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위디스크 회장이 폭행, 강간, 마약 등의 혐의로 구속되기 직전, 회사 임원들을 불러 증거인멸과 허위진술을 강요했고, 수사기관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다는 사실도 알렸다고 핵심 임원들이 밝혔다.
양 회장이 직접 “내 돈 먹은 사람들을 협박해 사건을 막도록 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양 회장 측이 로비 대상으로 잡은 수사기관 관계자 이름도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양진호 회장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취재하고 있는 <셜록><뉴스타파><프레시안> 공동취재팀은 최근 양 씨 소유 회사의 전현직 임원 여러 명과 집단인터뷰를 했다. 모두 위디스크, 한국미래기술 등 양 회장 소유 회사에서 대표와 감사 등을 지낸 사람들이다.
이들은 최근까지 위디스크 등에서 근무했다. 이 중에는 ‘회사 2인자’로 불리며 증거인멸 등 양 씨 관련 각종 혐의의 공범으로 지목돼 수사를 받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8시간 가량 진행된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양진호 회장의 수사기관 로비, 증거인멸 과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셜록><뉴스타파><프레시안> 공동취재팀은 지난 10일, 양진호 회장이 검찰에 수천만 원대 금품로비를 벌인 정황이 담긴 SNS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2015년 2월 양 회장이 부하직원과 주고받은 이 문자메시지에는 “서울중앙지검에 고소된 사건을 성남지청으로 이관하는데 이미 2000만 원이 들어 갔고, 새로 사건을 맡게 된 성남지청에 5000만 원을 쓴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보도가 나간 직후 검찰과 경찰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내 돈 받은 놈들 다 협박했다, 걱정마라”
지난 8일 오후, 양진호 회장이 실소유하고 있는 회사의 전현직 임원들이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무실을 찾았다. 모두 최근까지 양 회장의 측근으로 활동해 온 사람들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양진호 회장 사건이 시작된 뒤 경찰과 검찰에 불려다니며 조사를 받고 있다.
2015년 2월 양 회장으로부터 검찰 로비 정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받았던 A씨도 그 중 한 명이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A씨는 “양 회장의 지시사항을 다른 직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해당 문자메시지를 저장했다”고 말했다.
“저는 회사에서 직원들과 소통하는 업무를 주로 맡아 왔습니다. 양 회장은 저를 통해 직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문자메시지도 그런 목적으로 캡처한 것입니다. 양 회장의 지시사항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또는 회장 지시사항을 말로만 전달할 경우 이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서 캡처했고 직원들에게 보냈던 겁니다.” -위디스크 전직 임원 A씨
A씨는 양 회장과 이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을 당시 ‘양 회장이 수사기관을 상대로 로비를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양 회장이 평소 수사기관을 상대로 한 로비를 ‘그림자 변호’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A씨는 문자메시지에 이름이 등장하는 임원 임모 씨가 평소 양 회장의 지시에 따라 수사기관을 상대로 한 로비업무를 맡았다고 주장했다.
“오래전부터 양 회장은 임OO 대표가 외부에 나가서 ‘그림자 변호를 한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뭐든 문제가 생기면 해결사처럼 나서서 알아서 정리해 주는 사람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임 대표는 회사에 거의 출근을 하지 않으면서 주로 대외활동을 했습니다.” – 위디스크 전직 임원 A씨
임원 B씨의 증언도 비슷했다. 지난 7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웹하드 카르텔과 관련된 방송이 나간 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양 회장 주도로 소위 ‘그림자 변호’가 회사 내에서 진행됐다는 것이다. B씨 역시 이 과정을 주도한 사람으로 임모 대표를 지목했다.
“제가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에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조사를 받으러 가기 직전 양진호 회장과 회사 임원들이 한 식당에 모여서 회식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회식 자리에서 임 대표가 ‘다행히도 모든 라인의 세팅을 끝냈다’ ‘이제 걱정하지 마라’라고 말했습니다. 평소와 다르게 옷을 잘 차려입고 와서 그 말을 했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위디스크 전직 임원 B 씨
“OOO 쪽에 라인 세팅 끝냈다”
B씨는 양진호 회장이 주도한 회식자리에서 임모 대표가 로비대상인 수사기관 관계자의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거명했다고 주장했다.
“임 대표가 그날 ‘우리가 OOO(경찰 고위인사) 쪽에 라인을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뭔가 구체적으로 세팅이 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다소 위압감이 느껴지는 분위기였습니다.” – 위디스크 전직 임원 B씨
인터뷰에 응한 C씨는 최근까지 양진호 소유 회사에서 2인자 역할을 해 왔다. 성범죄 동영상 유통과 폭행 등과 관련 양 회장의 공범으로 경찰조사를 받기도 한 인물.
그는 “양 회장이 부하직원들에게 범죄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최근까지도 양 회장이 수사기관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정황이 감지됐다”고 말했다.
“양진호 회장이 구속되기 직전인 11월 2일경 쯤, 돈을 마련해야 된다면서 전화를 막 해 왔어요. 그러면서 ‘직원들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라. 임모 대표가 그동안 작업한 라인들한테 이 사건 더 키우면 내가 돈 준 거 다 불겠다라고 했으니 큰 문제 없이 정리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위디스크 전직 임원 C 씨
심지어 양 회장이 그동안 자신이 금품로비를 한 수사기관과 법조계 인사들을 협박했다는 말까지 했다는 것이다.
“수사기관인지, 변호사인지 모르지만 양진호 회장이 ‘내 돈 받은 놈들한테 다 협박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잘 정리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위디스크 전직 임원 C 씨
그동안 양 회장이 관리해 온 수사기관과 법조계를 움직여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말했다는 것이다. C씨는 “이런 식의 로비 정황은 <셜록><뉴스타파>가 양 회장의 폭행 동영상을 공개한 지난 10월 30일부터 구속 직전까지 계속됐다”고 말했다.
“구속되면 3억–연봉+기여도”
양진호 사건을 처음 세상에 알린 공익신고자는 지난 11월 13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7월 경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양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만약 회사 일로 구속되면 3억 원, 집행유예를 받으면 1억 원, 벌금을 받으면 벌금의 2배를 위로금으로 지급하겠다”고 양진호 회장이 직원들에게 약속했다는 내용이었다. 취재진은 양 회장 회사의 핵심 임원들에게 이 증언이 사실인지 물었다. 공익신고자의 주장보다 더 구체적인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
“9월 12일께, 갑자기 양진호 회장이 임원 전체를 모으는 회식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당시는 성범죄 동영상 유통 문제로 경찰 수사가 진행되던 때로 회사 내에서 거의 매일 양진호 회장이 임원들을 모아 대책회의를 했습니다. 특히 경찰이 압수수색을 해서 모든 자료를 가져간 9월 4일 이후 회의가 더욱 많아졌습니다.” – 위디스크 전직 임원 B씨
양 회장은 회의에서 “나 혼자 죽지는 않겠다”며 임원들을 협박했다고 한다.
“양진호 회장이 ‘내가 혼자 죽을 것 같으냐’ ‘너희도 다 같이 구속된다’ 등의 말을 많이 했죠. 그러면서 구속되면 3억 원을 준다는 말도 나왔고요.” – 위디스크 전직 임원 B씨
전직 임원 B씨는 당시 양진호 회장이 했던 말을 자신의 휴대폰에 일기처럼 기록했고, 인터뷰 도중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휴대폰에는 지난 10월 10일에 작성된 글이 저장돼 있었다. 양진호 회장의 발언과 함께 개인적인 소회를 적은 기록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구속되면 ‘3억 – 연봉 + 기여도’, 집행유예가 나오면 ‘2억 – 연봉 + 기여도’, 벌금형이 나오면 ‘1억 – 연봉 + 기여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여도에 따라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론은 주기 싫다고 하는 것이고 ‘기여’는 불법을 지시하는 것이다.” – 위디스크 전직 임원 B씨의 기록
위디스크 전직 임원 A씨도 당시 같은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구속되면 3억 빼기 본인 연봉, 플러스 헌신도 그렇게 얘기했어요. 제가 ‘3억을 주면서 빼기 연봉은 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양 회장이 ‘내가 지금까지 너희들한테 이렇게 연봉 줬는데, 그 정도는 빼야지’라고 말했습니다.” – 위디스크 전직 임원 A씨
임원들에 대한 회유, 협박과는 별도로 증거인멸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임원들은 입을 모았다. 회사 내에 있던 DB(데이터베이스)를 모두 없앴고, 임직원들의 휴대폰도 모두 교체하도록 양진호 회장과 측근인 임모 씨가 임원들에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처음 ‘그것이 알고 싶다’가 나가고 2주 정도 지나서 증거인멸 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이를 주도한 사람 역시 대외 업무를 맡은 임모 씨였습니다. 임 씨는 8월 둘째 주 정도부터 무슨 ‘라인을 잡았다’고 말하면서 대책회의를 열어서 구체적인 지시를 했습니다. DB를 1년치만 남기고 모두 삭제하라든가, 핸드폰을 다 바꿔야 된다는 등의 지시였습니다.” -위디스크 전직 임원 B 씨
양 회장은 회사 2인자였던 C씨에게는 “현금 10억 원을 만들어 달라”는 지시도 했다고 한다. C씨는 당시 이런 내용으로 양진호 회장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보관하고 있었고,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문자메시지에는 양진호 회장이 C씨에게 “10억 원을 만들어 달라, 회사를 위해 요긴하게 쓰인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양 회장은 문자에서 이 돈을 “세무조사를 대비하기 위한 돈”이라고 적기도 했다.
양진호 회장이 검찰과 경찰은 물론 국세청 세무조사를 피하기 위한 모종의 계획까지 준비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 <셜록><뉴스타파><프레시안> 공동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