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윤 영남공고 이사장이 국민 세금 수천 만 원과 공적 인프라를 이용해 수년간 ‘황제 취미활동’을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도자기 수집’ 취미 활동에 교사 수십 명을 동원하고, 학교 공간도 멋대로 활용했다.
대구광역시교육청은 영남공고에 미심쩍은 돈을 지원했고, 허선윤은 교육청에 도자기를 상납했다. 분노한 교사들의 요구로 감사가 진행됐지만, 교육청은 자신과 허선윤에게 ‘셀프 면죄부’를 줬다.
아무나 누릴 수 없는 허선윤의 ‘황제 취미활동’과 대구교육청의 끈적한 지원과 연대, 그 내막은 이렇다.
“허선윤 이사장실에 들어서면, 교사들을 동원해 만든 도자기가 일렬로 줄지어 있습니다. 허 이사장은 학교에서 보란 듯이 자신의 취미생활을 했습니다.”
박한석(가명) 영남공고 교사는 학교에서 도자기만 봐도 화가 치민다. 허선윤 이사장이 본인의 취미생활을 위해 세금 수천 만 원을 쓰면서 교사들을 동원한 기간은 약 8년에 이른다. 이 기막힌 이야기의 시작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남공고에는 도자기 관련 학과와 교육과정이 없다. 그럼에도 2011년 갑자기 도자기 기능반을 설립했다. 기능경기대회 실적을 위해서였다. 기능반은 특성화고 학생들이 주로 참가하는 기능경기대회 준비반을 의미한다.
2011년 당시 도자기는 기능경기대회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아 학생들이 메달을 따기 수월한 종목이었다. 도자기 기능반에는 소수의 학생이 참가했지만, 실적은 좋았다. 2012년, 2013년 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 영남공고는 각각 금상을 수상했다.
그 즈음, 허선윤 교장이 도자기 수집에 관심을 보였다.
도자기 기능반 수업은 주로 도자기 전문 외부 강사 권아무개 씨가 맡았다. 권 강사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1년에 2번~3번 영남공고를 방문했다. 수업은 강의 2시간에, 실습 6시간으로 구성됐다.
허선윤 교장은 권 강사가 경기도 이천의 작업실에서 시범용으로 구워서 학교로 가져온 도자기에 흥미를 보였다. 박한석 교사는 허선윤의 지시로 권 강사의 작업실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때부터 허 이사장이 도자기를 외부 선물용으로 활용한 걸로 기억합니다.”
허선윤은 2013년부터는 도자기 수집을 본격 시작했다. 허선윤은 도자기를 아예 학교에서 굽는 방법을 꾀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교육청 예산을 이용한 도자기 전기로 구매였다. 전기로는 전기를 사용하는 가마로 최근 현대도예가들이 도자기를 구울 때 많이 사용한다.
영남공고는 ‘꼼수’를 썼다. 도자기 학과는 없지만, 기능경기대회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명목을 내세웠다.
기자재 담당 교사는 허선윤 이사장의 지시로 2013학년도 특성화고 기자재확충 예산 집행 계획서에 전기로를 포함했다. 전기로는 도자기와 아무 관련 없는 바이오화공과 기자재 명목으로 올라갔다.
대구교육청은 영남공고의 전기로 구매 예산 3300만 원을 승인했다.
교육청에 제출한 계획서와 달리, 영남공고는 전기로를 창고에 설치됐다. 전기정보과 기능실 옆 허름한 컨테이너 박스가 그곳이다.
허선윤은 학교에서 도자기를 구울 수 있게 되자, 교사들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허선윤을 위한 도자기 제작은 총 10단계를 거쳐야 했다.
우선, 외부 강사가 학교 도자기실에서 학생들을 위한 시범용 도자기를 빚었다. 교사들이 미리 구입한 도자기용 흙으로 반죽을 하고, 물레를 돌렸다. 약 20분마다 도자기 1개가 빚어졌다.
“외부 강사가 학교에 한 번 오면 8시간 정도 있었습니다. 전문가답게 도자기 빚는 속도가 기계처럼 빨랐습니다. 하루에 도자기 약 40개 정도 만들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외부 강사가 만든 도자기는 도자기실에서 하루 정도 건조됐다. 그 다음날부터 로봇기계과(현 자동화기계과) 교사들은 사포질에 투입됐다. 도자기실 바로 앞이 로봇기계과 사무실이기 때문이다.
사포질은 유약을 바르기 전 도자기 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작업이다. 사포질을 꼼꼼하게 할수록 도자기에 유약이 골고루 묻는다. 최소 2시간~3시간은 투자해야 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이 때문에 로봇기계과 교사들은 일과 중 수업이 없는 대부분의 시간을 사포질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
사포질에 수차례 동원됐다는 로봇기계과 김순경(가명) 교사는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한 달 기준 한 사람당 도자기 4개를 사포질해야 했습니다. 종일 학교에서 사포질만 한 적도 있습니다. 휴일에도 학교에 나와서 사포질을 했습니다. 로봇기계과 사무실에서 옆방인 도자기실에 불 켜져 있는 것만 봐도 ‘오늘도 또 사포질을 해야 하는구나’를 직감했습니다.”
로봇기계과 이학래(가명) 교사는 곤혹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렸다.
“영남공고가 복장 규제가 심해서 무조건 정장을 입고 출근해야 합니다. 도자기 사포질 한 번 해보세요. 흙가루가 양복에 다 묻습니다. 물로 얼룩을 지워 봐도 소용없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짜증이 밀려옵니다.”
이 교사는 자신이 겪었던 아찔했던 사건도 풀어놓았다. 2015년의 일이다. 이 교사는 그날도 로봇기계과 사무실에서 열심히 사포질을 했다. 일과 중 수업이 없는 시간을 쪼개 사포질만 2시간 넘게 했다. 팔이 저려오기 시작했다. 순간, 힘 조절에 실패했다. 잠깐의 실수로 도자기에 금이 갔다.
“사포질을 너무 열심히 했는지, 도자기 얇은 부분이 깨져버렸습니다. 그때 정말로 제 인생이 망하는 줄 알았습니다. 누구한테 말도 못 하고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습니다.”
사포질 작업이 마무리되면, 교사들은 로봇기계과 사무실에서 전기로가 있는 창고로 도자기를 운반했다. 교사 동원은 주로 부장 교사들이 담당했다. 부장 교사들은 신입이나, 기간제 교사들을 자주 불러 모았다. 로봇기계과 교사들을 포함해 도자기 운반을 위해 수시로 불려간 교사만 최소 10명.
부장 교사들은 경쟁하듯 교사들을 동원했다. 동원된 인원수와 자신의 영향력이 비례한다고 생각했다. 동원한 교사가 많은 부장 교사일수록 윗선에서 인정해주는 눈치였다.
어떤 날에는 교사 약 20명이 불려와 도자기를 창고로 날랐다. 부장 교사들은 경고의 말도 잊지 않았다.
“도자기 옮기다가 깨지면, 네 인생도 깨진다.”
창고로 들어서면 주로 권아무개(현 교감) 교사가 대기하고 있었다. 권 교사는 운반된 도자기를 전기로 안에 차곡차곡 쌓았다. 그는 온도조절기로 초벌 굽기에 적정한 온도를 맞추고, 수시로 찾아와 온도를 확인하기도 했다.
초벌 굽기가 끝나면, 다시 교사들이 동원돼 도자기를 미술실로 날랐다.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다. 이 작업은 영남공고 미술교사 최정환(가명)이 맡았다.
“이사장이 부탁하니 도자기 위에 그림을 그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2~3년 동안 도자기 대략 60개 정도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미술 교사의 그림 작업이 끝나면, 교사들은 다시 도자기를 미술실에서 전기로가 있는 창고로 운반했다. 그러면 권 교사가 또 나서 도자기 재벌 굽기를 했다.
재벌 굽기가 끝날 즈음이면 허선윤이 전기로가 있는 창고에 나타난다. 이상석 교감(현 교장)과 임OO 행정실장도 자주 허선윤 교장을 따라 창고로 찾아왔다. 허선윤은 도자기를 하나씩 자세히 살폈다.
“여기 사포질을 덜 했구만.”
최종 점검이 끝나면, 교사들은 허선윤이 선별한 도자기를 다시 교장실로 운반했다. 이렇게 최소 일주일 동안, 약 10회 정도 교사 동원으로 도자기는 제작됐다. 모든 재료비와 강사비는 세금으로 충당했다.
교사들은 왜 이리 쉽게 허선윤의 취미생활에 동원됐을까. 퇴직 교사 고진수(가명)는 자신의 사례를 들며 설명했다.
“제가 기간제 교사 때 사포질을 잘해서 정식 교사가 빨리 됐습니다. 제가 짧은 기간에 정식 교사가 되니까, 주변에서는 학교에 돈을 준 걸로 오해했을 정도입니다.”
도자기 제작 참여도에 따라 기간제 교사는 정교사가 되거나, 평교사는 성과급에서 높은 등급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부당함을 알면서도, 허선윤의 취미 생활에 헌신할 수밖에 없었다.
허선윤은 이렇게 만든 도자기를 교육청 관료에게 상납하거나 주변에 선물하는 데 썼다. 학교에 있는 본인 사무실 인테리어에도 활용했다.
그렇다면 세금 3300만 원을 주고 구입한 도자기 전기로는 학생들 수업에 제대로 활용되긴 했을까?
영남공고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도자기 기능반을, 2014년 5월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도자기 동아리반을 운영하고 있다. 기능반과 동아리반에서 활동했던 학생의 말은 이렇다.
“외부 강사가 만들어 놓은 도자기를 학교 전기로에서 구웠습니다. 제가 만든 건 구워본 적이 없습니다. 외부 강사는 기능대회를 준비하는 3학년 선배 한 명을 주로 가르쳤습니다.”
도자기 외부 강사의 견해도 비슷하다.
“저는 학생들한테 시범용으로 도자기 빚는 단계에서 성형, 정형(깎기)를 했습니다. 학교에서 전기로를 이용해 도자기를 구운 적은 없습니다. 저는 도자기를 빚기만 했습니다.”
학생들 교육용으로 지원됐지만, 정작 허선윤 취미 활동으로만 쓰인 전기로. 2016년부터는 아예 ‘작동 중지’ 됐다고 한다. 아래는 박한석 교사의 말이다.
“도자기 기능반에서 동아리반으로 변경된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도자기 종목으로 기능경기대회에 참가할 학생이 없으니까, 이사장 취미생활을 위해 동아리반으로 유지한 겁니다. 그런데 2016년부터 허선윤 이사장이 도자기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습니다. 그때부터 도자기 전기로를 사용하지 않아 지금은 거의 방치된 상태입니다.”
박 교사는 전기로 구매를 승인한 대구교육청 결정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능경기대회를 위해 전기로가 필요했다? 100% 거짓말입니다.”
무슨 말일까?
“기능경기대회에서는 도자기를 구울 필요가 없습니다. 빚은 도자기를 반으로 갈라 두께가 일정한지가 기능경기대회 심사 기준입니다. 도자기 관련 학과는 물론이고 교육 과정도 없는 영남공고에 기자재 예산을 승인한 교육청에도 책임이 있습니다.”
그의 지적대로 도자기 교육이 없는 학교에 교육청이 전기로를 지원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박 교사는 허선윤의 지시를 받고 자신이 직접 교육청 관료에 도자기를 상납한 사실을 털어놨다. 2014년 8월 13일의 일이다.
“대구교육청에서 2013년도부터 2015년도까지 전국기능경기대회 지도 교사와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영남공고를 방문했습니다. 2014년도에는 대구교육청 과학직업정보과장, 박OO 장학관, 송OO 장학사가 학교에 방문했습니다. 그때 제가 직접 도자기 2개를 교육청 차 트렁크에 실었습니다. 허선윤 이사장 지시에 의한 상납이었습니다.”
이렇게 허선윤이 교사를 동원해 세금으로 만든 도자기 일부는 교육청에 도착했다. 이런 상납에 대해 대구교육청 관련들은 작년 감사 때 이렇게 말했다.
“기능경기대회 격려를 위하여 영남공고를 방문하였는데, (허선윤) 교장 등이 ‘도자기 작품을 파손하기 아까우니 대구교육청 과학직업정보과에 비치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받아서 (교육청) 사무실에 도자기를 둠.”
뇌물을 받은 어떤 사람이 “상대방이 잃어버릴까봐 내가 잠시 보관해 둔 것”이라는 변명과 다르지 않은 말. 이 논리를 받아들인 대구교육청은 이런 감사 결과를 내놨다.
“도자기 기능대회는 도자기를 굽는 항목은 없어 전기로 구입의 필요성은 없으나, 도자기 전기로 구입 예산은 교육청에서 승인을 받았고 도자기 기능대회 입상 실적 등을 볼 때 전기로 구입이 부적정하다고 보기는 어려움.”
구입의 필요성은 없으나, 부적절한 건 아니라는 논리. 박 교사는 목에 핏대를 세웠다.
“작년 감사 때 도자기를 교장실로 운반했다고 진술했지만, 대구시교육청 쪽에서 ‘사안이 너무 많고, 방대하니 큰 것만 진행하자’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도자기 상납 문제가 교육청과 연관된 사안이라서, 그냥 넘어간 건 아닐까 싶습니다.”
박 교사가 대구교육청의 태도에 분노하는 이유는 또 있다.
“작년 영남공고 감사 때 교육청 감사팀은 도자기 전기로가 바이오화공과 실습실에 있는지, 사용하지 않고 방치된 건 아닌지 살펴보지도 않았습니다.”
수천 만 원짜리 전기로는 학생이 아닌 허선윤 혼자만을 위해 데워졌고, 그의 취미가 식어버리자 차갑게 구석에 처박혔다.
*허선윤 영남공고 이사장 승인 취소 국민청원 참여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