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양이 수백 마리를 몰래 죽인 <케어>는 사람에게도 막무가내였다. <케어> 이사회는 “공익신고 등을 이유로 불이익조치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공익신고자보호법을 법을 어기고 공익신고자 임아무개 씨의 업무를 정지시켰다.
언론이 박소연 <케어> 대표의 비밀 안락사 지시를 폭로해 많은 시민이 충격에 빠진 그때, 한 <케어> 이사는 박 대표에게 ‘하트’ 이모티콘을 날렸다.
개가 떼로 죽어나가는 사실을 몰랐던 <케어> 이사진은 아무 잘못이 없을까?
4년간 개 230여 마리 쯤 죽여도 별 문제 없던 조직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케어> 이사진은 무지와 무책임이란 잘못에서 자유롭지 않다. ‘몰랐다’는 변명으로 이번 비밀 안락사 사태에서 면죄부를 받기는 어렵다.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이렇게 지적했다.
“박소연 <케어> 대표가 꼭 말해야만 (안락사 사실을) 알 수 있나요. 이사들은 운영진으로서 구조 동물의 개체 수, 보호소 상황 등을 항상 살폈어야 합니다. 관심만 갖고 있었다면 (안락사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공익신고자 임아무개 씨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안락사 대상 동물로 만삭인 암컷 개나 옴과 같은 피부병 질환에 감염된 개도 안락사 우선 대상에 포함됐다. 건강한 개체도 새로 구조된 동물을 위해 자리를 비켜줘야 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고시한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에는 안락사 지침이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다.
제20조 ‘인도적 처리 대상 동물 선정’에는 수의사를 포함해 2인 이상이 참여하여, 안락사 대상 동물을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해 놓았다. 수의사 진료 없이 누구도 안락사 대상 동물을 임의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없는 것이다.
1순위는 홍역, 파보, 장염 등 전염성과 치사율이 높은 질환에 감염되거나 상해로 인해 건강 회복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개체, 2순위는 치료 비용, 치료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보호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개체, 3순위는 건강상태가 쇠약하거나 심장질환, 백내장, 호르몬 질환 등에 감염되어 분양 후에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개체, 4순위는 사람 및 동물을 공격하거나, 교정이 어려운 행동 장애 등으로 인해 분양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개체, 5순위는 그 밖에 센터 수용능력, 분양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보호·관리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개체 등이다.
안락사 절차도 기재되어 있다. 수의사에 의해 안락사 대상 동물의 건강 상태 및 개체 정보 등이 확인되어야 하며, 수의사와 그 외 1명 이상 입회 하에 안락사는 실시되어야 한다. 안락사 방법도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물론,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은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거나 위탁을 맺은 동물보호소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케어>는 동물보호단체로서 국가에서 고시한 안락사 지침을 충분히 참조할 수 있었다.
“국내 최초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소”라고 선전하던 <케어>가 안락사 지침을 몰랐다면 문제지만, 알고서도 회원과 직원들에게 숨긴 채 임의적 기준으로 안락사를 시행했다면 그건 더 큰 문제다.
결국 이번 비밀 안락사 사태는 박소연 대표 개인을 넘어, 단체의 문제로 확장할 수밖에 없다. 운영진인 이사회가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지난 1월 30일 <케어> 공식 SNS에 올라온 ‘이사회 회의 결과’에는 이사진의 사과를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이사회 안건에는 공익신고자 임아무개 동물관리국장의 임원 직무정지안이 포함됐다
“정관 제16조5항에 의거하여 연속 2회 이상 서면으로 의결서를 제출하지 않고 이사회에 불참한 임원에 대해서 직무를 즉시 정지할 수 있으나, 1회에 한하여 더 소명 기회를 주기로 하고, 다음 이사회에서 임 모 이사의 직무정지를 재논의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날 이사회는 박소연 대표를 포함해 총 세 명이 참석했다. 이사 3명 모두 사단법인 <케어> 이사진이다.
이에 대해 공익신고자 임 씨는 “나는 비영리단체 <케어> 이사인데, 사단법인 <케어> 이사들이 모여 내 임원 직무정지안을 추진했다”면서 “이사회 구성원을 보면 애초에 성립될 수 없는 안건”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케어>는 서울시 지정 비영리단체와 경기도 관할 사단법인으로 구분된다. 한 단체로 알려졌지만, 몸통이 다른 두 단체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케어> 전·현직 직원들은 “비영리단체 <케어>와 사단법인 <케어>는 대표가 박소연 씨로 동일하나, 회계나 이사진은 분리되어 있어 별개의 단체로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영리단체와 사단법인 <케어> 정관에 따르면, 케어 임원은 대표(사단법인–회장), 이사 3인 이상(대표/회장 포함), 감사 1명 이상으로 구성된다. 이사와 감사는 정회원이 정회원 중에서 지정하여 추천하고 총회에서 선출한다.
임원 임기는 3년이며, 연임이 가능하고 무보수를 원칙으로 한다. 이사는 동물보호에 대한 지식과 실천능력 및 의지를 갖춘 사람으로서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한다.
<케어> 이사진은 폐쇄적으로 운영됐다. <케어> 홈페이지를 살펴도, 이사진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이다. 총회나 이사회에 대한 ‘결과자료집’도 공개되지 않았다.
전·현직 직원과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비영리단체 <케어> 이사진은 총 6명이다. 박소연 대표 이사를 중심으로 김용호, 임희진, 이아인, 이용철, 박두병 이사로 이뤄진다.
사단법인 <케어> 이사진도 총 6명이다. 법원행정처가 발행한 사단법인 <케어> 등기증명서에는 박소연 대표 이사를 중심으로 황청조, 최애란, 문태순, 이수형, 고선아 이사가 명시되어 있다. 사단법인 <케어> 이사진은 2014년 9월 이후 공동대표 한 명을 제외하고 바뀌지 않았다.
<케어> 이사 대부분은 박소연 대표와 오랫동안 친분이 있는 사람들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측근인 이사들이 <케어>에서 이뤄진 안락사를 그동안 왜 몰랐을까.
<케어> 이사진을 오래 지켜본 전 직원 A씨는 이렇게 진단했다.
“단체 이사 대부분이 2000년대 초반부터 박소연 대표와 친분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들의 유일한 역할은 (박소연) 대표를 무비판적으로 지지하거나 응원하는 것밖에 없어요. 단체 내부에서 이사진 역할이 없다는 것, 그게 문제입니다.”
1월 12일, 박소연 대표의 이사회 소집 요청에 이사진이 보인 반응은 A씨의 지적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이사회 소집은 비영리단체와 사단법인 <케어> 이사진을 합쳐 총 11명에게 안내됐다.
2019년 1월 12일 자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박소연 대표는 이사회 소집을 이렇게 안내했다.
“<케어>를 위해서 이번 사태는 제대로 소명되고 해결되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정리되어야 하기에 정관의 규정대로 이사회를 소집하고자 합니다.”
한 이사는 아래처럼 말하며 박 대표에게 ‘하트’ 이모티콘을 날렸다.
“참 황당한 일이네요. 날짜 소집되면 뵙겠습니다. 힘내세요 대표님.”
이후 대답을 한 나머지 이사 4명도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이사회 참석을 희망한다는 의사만 밝혔다.
문자메시지 대화창에서 <케어> 이사진은 도살에 가까운 비밀 안락사에 크게 놀라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한 견해를 듣고자 여러 이사들에게 수차례 연락을 했지만 이들은 “이사회 결과 보고로 이사진의 입장은 이미 밝혔다”거나 “<셜록>과는 인터뷰하지 않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기자와 유일하게 전화 인터뷰를 한 비영리단체 <케어> 이사 B씨는 내부 사정을 소상히 털어 놓았다.
B씨는 “이사진이 <케어> 내부 일에 깊숙이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사는 형식적으로 있었다고 봐야 해요. 이번 (안락사 사태)처럼 중요한 일이 터질 때는 이사회가 소집되어서 의결권을 행사하죠. 하지만 따로 안건을 갖고 이사회가 소집된 건 제가 이사에 선출된 2017년 이후, 이번 1월 13일 이사회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몇 명을 제외하고 (1월 13일 이사회에서) 대부분의 이사 얼굴을 처음 봤습니다.”
<케어> 이사회는 정기 연례 총회 직전에 매년 열리긴 했다고 한다. 총회 안건을 상정하기 위해서다. <케어> 전 직원 A씨는 “총회 앞두고 형식상으로라도 이사회가 열렸다”면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이사회는 총 4~5번 정도 열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사 B씨는 이번 비밀 안락사 사태에 이사로서 책임을 느끼고 있을까.
그는 “나도 (케어의) 안락사 사실을 몰라서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이사회에서 보니 다른 이사들도 몰랐던 눈치”라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개체 수나 안락사 관련 데이터가 이사들한테 공유되지 않았다”면서 “(입양) 센터랑 보호소에 몇 백 마리가 보호되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를 하나하나 확인하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소연 대표한테 사퇴 후에 억울한 걸 소명하라고 권했지만 사퇴 의사가 없어 보였다”면서 “나는 이번 일에 이사로서 책임을 느끼고, 1월 13일부로 이사직 사임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케어> 현직 직원의 증언도 이사 B씨의 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케어> 현직 직원 C씨는 “이사진이 하는 역할은 정기총회 때 같이 모여서 (총회) 안건을 발표하는 정도였다”면서 “이사진 중에서 박 대표한테 이의 제기를 하거나 비판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다른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이사진의 역할과 의무가 막대한 만큼 이번 <케어> 안락사 사태에 이사들도 공동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락사 사실을 몰랐다는 건 평소에도 내부 사안에 대해 이사들과 전혀 공유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우리 단체 경우에는 성명서 하나를 발표하더라도, 이사들과 논의 후에 공식적인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본적으로는 단체의 ‘지배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대표에게 집중된 지배구조는 <케어> 설립자인 박소연 대표가 단체를 사조직처럼 군림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의미다. <케어> 정관을 살펴보면, 대표에게 막강한 권력을 실어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비영리단체와 사단법인 <케어>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가 갖는 의결 사항은 총 11가지다.
1. 정관개정(단, 단체/법인의 해산, 임원의 불신임은 의결할 수 없다.)
2. 총회에서 위임받은 사항
3. 대표(사단법인-회장) 선출에 과한 사항
4. 업무 집행 및 사업계획 운영에 대한 사항
5. 예산, 결산에 관한 사항
6. 인수, 합병, 재산 변동 등의 사항 (사단법인 – 정관에 의하여 그 권한에 속하는 사항)
7. 내규, 시행규칙, 센터운영지침, 보호소 위탁운영지침, 수익 사업(카페 포함) 운영 지침, 교육 센터 운영지침 및 기타 규칙의 제정, 개정, 폐지
8. 기타 업무 집행을 위해 필요한 사항
9. 주사무소, 지부, 부설기관의 설치, 이전 및 폐쇄에 관한 사항
10. 총회 소집이 안 될 경우 총회에 회부할 의제에 관한 사항
11. 기타 협회의 운영상 중요한 사항
문제는 이사회가 대표를 견제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사회에는 임원 불신임 권한이 없다. 또한 대표 해임 의결권도 이사회가 갖지 않는다. 이사 과반수가 나서도, 무소불위한 대표 권력에 제동을 걸기 어렵다.
반면, 대표는 직권으로 정회원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 임원 역시 정회원 중에서 선출되기 때문에 정회원 자격이 상실된다면, 임원이라도 어떠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이사들의 지위도 대표의 손에 달린 셈이다.
결국 임원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총회’밖에 없다. 임원의 해임은 오직 총회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총회는 임원이 아니더라도, 정회원 100분의 1이상이 요청할 경우(사단법인의 경우 정회원 5분의 1이상이 요청할 때) 소집될 수 있다.
그렇지만 박소연 대표의 해임까지 갈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총회가 열리더라도 난항이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케어>의 정회원 수도 4000명 대로 줄어든 가운데, 회원 이탈은 그만큼 박 대표를 반대하는 회원들이 줄어들어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소연 대표는 총회 소집에 필요한 정회원 정족수 40명 정도는 자기 사람으로 채울 수 있는 힘이 있다.
또한 ‘정회원 자격 조건’을 상향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관개정 권한이 있는 이사진이 마음만 먹으면, 정회원 요건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케어>의 정회원 자격은 3개월 이상 연속으로 일정회비를 납부한 자에게 주어진다.
실제 2월 14일 <케어> 홈페이지 ‘회원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정기총회에 참석할 수 있는 권한이 상향되길 바랍니다”라는 게시물이 올라온 바 있다.
참여연대 한 간사는 “대표의 사유화는 시민단체 전반에 퍼진 고질적 문제”라고 조언했다.
“최근 동물보호단체 중에 후원금 납부 기간을 8년 이상, 정기 후원금을 월 3만원 이상 등으로 정회원 자격을 상향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박소연 대표 측근으로 이뤄진 이사진이 충성도 높은 회원만 총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회원 자격을 까다롭게 개정할까봐 우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