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 근로자에게 행한 해고는 부당해고임을 인정한다.”
지난 5월 7일, 박아무개 교사는 인천지방노동위원회 판정서를 읽고 학생들 생각에 눈물을 훔쳤다. 인천생활예술고에서 실용음악 기간제 교사로 일하다 예고 없이 짐을 쌌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담임을 맡은 지 불과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지난 3월 6일, 박 교사는 학생들에게 인사도 못한 채 교문 밖으로 나왔다.
문제의 시작은 근로계약서였다. 학교 측은 “박 선생님의 임금이 잘못 계산됐다”며 “앞서 계약했던 월급보다 6만 원 줄여서 다시 계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교사가 볼 때 학교의 요구는 일방적이었다. 당시 분위기가 ‘근로계약서를 재작성하든지 사표를 쓰든지 둘 중 하나를 결정하라는 식’이었다고 박 교사는 말했다.
“월 6만 원이 큰돈은 아니지만, 학교의 요구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근데 그럴 시간을 안 주더라고요. 교장이 ‘동료 교사에게 연봉을 말하지 않았느냐’면서 그것도 트집 잡더라고요. 저는 제 연봉을 다른 교사에게 말한 적이 없어요.”
학교의 주장은 정반대다. 학교는 박 교사 스스로 ‘사직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박 교사에게 근로계약서가 왜 잘못 작성되었는지 설명하고, 여기에 대해 사과까지 했는데 돌연 박 교사가 “그만두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즉, 계약서를 재작성하도록 권유했지 압박이나 강요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행정실 직원이 작년에 와서 처음 업무를 보다 보니까 실수한 거예요. 실수에 대해서 양해를 부탁했는데, 본인이 그만둔다고 했어요. 지방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라고 잘못 결정한 것 같아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다시 다툴 거예요.” – 지난 5월 9일 이영해 교장.
학교의 주장과 달리 박 교사의 퇴사에는 많은 부분이 석연치 않다. 일단, 박 교사가 사직 의사를 먼저 밝혔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근로자의 사직 의사에 대한 입증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 학교 측은 박 교사로부터 “그만두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를 내세우지 못했다.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 인천지방위원회는 “박 선생님의 경우는 해고에 해당한다”면서 “해고라면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는데 학교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르면 해고는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다. 박 선생님은 퇴직금을 수령하지 않았다. 이것도 자진 퇴사가 아니라는 하나의 근거가 됐다.
일반적인 학교라면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징계의 적정성 여부를 다툴 필요가 없다. 교원이라면 교육부에 있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자신에 떨어진 징계가 부당한지 정당한지 다시 따져볼 수 있다. 하지만 인천생활예술고는 교원소청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학교가 아니다. 학교로 분류되지 않는다. 평생교육‘시설’이기 때문에 다른 학교와 다른 절차를 밟는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이 틀렸다”면서 당당한 태도를 보였던 학교는 지난달 21일부터 달라졌다. 학교는 지방노동위원회를 통해 박 교사에게 ‘돈 줄 테니 복직 철회해달라’면서 합의를 요청했다. 박 교사는 화가 났다. 사과를 받지 않은 채 합의를 할 수 없었다. 박 교사는 하루를 일하더라도 당당하게 교단에 서고 싶었다.
“지방노동위 조사관 전화를 받고 손이 떨리더라고요. 해고가 아니라고 할 때는 언제고, 사과도 없이 몰래 합의를 시도 했다는 사실이 너무 분했어요. 전 복직 꼭 할 겁니다.”
박 선생님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기사 다 음모다”
학교는 박 교사에 대한 허위사실을 계속 유포하고 있다. 일부 교사들이 수업 중에 박 교사에 대한 안 좋은 얘기를 한다고 여러 재학생이 증언했다. 특히 노래연기과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전아무개 교사가 박 교사를 음해하는 듯한 말을 자주 한다고 재학생들이 전했다.
“기술가정 전아무개 선생님이 그랬어요. 학교가 박 선생님을 일부러 자른 게 아니라, 박 선생님이 계약할 때 받은 돈 돌려주기 싫어서 일부러 안 나오는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 재학생 A씨.
“전아무개 선생님이 저희 반에 와서 ‘기사 다 음모다’, ‘휘둘리지 말라’ 얘기했어요. 전 선생님은 학교에 없는 정아무개 선생님, 박 선생님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상습적으로 하고 다녀요.” – 재학생 B씨.
김아무개 영어 교사와 배아무개 체육 교사는 학생들을 교무실로 불러 사실확인서를 작성하라고 종용했다고 학생들은 전했다. 재학생 C씨는 두 교사가 자신을 불러서 “박 선생님이 혹시 부적절한 언행이나 행동을 한 적이 있다면 적으라”며 “다른 친구는 썼는데, 너도 그렇게 쓰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말한 대로 써!’ 이렇게 강요하는 건 아니지만, 박 선생님이 욕한 걸 알려주면서 ‘그거 쓰면 되잖아’ 말씀하셨어요. 심문하는 분위기였는데요. 배려하는 척하면서 ‘집에서 써와도 돼’ 이러셨어요.” – 재학생 C씨.
“김 선생님이 ‘학교 비리 옹호하는 댓글 공유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박 선생님이 학교 나가신 이유가 다른 학교에서 더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나간 거다’는 식으로 애들한테 말하셨어요.” – 재학생 D씨.
박 교사 관련 재학생 제보에서는 특히 ‘문신’ 이야기가 많았다. 일부 교사는 “박 선생님 문신 때문에 겁먹지 않았느냐”고 학생들에게 부단히 물었다고 한다. 겁을 먹었다는 학생을 찾아 박 교사를 공격하는 데 이용하려는 모양새였다고 학생들은 밝혔다. 박 교사 몸에는 실제로 문신이 있지만, 혹시 모를 오해를 막기 위해 학교에서는 긴 팔을 입고 다녔다.
“박 선생님이 애들한테 문신 보여주면서 위협한 적 있느냐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위협이요?’ 이렇게 되물었더니 ‘그 선생님 온몸에 문신 있잖아?’라면서 말을 바꾸셨어요. 박 선생님은 학생을 위협한 적 없거든요.” – 재학생 E씨.
“영어 선생님이 머리채를 잡고 후려쳤어요”
학생들이 위협을 느낀 대상은 오히려 김아무개 영어 교사와 박아무개 미용 교사였다. 두 교사가 부당하게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는 학생은 많다. 재학생들은 “교장선생님과 친하기 때문에 두 교사를 왕으로 부른다”면서 두 교사는 평소에 학생들을 자주 무시하고 비인권적으로 대했다고 전했다.
“얼마전 졸업사진 찍으러 갔을 때였어요. 친구 2명이 1시간 정도 지각을 했는데, 김 선생님이 둘을 나무 앞에 세워 막말을 하고, 머리채를 잡고 강하게 때렸어요. 우리 모두 보면서 심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 재학생 F씨.
“김 선생님이 학생들 등짝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아 흔들고 머리를 후려 쳤어요. 맞은 애들은 계속 울었죠. 그런데도 손 들고 서 있으라고 했어요. 김 선생님은 가끔 학생 부를 때 ‘XX년’ 이렇게 말해요.” – 재학생 G씨.
또한 박 교사는 주먹으로 학생 팔을 자주 때린다는 증언이 나왔다. 학생들 팔에 멍이 드는 일도 많다고 했다.
“박 선생님을 많이 무서워해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책상에 무릎 꿇고 올라가기도 했어요. 박 선생님은 학부모가 자신에게 직접 연락하는 걸 싫어했어요. ‘내가 왜 이런 문제로 네 엄마랑 통화를 해야 하느냐’라며 학생에게 윽박지르는 걸 제가 들었어요.” – 전직 교사 H씨.
“박 선생님이 제 친구한테 ‘얘는 아빠 없어?’ 이렇게 말해서 수치스러워 했어요. 그런데 보복을 당할까봐 아무것도 못하는 거죠. 박아무개 선생님은 지각을 1분이라도 하면 겨울이든 여름이든 무릎 꿇고 종일 앉아있게 하고요.” – 재학생 I씨.
이 두 교사는 지난해 12월 27일, 이영해 교장과 함께 피부과를 간 사람들이다. 당시 교장은 교직원에게 오후 2시까지 “차를 대기하라”고 지시했고, 교장을 포함한 이 세 사람은 서울 청담동에 있는 피부과로 향했다.
이영해 교장은 <셜록>과의 대화에서 “결혼을 너무 하고 싶은 선생님이 있어서, 안쓰럽고 도와주고 싶어서 데려갔다”면서 함께 피부과에 간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이 학교에서 일했던 J 교사는 학교 쪽에서 두 교사의 체벌을 말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김 교사나 박 교사가 아이들을 때리면 오히려 교장이 좋아했다”다면서 “교장과 교감이 그들의 행동을 눈감아주고, 일 잘한다고 칭찬까지 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교무실에서 두 교사의 고성과 가혹행위가 일상처럼 이루어졌다”고 J 교사는 고백했다.
“어떠한 형태로든 폭력은 없어야하지만, 학교에서는 폭력이 용인되는 분위기였어요.” – 전직 J 교사
폭력은 엉뚱한 곳에서도 발생했다. 인천생활예술고 정문 앞에서 학교 정상화를 위해 1인 시위를 하던 최아무개 씨가 학교 측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9일 오후 학교 정문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던 도중에, 이영해 교장 남편이자 학교 이사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저한테 빨갱이보다 못난 놈이라고 욕하면서 저를 폭행했어요. 저를 밀쳤는데 이런 상황을 학교 관계자들과 학생들이 많이 목격했어요. 앞으로 어떻게 조치할지 고민 중이에요.” – 청년 청치인 최아무개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