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말과 행동은 한 사람의 많은 걸 보여준다. 사람의 진정성은 긴 설명이 아닌 일상의 태도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은 과연 어떨까.
상습폭행, 강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양 회장은 21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최창훈) 심리로 열린 제1차 공판에서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양 회장은 변호인을 통해 이런 주장도 했다.
“(직원 상습폭행 문제는) 장난할 의사로 한 것이지, 때릴 의도는 없었다.”
“(일본도와 활로 죽인 닭은) 백숙으로 먹었기 때문에 동물학대가 아니다.”
양진호 회장은 그동안 공개된 장소에서는 사과와 반성을 언급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7일 경찰에 체포된 직후 시민들에게 “공분을 자아낸 점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잘못을 인정합니다. 잘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약 3개월이 지금, 양 회장은 구치소에서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보냈을까?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최근 양진호 회장이 외부 지인들에게 전한 의견을 문서 형태로 입수했다. 내용을 압축적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내 밑에서 일했던 사람이 배신자로 나서 악의적으로 조작된 내용을 언론에 알렸다. 언론은 과장된 내용을 보도했다. 나는 이번 시련을 노력으로 극복할 거다. 여름이 오면 나는 밖에서 편안히 지낼 수 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양 회장은 자기를 고발한 공익신고자 A씨를 ‘배신자’라고 표현했다. 그는 A씨의 제보는 “악의적으로 조작”됐으며, 언론 보도는 “과장된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스스로 말한 대로, 양 회장은 배신자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양진호 회장의 ‘옥중경영’ 영향을 받는 (주)한국인터넷기술원은 최근 공익신고자 A씨에게 업무 복귀를 명령했다. A씨는 지난 18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으로 이주한 회사로 출근했다.
A씨가 배정된 근무 장소는 창고같은 곳이다. 책상에는 컴퓨터, 전화기가 없고, 주변엔 종이박스가 쌓여 있어 사무실로 보기 어려운 장소다. 이전에도 회사 측은 A씨에게 “회사에서 제공한 차를 반납하고, 오피스텔을 비우라”는 불이익 조치를 통보하기도 했다.
벌써 해고된 사람도 있다. 양 회장 소유 회사의 대표를 지낸 B씨와 C씨가 그들이다. 두 사람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양 회장의 비위 사실을 고발했다. 결국 양 회장은 구속 상태에서도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보복 절차를 하나하나 진행하고 있다.
양진호 회장은 자신이 퇴사한 직원을 마구 때리는 동영상이 폭로된 직후에도 상식밖 반응을 보였다. <셜록>과 <뉴스타파>의 첫 보도 직후, 양 회장은 공익신고자 A씨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내가) 손 쓸 틈도 없이 당했네요.”
많은 시민이 충격과 분노를 느낀 그때, 양 회장은 과거 함께 일한 직원 D씨에게 전화를 걸어 동영상 속 폭행 피해자에 대해 다급하게 물었다.
“제가 그 새X를 왜 때렸습니까?”
D씨는 양 회장이 전직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 폭행할 때 현장에 있던 인물이다. D씨는 “질문을 받고 깜짝 놀랐다, 양 회장은 폭행 피해자를 ‘그 사람’ ‘그분’이 아니라 ‘그 새X’라고 불렀다”며 “폭행 이유를 정말 몰라서 묻는 건지, 아니면 ‘동영상 제보자가 혹시 너냐?’라고 떠보는 건지 당혹스러웠다”고 당시 기분을 전했다.
양 회장 밑에서 일했던 직원들은 저 질문을 두고 대체로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양 회장의 물음은 진심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자기가 때리고 괴롭힌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스스로 헷갈리는 거죠.”
양 회장을 오래 지켜본 사람은 다른 이야기를 했다.
“양 회장은 마약을 많이 해서, 엉뚱한 순간에 기억을 잃을 때가 있거든요. 정말 약 때문에 기억을 못하는 걸 수도 있습니다.”
양진호 회장은 대마초 흡입 외에 다른 마약 혐의로는 기소되지 않았다. 스스로 사람을 마구 때려놓고 그 이유를 몰랐던 양 회장. 그는 법정에서 상습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장난으로 한 일이고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지금 닭백숙을 특이한 방법으로 만들어 먹는 것에 그치지 않는, ‘양진호라는 새로운 인간’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과와 반성, 성찰이라는 말과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그런 사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