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연 대표만 왕래하는 비밀 동물보호소가 있다. <케어> 내부 직원은 물론이고 후원자도 거의 모르는 곳이다. 어떤 곳일까?
어렵게 입수한 주소를 들고 충남 홍성 홍동면으로 향했다. 내비게이션은 접근이 쉽지 않은 산 중턱 마을로 안내했다. 주소지에 도착했으나 개는 물론이고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어느 마을 주민 집을 찾았다.
“개 많이 키우는 데를 찾는다”고 하자 중년이 넘어 보이는 부부는 기자에게 반문했다.
“개 사시게?”
비밀 보호소를 운영하는 사람은 이전에 개농장을 했던 사람이라 들었는데 사실인 듯했다.
- (개를 보호하는 사람이) 원래 개를 팔던 사람이 맞나요?
“원래 오래전부터 키우던 사람이 맞아요.”
마을 사람은 “개 파는 곳”이라며 저쪽 언덕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좀 더 한적한 산이었다. 비밀 보호소에 도착하자 아침 서리처럼 흰 진돗개가 달려와 짖었다. 가만보니 앞다리 하나가 없다.
왼쪽의 진돗개가 짖자 길 오른쪽에서 철창 안에 갇힌 개들도 일제히 목청을 높였다. 철창은 배설물이 아래로 떨어지도록 바닥에 구멍이 뚫린, 일명 ‘뜬장’이었다. 동물권단체는 뜬장에 개를 가두는 건 잔인한 일이라며 비판해 왔다.
박소연 대표의 비밀보호소는 초입부터 달랐다. 개들이 시끄럽게 짖자 샌드위치 판넬로 지어진 조립식 집 창문이 거칠게 열렸다.
“누구요! 누구냐고!”
박소연 대표가 개 농장주에서 동물보호소 직원으로 전업시켰다는 B씨다. 기자를 확인한 B씨는 개보다 크게 소리쳤다.
“거기 가만히 있어! 더는 올라가지 마세요! 거기 딱 서 있어!”
영하 7도, B씨는 외투도 걸치지 않고 급하게 나왔다. 그는 눈치가 빨랐다.
“무슨 속셈으로 온지 다 알어. 그니까 돌아가세요.”
그는 길을 막고 기자를 밀쳐냈다. 그의 등 뒤로 언덕에서 개 수십 마리가 짖어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에게 “이곳이 동물권단체 <케어>가 운영하는 보호소가 맞느냐”고 물었다. B씨는 모르쇠였다.
“<케어>고 뭐고 들어본 적도 없어!”
<케어>와 상관 없다면 그는 그저 개농장 주인일까?
“내가 좋아서 개를 돌보고 있는 거여. 한두 마리 키우다가 불어나니까 좋은 사람들 있으면 나눠주고 그래. 팔거나 그러지 않고.”
개는 몇 마리나 있는 걸까.
“한 20~30마리 있을까?”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에게 기자 신분을 밝히고 보호소를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B씨는 이런 이유를 들며 거절했다.
“개가 물으면 어떻게 할 거야?”
기자가 계속 요청하자, 그는 일종의 ‘거래’를 시도했다. 하루치 사료 값을 내면 현장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하루 세 포대! 5만 원 주고 가.”
개들 먹이는 사료 세 포대. 기부라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B씨가 비밀보호소로 향하는 길을 터졌다. 개들이 밀집한 견사에 가까워지자 작은 강아지 여러 마리가 짚단 더미 밑에서 뛰어 나왔다.
강아지는 귀여웠다. 근데, 이상한 일이다. 강아지는 여기서 태어났을까? 적절한 관리를 위해 보호소에서는 동물들의 번식을 막는다. 무리한 번식은 동물 유기로 이어질 수 있기에 정상적인 동물보호소에서는 개체 수 유지에 많은 신경을 쓴다. 하지만 B씨는 당당하고 태연했다.
“귀엽죠? 얘네들 여기서 임신하고 태어났어요.”
언덕길을 따라 좀 더 오르자 100여 평의 보호소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샌드위치 판넬을 이어 만든 견사는 파란색 지붕으로 덮였다. 견사마다 2~4마리의 개들이 있었다.
“이 정도면 훌륭하잖아! 2마리씩 딱딱 들어가 있고!”
B씨는 개 네 마리가 든 견사는 외면했다. 견사에 접근해 문을 열려 하자 그는 “내부는 보여줄 수 없다”며 다시 기자를 밀쳐냈다.
견사 옆으로 또다른 뜬장 보였다. 진돗개 두 마리가 갇혀 있었다. 그 옆에 철망 안에도 새끼 강아지 5마리가 들어 있었다. B씨는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 정도는 훌륭하잖아!”
기자가 뜬장 주위를 계속 기웃거리자, 그는 다시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거기는 굳이 왜 보려고! 됐어. 이제 그만 가!”
약 10분 만에 떠밀리듯 비밀보호소에서 떠나야 했다. 언덕을 내려가며 B씨에게 “여긴 외진 곳인데 동물이 아프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내가 주사 놔주고 관리 다 혀. 개 키우다 보면은 반 의사 돼.”
“개 농장주들이 돈을 아끼기 위해 수의사를 거치지 않고 항생제 같은 주사를 직접 놓는 경향이 있다”는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의 말이 생각났다. 방문했을 때처럼 현장을 떠날 때도 앞다리 하나를 잃은 진돗개가 요란하게 짖었다.
“근데, 저 개 다리 하나는 왜 사라졌어요?”
“여기서 지들끼리 싸우다가 저렇게 됐어.”
안타깝게 쳐다보자 B씨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크게 말했다.
“쟤가 그래도 싸움을 얼마나 잘하는데! 저 몸으로 노루, 고라니도 잡는다니까!”
기자가 돌아서자 B씨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뒤, 박소연 대표가 기자에게 전화를 했다. 박 대표는 당혹스런 목소리로 하나를 반복해서 물었다.
“기자님, 거기 보호소 주소 어떻게 아셨어요? 누가 알려줬어요?”
박소연 대표는 “우선 홍성 쪽은 <케어>의 보호소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으며, “작년 7월에 진행한 ‘개농장을 보호소로’라는 프로젝트 차원에서 전업의 의미로 개장수를 지원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박 대표는 “당시 현장은 일반적인 개농장과 달랐다”며 “시설이 뜬장도 아니었고, 짬밥도 깨끗한 편이라 이 정도 사람이면 엄격한 관리 아래 (개농장 주인에서 동물보호소 관리인으로 전업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기자가 직접 확인한 뜬장과 번식중인 강아지를 모르는 게 분명했다. 그럼에도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정기적으로 (홍성에) 가서 관리하고 있어요.”
박소연 대표는 지난해 5월경부터 홍성보호소 지원을 추진했다. 당시 개농장을 접을 의사가 있었던 B씨는 <케어>에 농장 개들을 데려가 달라고 문의했고, 6월경 박 대표는 B씨가 키우던 진돗개 60마리를 매입했다. 식용으로 개가 팔리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이후 박소연 대표는 ‘개농장을 보호소로’라는 프로젝트 사업에 B씨를 끼워 넣었다. ‘개농장을 보호소’로는 2018년 7월경 남양주 개농장 구조 당시 내걸었던 캠페인 사업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1차 목표는 충청도 홍성에 있는 개농장을 폐쇄하고, 그곳을 보수해 유기동물 보호소로 만드는 것이었다.
개 농장주가 개를 식용의 목적으로 키우거나 파는 것이 아닌, 개를 보호하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전업을 시키는 취지였다.
이 때문에 홍성보호소에 3000만 원 상당의 후원금이 지원됐다. 개 매입비 600만 원, 견사 건설비 2000만 원, 가축분뇨처리시설 공사비 350만 원이 사용됐다. 이외에도 사료비, 치료비 등이 B씨에게 지원되고 있다.
이후 개 농장주 B씨는 아예 홍성보호소 직원으로 고용됐다. 내부고발자에 따르면 <케어>는 지난해 7월부터 그에게 인건비가 지급하고 있다.
문제는 B씨가 관리·감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케어> 내부고발자 A씨도 이 점을 지적했다. 그는 홍성 비밀보호소의 동물을 걱정하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아무리 전업에 의의가 있다고 해도, 일단 개를 팔았던 사람이잖아요. 그러면 더 엄격하게 감독을 해야죠. 서울에서 홍성은 멀어서 매일 올 수도 없어요. 제가 따져 물어도 박 대표는 저한테 신경 끄라고만 말했어요.”
A씨는 지난해 7월에 찍은 홍성보호소 사진을 증거로 보여줬다. “다른 개농장과 다르다”는 박 대표의 주장과 달리, 보호소에는 뜬장이 건재했다.
A씨는 “7월부터 <케어>에서 홍성보호소로 사료를 보내줬지만, B씨는 그때까지도 개들에게 짬밥을 줬다”고 말했다. ‘개농장 주인에서 동물보호소 관리인’ 전업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A씨가 게속 문제를 제기했지만, 박 대표는 A씨에게 홍성보호소 문제에 관여하지 말 라고 지시했다. 내부고발자가 제공한 지난해 7월 23일 자 통화 녹음 파일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내부고발자 A씨 – “남양주(에서 구조한) 애들을 그러면 차라리 옮기는 방법으로 해야지. 나는 솔직히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얘기를 하시는데, 개농장을 했었고. 어차피 애들 관리인데 그걸 그 사람한테 어떻게 맡겨요.”
박소연 대표 – “아니, 그 사람이 내가 가서 봤잖아요. 가서 봤고, 괜찮더라고요. 다른 개농장보다 괜찮게 했고..”
내부고발자 A씨 – “그래도 어처피 개장수잖아요. (중략) 처음 샀을 때 애들 사진은 찍어 놓으셨어요?”
박소연 대표 – “네. 애들 사진 있어요 (중략) 국장님, 내가 알아서 할게요. 내가 알아서 할게. 거기는 신경쓰지 마.”
우려는 현실이 됐다. 현재 홍성보호소 개체 수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진돗개 60마리를 매입했지만, 새끼가 계속 태어나고 있다. 총 107마리까지 추정하는 상황이다. 보호소 기본 조건인 ‘개체 수 유지’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B씨는 암수를 구분하면 싸워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해요. 개장수들이 자주 하는 변명이거든요. 홍성보호소가 보호소인지, 번식장인지 모르겠어요.”
내부고발자 A씨가 제공한 작년 가을 문자메시지를 보면, 홍성보호소 직원 관리에 대한 박 대표의 태도를 알 수 있다.
A씨는 “거기(홍성) 저희 60마리 샀는데, 전에 두 달 전에도 새끼 태어나셨다고 하셨죠. 이번에 20여 마리 태어난 거고 나머지 애들은 어떻게 된 거예요”라고 묻는다.
박 대표는 “그럼 사람 하나를 더 요구해야 하지 않나요. 어제 세어 볼 시간은 없었는데”라고 답한다.
보호소에서 개들이 번식하는데 “세어 볼 시간이 없었다”니.
A씨는 “최근에 B씨가 개체 수를 다시 60마리라고 말했다”면서 “B씨가 개체 수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홍성보호소는 박 대표 혼자만 관리하고 있어 사실상 정확한 개체 수 파악이 안 된다”고 말했다.
개체 수 관리가 안 되는 것을 넘어 많은 강아지가 새로 태어나 번식하고, 뜬장에 개들이 갇혀 있는 비밀 동물보호소. 마을 주민들이 “개를 판다”고 지적하는 현장.
지난 12일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케어> 직원들은 홍성보호소는 손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들은 “지난해 9월경 박 대표가 ‘홍성보호소를 지원할 예정이다’라고 통보하고 일을 일방적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홍성보호소에 대한 논의는 대표와 국장급 사이에서만 진행됐다”며 “전체회의에서 직원들이 홍성은 거리도 멀고, 개 농장주의 관리·감독이 어렵다고 의견을 제시했지만, 박 대표는 듣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나를 빠트렸다. <셜록>은 비밀보호소 관리인 B씨에게 5만 원을 주지 않았다. ‘부당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