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일이 외부로 알려지면 학교는 ‘제보자 색출’에 총력을 벌인다. 민원 제기든 언론 제보든 마찬가지다. 내용이 맞는지보다 ‘누가 발설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더 애를 쓴다고 전현직 교사들은 전했다.
<셜록>이 학교 문제를 보도한 후에도 그랬다. 학교는 ‘누가 기자와 접촉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지금도 몇몇 교사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전해진다.
여러 제보 중에서 학교 측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돈’ 관련 의혹이었다.
2017년 가을, 학교 축제와 관련된 민원이 교육청에 접수됐다. 내용은 ‘2015, 2016년 인천생활예술고 축제 수익금이 이상하게 처리됐다’였다. 인천생활예술고는 민원이 제기되기 전까지 축제 수익금을 공식적으로 회계 처리하지 않았다.
‘축제 수익금이 어디로 들어가는가’는 교사들 사이에서도 자주 거론되는 주제였다. 2017년까지만 해도 학교 축제에서는 장터가 열렸다. 학생과 교사들은 떡볶이와 순대, 호떡과 같은 분식을 팔았다.
2017년까지 축제 기간 동안 급식이 운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금액만큼 학생들에게 쿠폰을 발행해 음식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학교는 돈을 추가로 내고 구입하는 쿠폰 비용에 대한 회계를 투명하게 알리지 않았다.
“축제 수익은 학생이나 교사에게 단 한 푼도 오지 않았어요. 그 수익이 엄청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교실 1개에 3~4개 음식을 팔았는데 교실에서 가스버너 냄새가 진동해서 힘들어하는 교사들도 있었거든요.” – 전직 교사 A 씨.
돈은 엉뚱한 곳에서 발견됐다. 이영해 교장 ‘비밀 개인 회계 장부’ 엑셀파일을 보면 ‘축제 카드값 수입’이라는 이름으로 수백 만 원이 입금된다.
2015년 12월 3일 항목을 보면 ‘축제 카드값 수입’과 ‘449만 원’이 적혀있다. 같은 날 이 돈은 총 세 번의 걸쳐 교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확인된다. 150만원, 30만원, 100만원이 ‘교장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지출된다. 정리하면, 비밀 개인 회계 장부에 입금된 축제 카드값 수입액 중 280만 원을 빼서 교장에게 돌려준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학교의 일 처리 방식이었다. 학교는 이때에도 어떻게든 발설한 사람을 알아내기 위해 애를 썼다. 학교 측은 한 부장 교사에게 “어떻게든 민원인을 찾아내라”고 지시했다. 부장 교사에게 지시할 수 있는 사람은 이영해 교장, 최아무개 교감 정도다. 지시 내용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부장님께서 시교육청 민원실에 전화해서, 이번 민원에 대한 처리결과를 알고 싶어서 전화했다고 말하세요.
2. 민원을 제기한 사람 이름이 유명인지, 무명인지를 우선 확인하세요. 만일 무명이라고 말하면, 곧바로 민원실장을 바꿔 달라고 말하세요. 3. 민원실장에게 따지세요. “교육현장을 부패집단으로 몰아가는 파렴치범을 우리는 끝까지 색출하여 처벌받게 하겠다. 4. 국무총리실이나 감사원에 “의혹만으로 학교를 상대로 괴롭히는 제보자를 반드시 처벌해 줄 것을 요구하려고 한다” 말하세요. 5. ‘어떤 절차로 하면 되는지’ 알려 달라고 하세요. 제보자를 반드시 업무방해죄로 처벌받도록 하고 싶어요. 만일 이것이 어떤 공무원의 힘에 의해서 의도된 사건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어느 공무원에 의해 민원이 조작되었을 수 있다”던 인천생활예술고는 결국 지원금을 일부 토해내야 했다. 2017년 12월 26일 인천시교육청은 ‘국고반환 결정’을 학교에 통보했다. 학교는 이의신청을 했지만, 인정이 되지 않아 총 221만4940원을 교육청에 돌려줬다.
숏컷 여학생 논란 ‘해명글’ 삭제 지시
학생들은 학교에 문제가 불거져도 관련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 학교 측이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문제가 어떻게 처리됐는지도 풍문으로 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7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머리 짧은 여자는 왜 안 되죠?’ 제목의 글이 올라와 파장이 일어났을 때도 그랬다. 학교가 짧은 머리를 한 여학생들에게 “머리를 기르라고 강요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원성이 쏟아졌지만, 학교는 어떻게 수습할지부터 고민했다.
당시 인천생활예술고는 “여자 화장실에서 남학생으로 오인하고 놀라는 일이 있을 수 있다”면서 머리가 짧은 여자 학생들에게 “머리를 기르라”고 강요했다. “남학생은 장발이 안 되니, 같은 맥락으로 여학생은 숏컷이 안 된다” 논리를 내세웠다. 심지어 숏컷 여학생들을 한 반으로 집합시켜 “개학하고도 머리가 그대로면 징계를 주겠다”고 했다.
“학교에서 숏컷한 학생들을 불러모아 청원에 올린 학생을 찾으려고 했어요.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불려가는 학우를 봤습니다. 몇몇 학생들은 울고 나왔고요. 당시 혼내던 선생님들의 단골 멘트는 “학생이면 학생답게 하고 다녀” 였습니다. ” – 재학생 B 씨.
청와대 청원글이 SNS를 통해 퍼지고, 수천 명이 서명을 하자 학교는 급히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김아무개 영어 교사가 H 교사에게 “해명글을 올려야 할 것 같다”고 지시했다고 C 교사는 전했다. C 교사는 지시에 따라 “교칙에 숏컷 학생들에게 징계를 할 규정이 없다”면서 학생들을 안심시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이 SNS에 공개된 것은 밤 11시 쯤이었다.
다음날 새벽 3시 40분 쯤 최 교감이 C 교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 교감 옆에는 이영해 교장이 있었다. 이영해 교장은 최 교감의 휴대전화를 통해 “무대응이 상책인 것 같다”면서 “SNS에서 글을 내리라”고 지시했다. C 교사는 새벽에 컴퓨터를 다시 켜서 학생들에게 알렸던 글을 삭제했다. 글에 달렸던 학생들의 댓글도 모두 사라졌다. 해명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공중분해됐다.
“나중에 교장이 제게 ‘그때 제 해명글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품평하더라고요. 학교 규정에는 숏컷 학생에게 불이익을 줄 항목이 없다는 취지로 글을 썼는데 교장은 마음에 안 들어 했어요. 이영해 교장은 학교 규정집을 공개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식으로 말했죠. 근데 규정집 내용은 공개하는 게 맞지 않나요? ” – 전직 C 교사.
교육청 몰래 ‘학교 규정집’ 수정
인천생활예술고의 교육청 속이기는 <셜록> 보도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학교는 올해 1학기 초에 인천시교육청에 2019년 규정집을 제출했다. 하지만 언론 보도 이후 학교는 비밀리에 규정집에 손을 댔다. 이영해 교장과 아들 김아무개 교사에 대한 자격 논란을 감추기 위해 규정집을 몰래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에 제출된 2019년 규정집에는 “교원의 채용은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에 한 한다”라고 되어있다. 몰래 수정한 규정집에는 “교원의 채용은 평생교육법 제31조에 의거 초중등교육법 및 사립학교법에 준한다”고 되어있다. 교원 채용 자격 조건을 몰래 바꿨다.
이영해 교장은 실기교사다. 중등교사 자격증이 없다. 중등교사 자격증이 없는 교장을 고려해 규정집 문구를 바꾼 것으로 추정된다.
‘수정 규정집’에는 부당해고를 당한 교사가 복직할 경우를 대비해서 바꾼 듯한 내용도 있다.
“직위나 직무를 해제 당한 자가 3개월을 경과하여도 해소 사유가 발생되지 않을 경우 3개월이 경과한 날에 당연 퇴직한 것으로 본다”는 문구를 넣었다. 해고를 보다 쉽게 하기 위한 조치로 여겨진다.
규정집에 나오는 ‘교직원 복무 규정’은 취업규칙이나 다름없다. 취업규칙은 사용자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르면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변경을 하려고 할 때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더불어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학교는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저를 알아봐주고, 10년 동안 일할 수 있게 해준 게 바로 이 학교예요.- 김아무개 국어 교사”
지난 17일, 김아무개 국어 교사는 동료들 앞에서 학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학교의 위기가 곧 자신과 가정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식의 자기 고백이 나왔고, 몇몇 교사는 여기에 동조했다. 최아무개 교감은 교장의 일과 학교는 별개라고 교사들에게 말했다. 18일 회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교장선생님에 대한 의혹은 당사자께서 알아서 해결하실 거예요. 이런 식으로 계속 가면 피해는 저희들에게 올 수밖에 없어요. 선생님에게도. – 최아무개 교감”
제보자로 추정되는 선생님들에 대한 감시는 더욱 강해졌다. 학교가 몇몇 교사들을 불러 “기자와 접촉한 사실이 있느냐”며 추궁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결정을 받은 박아무개 교사가 자발적으로 학교를 나간 것이 맞다는 내용으로 사실확인서를 쓰라고 학교 측이 교사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영해 교장은 여전히 기자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