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생활예술고등학교가 정치인 행사에 참석한 교사들에게 돈을 지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해 5월 19일, 당시 신은호 더불어민주당 인천광역시의원 후보(현 의원)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인천생활예술고 교직원 6명이 참석했다. 6.13 지방선거 약 1개월 전에 열린 개소식이었다.
학교 측이 교사들에게 개소식 참석 대가로 돈을 준 사실은 2019년 1월, 2월 급여명세서에서 확인된다.
2019년 1월 급여 관련 학교 내부 문서를 보면 ‘신은호 의원 개소식 참가 당직비’ 명목으로 5,000원을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5,000원은 당직 수당비 이름으로 입금됐다. 인천생활예술고 교사들은 1년에 한 번 정도 돌아가며 주말 근무를 한다. 수업이 없는 토요일에 개소식에 참석했기 때문에, 학교 측은 이를 주말 당직을 한 것으로 간주해 5,000원만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개소식 참석 교직원 6명 중 4명은 지난 1월 월급 때 개소식 참석비를 함께 받았다. 1명은 지난 2월에 받았고, 나머지 1명은 퇴사해서 받지 못 했다.
공직선거법 제115조 ‘제3자의 기부행위제한’에 따르면 누구든지 선거에 관하여 후보자를 위해 기부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 동창회장이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동창회원들에게 식사를 제공했다가 검찰에 고발된 적이 있다.
“이영해 교장, 당원 가입 강요했다”
학교 측에서 더불어민주당 당원 가입을 강요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전직 교사 A씨에 따르면 이영해 교장은 정교사들만 부른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우리 학교를 많이 돕고 있으니 당원으로 가입하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영해 교장이 ‘민주당이 싫더라도 밀어줘야 할 것 같다’는 식으로 얘기했어요. 1,000원 정도라도 내라고 했어요.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말라면서요.” – 전직 교사 A씨.
A씨에 따르면 당시 당원가입서를 돌린 사람은 현재는 퇴사한 김아무개 행정실장이다. 교장이 당원 가입을 부추기고, 행정실장이 실질적으로 업무를 맡았다고 말했다.
“이영해 교장이 당원에 가입해주면 중학교로 홍보갈 때 주유비 같은 걸 좀 더 챙겨주는 식으로 보전해주겠다고 말했어요. 행정실장이 가입서를 돌렸고요.” – 전직 교사 A씨.
전직 교사 B씨도 당시 상황을 비슷하게 기억했다. 그는 “교장이 말로는 권유라고 했지만, 사실상 강압이나 마찬가지”였다면서 “분위기상 다들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학교에 컴퓨터도 교체하고 화장실도 수리할 수 있게 한 분이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이니까 당원비를 1,000원이라도 내자고 교장이 말했어요.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당원 가입을 받았으면 좋겠다고도 했어요.” – 전직 교사 B씨.
A씨와 B씨는 교장의 발언 이후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에 매달 당원비 1,000원을 납부하고 있다.
만약 이영해 교장의 강압으로 교직원들이 당원에 가입했다면 불법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당법 제42조 ‘강제입당 등의 금지’에는 ‘누구든지 본인의 자유의사에 의하는 승낙 없이 정당가입 또는 탈당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적시돼 있다.
인천생활예술고 “개소식 참석, 당원 가입 모두 권유했을 뿐”
학교 측은 위 의혹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백 교무부장은 교직원의 정치인 선거사무소 개소식 참석은 자발적인 일이었고 학교 측의 강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동원이 아니에요. 신은호 의원님이 인천시광역시의회 교육위원장이었거든요. 그래서 부평에 사는 선생님들에게 가자고 한 거예요. ‘가자’라고 한 게 아니고 ‘가보자’ 이렇게 권유하듯이 얘기한 거예요.” – 백아무개 교무부장.
당원 가입도 강요가 아닌 권유였다고 학교 측은 밝혔다. 이영해 교장은 “신은호 의원에게 보답의 의미로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 게 당원 가입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은호 의원은 국회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후원금을 못 받으세요. 그 분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고마우니까, 희망자가 있으면 그러자고 한 것이지요. 우리 학교는 법인이 아니니까 교사들이 당원 가입할 수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요즘 교사 발언권이 얼마나 센데요. 제가 ‘하라’ ‘마라’ 할 수 없어요.” – 이영해 교장.
이 교장은 “신 의원 덕에 교육청으로부터 3억 원이 넘는 화장실 공사비 예산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신은호 의원에 대해 “고마운 분”이라고 설명했다.
“신은호 의원님이 학교의 오래된 화장실을 보시고 교육청이랑 싸워서 공사를 해주셨어요. 정규학교에 다니는 게 아니더라도 아이들을 차별하면 안 된다고 하시면서, 교육청으로부터 3억2800만 원 정도 예산을 받을 수 있게 만들어 주셨어요.” – 이영해 교장.
신은호 의원은 관련 의혹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개소식 참석을 누군가에게 요구하거나 강요한 적 없고, 인천생활예술고 교직원 당원 가입과 관련해 (이영해 교장과)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답했다.
31일부터 교육청 감사 시작… “전방위적으로 서류 조작 중”
<셜록>의 보도 이후 인천시교육청이 인천생활예술고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인천시교육청은 31일부터 <셜록> 기사에서 언급된 의혹 전반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특히 이영해 교장 아들인 김아무개 영어 교사와 관련된 내용에 감사가 집중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직 교사 C씨는 “현재 학교 측이 감사를 대비해 전방위적으로 자료를 조작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영해 교장 측근들을 중심으로 없는 서류를 만들거나 수정하고 있다”면서 “그중에는 근로계약서도 있는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2017년 무렵에 학교에서 일한 사람들의 근로계약서가 없었던 모양이에요. 나중에 만나서 도장을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근로계약서를) 조작해서 만들었다면 그 계약서에는 사인이나 도장 같은 게 없겠죠.” – 현직 교사 C씨.
C씨는 “내부 결재 사인이 들어가야 할 서류에 대해서는 직인란을 없애는 방식으로 서류를 위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에서 불리한 문서는 없애고 새로 만들게 되면 직인란이 비어 있게 되는데, 그럴 경우 문서 위조를 의심받을 수 있어서 문서 형식 자체를 위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무분장 서류의 경우에는 담당자 확인, 실장 확인, 교장 확인 사인이나 도장이 있어야 하거든요. 근데 지금 당장 없는 서류를 마구 만들다 보니까, 직인이 없는 게 많을 거예요.” – 현직 교사 C씨.
인천시교육청의 감사는 다음 달 5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