 조치는 양진호 회장이 본격적으로 반격을 시작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양 회장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양진호라는 인물을 설명하는 딱 하나의 키워드는 ‘보복’”이라며 “그는 자신을 비판하거나 공격하는 사람을 끝까지 철저히 보복했다”고 설명했다.
<셜록><뉴스타파>가 ‘몰카제국의 황제’ 보도를 시작한 직후인 지난 11월 1일, 양진호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아래 내용의 글을 올렸다.
“저는 한국미래기술 회장 등 일체의 직에서 즉시 물러나 회사 운영에서 손을 떼고, 향우에도 임직원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어떠한 직분에도 나가지 않겠습니다. (중략) 모든 직을 내려놓고 회사를 떠나 다시는 회사 직원들에게 상처 주는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공익신고자 A씨에 대한 불이익 인사 조치로, 양 회장의 사과와 약속은 거짓말이란 게 더욱 명확해 졌다.
양 회장은 사과문 게재 바로 다음날인 11월 2일 오후 7시 53분 회사 핵심 임원들에게 이런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향후 모든 경영에 관련한 사안과 회사 매각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관련한 권한을 임동준 대표님께 일체 위임 했으니 다들 적극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양 회장에게 회사의 모든 권한을 위임받은 임동준은 한국인터넷기술원 법무팀 대표다. 그는 양 회장의 핵심 측근이다. 임동준 대표에게 권한을 위임한다는 건 양진호 회장이 막후에서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임동준 대표는 양 회장 구속 이후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공동대표를 새로 선임하고 회계 책임자를 교체하는 등 회사 수습을 빠르게 진행했다. 양 회장을 대리한 ‘복수혈전’도 그의 역할로 보인다.
<셜록>이 입수한 한국인터넷기술원 내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임 대표는 간부회의를 소집해 임직원들에 대한 12월 상여금 지급을 논의했다.
상여금 규모는 최소 2억3600만 원에서 최대 4억72000만 원에 이른다. 여기서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바로 ‘상여금 제외자’ 명단이다.
‘양진호, 유OO, 배OO, 정OO, 김OO, 나OO, 정OO’
구속된 양 회장과 퇴사자를 제외하면 최근 경찰–검찰 수사에서 양진호의 비리 등을 사실대로 진술한 인물이다. 즉, 임동준 대표와 양진호 회장 측근들은 회사 상여금을 수사기관에 협조한 인물들에게 채찍으로 활용하려는 계획을 세운 셈이다.
공익신고자 A씨 외에도 인사 조치를 당한 사람은 더 있다. 최근 정OO 파일노리 전 대표는 대기발령, 배OO 위디스크 전 대표는 문자로 출근정지 조치를 당했다. 두 전 대표는 최근 수사기관에 출석해 양 회장의 비리 등을 사실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진호 회장의 디지털성범죄 영상 유통, 폭행, 탈세, 비자금 조성 등을 진실탐사그룹 <셜록>, <뉴스타파>, <프레시안>에 제보한 공익신고자 A씨는 지난 10월 초부터 무기한 휴가 및 자택근무 상태였다.
양진호 회장의 ‘웹하드 카르텔’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여름부터 A씨는 회사 임직원들에게 “수사기관에 사실대로 진술하라”고 권유해왔다. 이런 일로 A씨는 양 회장의 눈밖으로 밀려났고, 결국 ‘회사 일에 관여하지 말라’는 인사조치를 당했다.
“양 회장의 지시”라며 A씨에게 무기한 휴가를 전달한 인물도 임동준 대표였다.
이번 조치에 대해 A씨는 “이슈가 잠잠해지자 양 회장과 측근들은 복수에 나선 것 같다”며 “예상했지만 3일 안에 집까지 비우라니 난감하다, 변호사와 상의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