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수백 마리를 죽이는 등 동물 보호에 실패한 박소연 대표가 꼼꼼한 자기 케어(care)에 나섰다.
동물권단체 <케어>의 향후 사업을 논의하는 2019년 총회가 이달 31일에 열린다. 이번 총회는 박소연 대표의 거취 문제를 다룰 것으로 관심이 모아졌지만, 대표 해임안은 공식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박소연 사퇴’를 요구한 <케어> 직원들은 대거 구조조정됐고, 회원은 대폭 이탈했다. 개들은 죽고, 직원은 쫓겨나고, 후원자는 떨어져나간 단체에서 박소연 대표만 굳건하다. 문제의 당사자만 흔들림 없는 셈이다.
비영리단체 <케어> 이사회는 지난 23일 정회원에게 이달 3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케어> 사무실에서 2019년 케어 총회를 연다고 공지했다.
<케어> 관계자에 따르면, 애초 4월 총회를 계획했지만, 기부금지정민간단체는 3월 말까지 총회에서 승인받은 결산보고서를 행정안전부에 제출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급하게 2019년 총회 일정을 잡았다.
총회에서는 사업보고 및 사업계획 안건 외에도 ‘정관개정’ 안건이 상정됐다. 총회에서 논의할 정관개정은 두 가지다.
먼저, 이사회 측은 ‘총회 소집’과 ‘정관개정’ 요구 요건을 정회원 ‘100분의1’에서 ‘10분의1’로 강화하는 안을 제시했다.
<케어> 정회원은 약 6000명이었으나, 박소연 대표의 비밀 안락사가 폭로된 이후 약 3000명으로 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정회원 약 30명이 요구하면 총회가 소집되지만, 개정 정관을 적용하면 300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만큼 총회를 열기 어렵고, 중요 사안을 결정하기도 어렵다. <케어> 이사회는 왜 이런 일을 추진하는 걸까?
“박 대표 측근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총회 소집과 정관개정 요건을 까다롭게 만들어 정회원들의 의결권을 무력화하려는 겁니다.”
한 <케어> 관계자의 설명이다. 박 대표가 해임되거나 스스로 물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개정 정관이 적용되면 ‘박소연 지배 체제’는 더욱 강해진다는 뜻이다.
<케어> 이사회는 이번 총회에서 ‘단채해산 시 잔여재산처리’ 개정 안건도 논의하기로 했다. 현재 ‘(단체) 해산시 잔여재산을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유사한 목적을 가진 비영리단체 혹은 비영리법인에 귀속한다’고 규정된 내용을 ‘이사회에서 지정하는 유사한 목적을 가진 비영리단체 또는 비영리법인에 귀속한다’로 바꾸려는 것이다.
경찰 조사에 따라 <케어>가 해산될 경우 이사회가 지정하는 제3의 단체에 재산을 넘겨 단체의 명맥을 이어나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한 ‘이사회에서 지정하는’ 이라는 문구가 추가된 건 앞으로도 현 이사회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애초 ‘케어 대표 사퇴를 위한 직원연대’는 19명이었으나, 3월 27일 현재 7명만 남았다. 구조조정 당하거나 자발적으로 퇴사한 결과다. 내부에서 ‘박소연 해임’ 요구는 힘을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정회원들은 <케어> 총회에 ‘박 대표 해임안’을 상정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SNS를 통해 박 대표 및 이사진 해임을 기타 안건으로 상정하기 위해 위임장을 받고 있다.
이들은 박소연 대표 해임 안건 요청 글에서 “이사회는 정관 제9조에 의해 충분히 자격상실의 사유가 발생한 대표에 대해 직무정지는 커녕 오히려 내부고발자에 대한 직무정지를 논의하고 임원을 감축한다는 발표를 하면서 이사회의 존재 이유마저 상실했다”면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케어>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대표 해임과 이사 해임을 안건으로 상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총회 안건은 정회원 100분의1 이상 출석, 출석 정회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한편, 서울 종로경찰서는 26일 박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불러 조사했다. 박 대표는 동물보호법 위반과 횡령, 사기 등 혐의로 고발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지난 14일 한 차례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