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는 구조한 개를 안락사했음에도, 이를 ‘해외로 입양 보냈다’는 미담으로 조작했다. 이 사실을 언론이 취재하자 ‘죽은 개와 비슷하게 생긴 애들을 구해서 갖다 놔야 한다’는 취지로 또다른 조작을 기도하기도 했다.
은폐된 죽음을 미담으로 180도 바꿔버린 박소연 대표의 거짓말에 KBS <추적 60분>도 속았다.
2017년 2월, KBS <추적 60분>은 ‘죽음을 향한 게임 투견’ 편을 방영했다. 당시 KBS 제작진과 경찰이 투견장을 급습하는 현장에 <케어>와 박소연 대표가 같이 참여했다.
<추적 60분>은 “2016년 9월에도 충남 서산경찰서가 서산 투견장을 급습해 투견 16마리를 압수했으며, 이 가운데 8마리가 미국으로 입양됐다”고 보도했다. 입양이 어려울 것만 같은 투견도 해외로 입양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케어> 내부고발자 A씨는 “서산경찰서에서 인계받은 투견 중 미국으로 입양간 개는 한 마리도 없다”고 증언했다. KBS <추적 60분>의 보도와 달리, 서산경찰서에서 케어가 인계받은 투견은 12마리였고, 이 중 6마리가 안락사당했다고 A씨는 고백했다.
A씨는 “2016년 11월경, 투견을 보호하고 있던 인천 소재의 위탁보호소로 수의사가 찾아와 6마리를 안락사시켰다”고 말했다. 이후 3마리는 인계 과정에서 서로 싸우다가 부상을 입고 죽거나 자연사 했다. 현재 <케어>가 보호하는 투견은 세 마리뿐이다.
KBS <추적 60분> 방송에는 총 네 마리의 투견 사진이 함께 보도됐다. 미국으로 입양 갔다고 조작된 ‘가짜 투견’ 사진이었다. A씨는 “네 마리 모두 서산경찰서에서 인계받은 투견은 맞지만, 박 대표의 말처럼 해외로 입양간 개체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박 대표는 애초부터 투견 안락사를 염두하고 있었다”며 “투견은 입양도 어렵고 잘못하면 다시 투견업자한테 반환될 수도 있으니까 박 대표가 ‘차라리 몇 마리만 놔두고 안락사 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했다”라고 밝혔다.
지난 8일, A씨의 증언을 검증하기 위해 기자는 KBS <추적 60분> 담당 PD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담당 PD는 “(당시 취재할 때) 투견의 근황을 묻자, 단체 (박소연 ) 대표가 투견 8마리는 미국으로 입양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대표의 증언 이외에는 별다른 팩트 체크를 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 <뉴스타파>와 인터뷰한 수의사 C씨는 “재작년쯤(2016년 의미) 직접 현장에 가서 투견을 안락사했다”고 증언했다.
<셜록>은 투견의 근황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12월 24일 충주보호소를 방문했다. 내부고발자 A씨의 증언대로, <케어>가 인계받은 투견 12마리 중 3마리만이 충주보호소에서 지내고 있었다.
“투견 주둥이를 염색하자”
안락사된 서산 투견에 대한 취재가 시작되자, 박소연 대표는 투견을 사와 개체 수 맞추기를 시도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입수한 2018년 12월 21일 자 통화 음성파일에는 안락사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비슷한 투견 세 마리를 구해야 한다”는 박소연 대표의 목소리가 그대로 담겼다.
2018년 12월 21일 자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박소연 대표는 투견의 근황을 확인하는 서산경찰서 형사의 전화를 받고, 이를 대비하기 위해 A씨에게 연락했다.
박 대표는 “어떤 기자가 형사한테 전화를 해서, 서산경찰서에서 <케어>로 인계한 투견이 안락사당했다고 말했다더라”면서 A씨에게 “투견이 몇 마리가 남았냐”고 묻는다.
A씨가 “3마리밖에 남지 않았다”고 대답하자, 박 대표는 “조금 더 물려죽은 걸로 해야겠다”면서 “혹시 모르니까 비슷한 애들 3마리 정도는 구해놔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기자들의 현장 취재를 대비해 비슷한 투견 세 마리를 사와 눈속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어 박 대표는 “투견 5~6마리 데리고 있어야 뭐가 말이 맞는데” 라면서 “지금 데리고 있는 투견 사진을 보내주면, 옛날 사진이랑 비교해서 비슷한 개체들을 찾아보겠다”고 말한다.
거짓말을 또 다른 거짓말로 덮으려는 시도였다. 내부고발자 A씨가 제공한 지난 1월 4일 내부고발자 A씨와 박소연 대표가 나눈 통화 내용은 더 기막히다. 박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한 곳에서 한꺼번에 (투견을) 데려오면 의심받을 수 있으니 여기저기서 조금씩 데려 오자. 주둥이는 우리가 염색해서 검은색으로 두 마리는 그렇게 해보고..”
은밀한 안락사에 이어 주둥이 염색 추진까지. 박소연 대표의 엽기적인 행위와 시도는 하나둘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