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도 횡령 혐의가 적용된 적이 없다.” 돈 문제만큼은 떳떳하다고 자신한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 정말일까?
박소연 대표가 <케어> 후원금 수천 만 원을 자신의 종신보험료 납부에 쓴 사실이 밝혀졌다. 박 대표 개인 종신보험료로 지출된 후원금은 2016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약 3796만 원. 최근까지 납부했다면 이 금액은 더 커질 수 있다.
박소연 대표는 후원금으로 개인 종신보험 가입한 사실을 기자에게 인정했다. 그동안 박 대표와 <케어> 측은 관련 내용을 외부에 밝히지 않았다.
<케어>는 단체 운영비 내역인 ‘살림보고’를 매달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이 살림보고에는 ‘적립금’이란 항목이 있다.
2016년 1월부터 살펴보면 ‘적립금’이란 이름으로 매달 적게는 51만2400원, 최대 302만5300원이 꾸준히 지출됐다. 102만4800원이 지출된 달도 있다. 2018년 12월까지 7번을 제외하고 매달 이런식으로 지출됐다.
이 적립금은 어디에 쓰이는 돈일까? <케어> 회계팀장 C씨는 <셜록>에게 최근 이렇게 밝혔다.
“(직원들) 퇴직급여를 마련하기 위해 저축하는 비용입니다.”
2018년 12월 기준 <케어> 사무국 직원만 20명이 넘는데, 고작 51만 원을 퇴직금으로 저축한다고? 뭔가 이상한 대목이다.
퇴직급여 저축 방식을 묻자 C씨는 입을 닫았다. 기자의 전화번호도 차단했다. 다수의 <케어> 직원 역시 적립금이 뭔지 몰랐다.
직원들도 모르는 이 적립금의 정체는? 박소연 대표가 후원금으로 종신보험료를 납부한 내역이다. 비영리단체 대표가 후원자한테 알리지도 않고 개인 명의로 가입한 종신보험을 후원금으로 납부해온 것이다.
그동안 박 대표는 후원금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했다고 강조했지만, 세부 회계 내역은 파악하지 못하게끔 ‘꼼수’를 부린 셈이다.
박 대표는 관련 문제가 드러나자 책임을 전현직 직원들에게 돌렸다.
“전 회계 직원 B씨가 직원들 퇴직금 적립으로 이자율이 높은 것으로 우선 해놓기 위해 <케어> 정회원이자 보험설계사인 A씨와 오랜 상담 끝에 그 (종신보험) 상품을 선택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B씨가 (퇴사 당시) 아무 문제없이 인수인계하여 현 회계담당자도 그렇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소연 대표의 해명은 보험설계사 A씨와 전 회계 직원 B씨의 설명과 다르다. 보험설계사 A씨와 전 회계 직원 B씨는 “종신보험에 가입한 건 박소연 대표”라고 밝혔다.
B씨는 “박소연 대표가 보험설계사 A씨와 통화하게 했고, ‘최저보장율이 높고 적립금 모으기 좋은 보험 상품으로 오늘까지 가입하지 않으면 없어지니 꼭 가입해야 한다’는 A씨의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자명은 추후 단체 명의로 변경하면 된다고 A씨가 알려 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보험 가입 이후 2016년경에 보험설계사 A씨에게 (보험계약자를) 단체 명의로 바꾸는 걸 문의했다”면서 “A씨가 ‘박소연 대표가 직접 보험회사에 가면 명의 이전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해주어 나는 박 대표한테 안내했다”고 밝혔다.
보험설계사 A씨는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제(6일) <케어> 현 회계 담당자 C씨가 (개인 종신보험) 계약자를 단체 명의로 바꾸고 싶다고 문의가 왔다. 그 연락을 받고 아직도 (종신보험이) 박소연 대표 개인 명의로 가입되어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케어> 측이 종신보험 계약자 명의를 바꾸려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박소연 대표의 해명은 이렇다.
“한참 후에 (보험계약자 명의 변경을 위해서는) 제가 직접 해야 한다고 하는데, 늘 바빠서 직접 (보험회사에) 가야하는 걸 미루다가 (명의 변경을) 못 했습니다. 다시 명의를 바꾸려고 하니 (보험 회사 측에서) 무엇(규정)이 바뀌어서 안 된다고 했습니다.”
명의 변경을 시도했다는 박 대표의 주장. 사실일까? 해당 보험회사에 직접 확인해봤다. 보험사의 설명은 이렇다.
“법인과 달리 비영리단체 대표 개인 명의로 가입된 종신보험의 경우에는 대표 이름에서 단체 명의로 바꿀 수 없습니다. 사망시 사망진단금은 보험계약자인 대표가 받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복수의 보험회사 관계자는 “개인 회사도 아니고 비영리단체 대표가 후원금으로 개인 종신보험료를 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월급 받는 사장(대표)이 회사(단체) 돈으로 개인 종신보험료를 납부한 건 자기 돈을 만들기 위한 수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직원들의 퇴직급여를 마련하기 위한다면 퇴직연금보험을 가입하면 되는 일”이라며 “퇴직연금보험 대신에 왜 대표 개인 종신보험을 가입했는지 명확히 따져볼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 법조계 인사는 “단체 대표가 특정 용도를 벗어나서 개인의 이익을 위해 후원금을 사용했다면 횡령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종로경찰서는 지난 1월 31일 <케어> 사무실 컴퓨터 등에서 회계자료 등을 확보했다. 참고인 조사에 참여한 전·현직 직원들도 관련 내용을 이미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압수물을 분석한 뒤 박 대표를 피고발인 자격으로 소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