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표적 삼은 수사이니 구속되겠지만, 혼자 죽지는 않는다.

지난 9 12,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은 임원들을 모아놓은 저녁 회식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혼자 죽지는 않겠다 협박과 함께 성과급을 걸고 임원들을 회유했다.

본인을 위해 임원들이 만약 구속되면 성과급으로 ‘3연봉+기여도 계산해 주겠다고 했다. 집행유예가 나오면 ‘2연봉+기여도‘, 벌금형이 나오면 ‘1연봉+기여도였다.

성과급에서 연봉을 제외한 이유가 특이했다. ‘내가 연봉을 주는데도, 이번 사태를 막지 못했다 것이다. ‘돈값 못한다는 질책이 담긴 셈이다.

기여도 뭘까. 회장은기여도 따라 성과급은 마이너스가 수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본인이 구속되면 성과급도 없다는 말이다. 여기서기여도 사실상 거짓 진술, 증거 은폐 등을 가리킨다. ‘불법을 자행하라 지시였다.

회장은 자리에서 임원을 특정해나에게 그동안 기여한 바가 없으니 이번에 기여하라 말을 하기도 했다.

위디스크 직원 ㄱ씨는 협박과 회유가 난무한 회식 자리 시점을 경찰이 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한 며칠 되지 않았을 때로 기억했다. 실제 압수수색은 9 3일과 7 진행됐고, 문제의 회의는 9 12 열렸다.

모든 일은 지난 728,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영 직후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경찰의수상한수사가 시작됐다.

양진호 회장.

<그것이 알고 싶다> 이후 깊어진 갈등

양진호 회장이 소유한 웹하드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에 올라오는리벤지 포르노(디지털 성범죄 영상)’ 문제를 다룬 방송의 반향은 컸다. ‘웹하드 카르텔과 디지털 성범죄 산업에 대해 특별 수사를 요구한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달여 만에 20 명을 돌파했다. 경찰 수사는 불가피해 보였다.

회장 회사 내부에서도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회장의 지시로 회사 직원이 음란물을 업로드했을 아니라, 헤비업로더를 직접 관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방송 내용은 사실이었다.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대표이사는 물론, 관련 임원들도 음란물 유통 방조죄 수준을 넘어 정범으로 구속될 있는 상황.

불법 업로더의 존재로 회사 내부는 둘로 나뉘었다. 회장 측은 대표이사들에게 책임을 씌우려 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를 거부했다. 업로더 관리까지는 책임질 없다고 버텼다. ‘디지털 성범죄 영상 없애기 위해 노력했는데 정범 책임까진 질수 없다는 이유였다. 갈등은 커졌다

취재팀이 만난 복수의 회장 회사 임직원들에 따르면, 양쪽의 대척점엔 각각 OO 법무대표와 공익신고자 A씨가 있었다

회장을 보호하려는 대표.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자 공익신고자 A. 둘의 갈등은 커졌다.   

대표가 회장을 보호하려증거 은폐‘ ‘직원 해외 도피등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임직원들이 밝히는 대표의 증거 은폐 지시와 거짓진술 강요 내용 등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일관적이다.

대표는 자신이 증거 은폐를 지시했다는 사실을 부인한다. 누구 말이 맞을까.

헤비업로더관리 직원 해외 도피 추진

취재팀이 입수한 녹음파일에는 대표가 불법 음란물을 올리는불법 헤비업로더관리 직원을 해외로 도피시키려는 정황이 자세히 나온다.

“(회사가) 정범이죠. 정범. (업로드를) 무지막지하게 했지요. 정범이 밝혀지면, (중략) 아직도 핵폭탄이에요. 핵폭탄 제거가 안 된 거예요. 제거를 하라 해도 안 해요. 내가 회장님에게도 이야기를 했거든요. ‘이거를 제거를 해야 한다’.”

핵폭탄 제거 직원(핵폭탄) 해외 도피(제거) 의미한다. 10 중순께, 회사 직원과 대표가 나눈 대화 내용이다. 대표는 회사에서불법 헤비업로더 관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이들의 존재가 드러나면, 음란물 유통 방조가 아니라 정범이 된다는 피력했다.

녹음 파일에는핵폭탄’(불법 헤비업로더 관리 직원) 해외로 도피시켜야 안전하다고 회장에게 보고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취재팀은 회사 측이불법 헤비업로더관리 직원을 회유하기 위해 수차례 접촉한 사실을 확인했다. 회유를 위해 1 원을 제안하는가 하면, 다른불법 헤비업로더관리 직원을 경찰 조사 하루 전날 병원에 입원시키기도 했다. 다른 관리 직원은 해외법인으로 보내려 했다.

녹음파일에서 주목할 점은 있다.

대표는 직원에게 경찰 조사를 받을 , 어떤 진술을 해야 하는지, 인정할 부분은 어디까지인지 등을 세세하게 지시하고 있다. 지시를 받은 직원은 그대로 경찰에서 진술하겠다고 말한다. “증거 인멸을 지시하지 않았고 수도 없는 위치였다 대표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황들이다.

임원들은 대부분 회사 대책회의에서 서로 입을 맞췄다. <그것이 알고싶다> 방영 이후, 한국인터넷기술원회사 법무팀 주도로 10 가량 대책회의가 진행된 확인됐다. 임직원들은 대표가 회의를 주도했다고 입을 모은다.

회장에게 사정의 칼날이 닿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작전회의였다. 자리에서 지시받은 내용을 경찰 조사 이행하지 않으면, 대표의 압박에 시작됐다고 한다.

“임 대표의 ‘화살’을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 김모 대표이사의 경우, 자기 통장에 자신도 모르는 4500만 원이 입금됐는데, 이 돈이 모두 침향을 사는데 사용된 것을 뒤늦게 알았다.  회사(임 대표)에서는 김 대표에게 경찰조사에서 자신이 침향을 산 것으로 진술하라고 했지만 김 대표가 이를 거부했다. 김 대표는 ‘내가 대출 빚도 있는데 그것(침향)을 어떻게 샀다고 하느냐’고 했지만, 임 대표는 ‘당신이 투자 개념으로 샀다고 하라’고 구체적인 진술까지 지시하기도 했다.” – 전 위디스크 직원 ㄴ씨의 증언

대표의 통장은 다른 계열사 대표들의 통장과 마찬가지로 회사 회계팀 이사가 관리했다. 회장은 이들 고위 임원들의 통장을 활용해 돈을 마음대로 사용했다고 한다. 돈의 출처와 용처는 모두 불분명하다.

대표는 결국 회사 지시대로 진술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조사에서 4500 원을 본인이 사용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ㄴ씨는 대표는 대표를 불러 시키는 대로 이야기하지 않았느냐 회의실에서 오후 9시부터 12시까지 질타했다 밝혔다.

휴대전화 교체에 DB 삭제 지시까지

대표는 임직원의 휴대전화 교체도 지시했다. ㄴ씨는밤늦은 시간 회사 근처 카페에서 만났을 대표가 휴대전화 교체를 지시했다휴대전화를 교체하면 증거은닉 아니냐고 묻자별거 아니니 문제없다 했다. 그래서 자리에 있던 직원들이 모두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증언했다.

실제 회사 임직원 상당수가 9 3 경찰 압수수색 전에 이미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양진호 회장.

대표 지시로 회사 DB 삭제됐다는 증언도 있다. 불법 음란물, 디지털 성범죄 동영상 등으로 벌어들인 돈이 몰수될 있기 때문이었다.

“‘국노’ 등 (음란물이 검색되는) 몇몇 키워드를 돌려 그간의 음란물 매출을 대략적으로 계산해봤는데, 약 2년 동안 20억 원 정도의 수익이 있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최소 20억 원 이상이 범죄수익환수금으로 몰수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임 대표는 2017년 6월 이전 DB는 모두 날리라고 했다. 지시대로 DB를 날렸다. 2018년 8월 중순이었다. 그 뒤, 경찰이 압수수색을 들어왔는데, 희한하게도 경찰은 우리가 날린 DB에 딱 맞춰서 2017년 6월부터 2018년 7월까지의 DB를 복사해 갔다.”  – 전 위디스크 직원 ㄷ씨

문제는 수사 기관과의 유착 의혹이다. 복수의 내부 직원들은 대표가 경찰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듯한 정황들을 증언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영 이후) 양진호 회장 방에서 거의 매일 대응회의를 진행했다. (어느 날) 임 대표가 갑자기 회의실로 들어오더니, 내일 (압수수색이) 들어온다며 준비해야 한다며 양 회장에게 (압수수색을) 알리라고도 했다.” – 전 위디스크 직원 ㄴ씨

대표가 압수수색 날짜로 지목한 9 3. 경찰은 그날 위디스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9월 말께, 회사 근처 식당에서 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양진호 회장은 ‘임 대표가 신중해서 말이 없다. 임 대표가 잘 처리해서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겠다. 걱정하지 마라.’ 이렇게 말했다. 이후 임 대표는 ‘사건은 잘 해결될 수 있고, 잘 되면 벌금형으로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양 회장은 계열사 대표이사들에게 ‘니들이 벌금형을 받으면 그것의 두 배로 보너스를 주겠다’고 말했다.” – 전 위디스크 직원 ㄱ씨

대표는 양진호 회장의 충실한(?) 조력자였다. 회장이 오랜 기간 법망을 피한 배경에는 그의 활약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관의 회장 봐주기정황이 드러나는 지금. 양진호 회장과 경찰검찰 관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셜록><뉴스타파><프레시안>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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