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생활예술고가 자신들의 주장이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과정에서 사실로 드러난 것처럼 가정통신문을 꾸며 21일 학생들에게 유포했다.
지난 6월 14일, SBS ‘궁금한 이야기 Y’는 <교장 선생님의 기이한 행동, 그녀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으로 인천생활예술고 이영해 교장의 갑질과 학교의 부적절한 문제를 보도했다. <셜록>은 지난 5월 15일부터 ‘교장은 왕이었다’는 제목으로 이영해 교장을 둘러싼 인천생활예술고의 여러 폐해를 연속 보도하고 있다.
인천생활예술고는 지난 7월 5일, ‘궁금한 이야기 Y’ 프로그램에 나온 ‘수업 시간 중에 교사와 학생을 불러내 미용 서비스를 받았다’ 등 4개 부분이 사실이 아니라면서 언론중재위에 중재 신청을 했다. SBS가 정정 보도와 더불어 반론 보도를 해야 한다는 게 학교 측의 주장이었다.
학교 측은 3억 원의 정신적 위자료 지급도 주장했다. “정신적 손해를 입었고, 신입생 모집이 100% 지원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비춰어 볼 때 재산적인 피해가 예상된다”며 SBS는 이영해 교장에게 2억 원, 이영해 교장 아들 김아무개 교사에게 1억 원의 손해배상을 하라고 요구했다.
인천생활예술고의 요구는 조정 과정에서 대부분 기각됐다. 정정 보도와 손해배상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반론 보도만 인용됐다.
하지만 이영해 교장 측은 일반 사람들이 ‘반론 보도’와 ‘정정 보도’ 차이를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천생활예술고가 지난 21일 배포된 가정통신문에는 “언론중재위원회가 본교의 주장이 상당 부분 근거가 있다고 판단하였다”고 나오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언론중재위는 학교 측 주장에 근거가 있다고 밝힌 적 없다.
가정통신문에서 크게 문제가 되는 내용은 4, 5쪽에 담겼다. 학교 측이 두 페이지에 걸쳐 배포한 정정보도문과 반론보도문은 조정으로 결정된 사항이 아니다. 이영해 교장과 김아무개 교사가 언론중재 조정을 신청했을 당시 한 주장에 불과하다.
언론중재위 조정 결정은 ‘반론 보도’에 그쳤다. 이영해 교장은 “<셜록>의 기사를 활용해 방송이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학교와 분쟁 중인 제보자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일방적으로 제작된 것”이라고 밝혔으나, 언론중재위는 사실상 SBS 측의 손을 들어줬다. 보도 내용이 상당 부분 맞다고 본 것이다.
반론 보도와 정정 보도의 개념은 다르다. 반론 보도 청구권은 언론사 보도 때문에 피해를 받은 사람이나 기관, 그 대리인이 해당 언론에 반론 보도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인데 보도 내용의 사실 여부는 상관이 없이 결정 난다.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대립되는 반박 주장을 실어주는 것에 불과하다. 당사자의 주관적 판단일지라도 ‘반론 보도’는 실어준다.
반면, 정정 보도 청구권은 잘못된 보도로 피해를 받은 사람, 기관이 그 언론사에 정정 보도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정정 보도는 보도된 내용 중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경우에만 이뤄진다. 언론사가 틀린 사실을 보도했을 경우, 언론 중재위가 언론사에게 ‘정정 보도’를 명령한다. 언론중재위는 인천생활예술고 의혹 보도가 사실에 가깝다고 봤다.
언론중재위원회는 “조정이 이뤄졌을 당시에 이영해 교장이 직접 참석했고, 거듭해서 ‘반론 보도’의 의미를 설명했기 때문에 이해 못 했을 리 없다”며 “사실과 다른 가정통신문 배포와 같은 행동을 앞으로 자제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는 밝혔다.
“부모님 확인 서명 안 해오면 청소 벌칙”
인천생활예술고는 문제의 가정통신문 하단에 ‘서명란’을 만들어 학부모의 확인을 받아오라고 학생들에게 요구했다. 윤아무개, 최아무개 교사 등은 부모에게 확인 서명을 받아오지 않으면 교실 청소를 시키겠다는 식으로 학생들을 다그쳤다고 한다.
“싸인 안 받아오면 벌 줄 거라고 선생님이 그랬어요. 부모님에게 서명을 받아오라는 이유를 모르겠고, 학교 주장을 믿을 수 없어서 몇몇 친구들이 서명을 안 했어요.” – 재학생 A 씨
전아무개 교사는 성추행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백아무개 교사를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녀는 언론이 제기한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백 교사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징계 등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 씨는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결정을 받은 박아무개 교사에 대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바 있다.
“언론이 우리 학교에 대해서 뭘 알아요. 그 기사가 얼마나 우리를 알고 쓴 거겠어요. (성추행한) 백아무개 선생님이 ‘나는 짤린 거다’ 이렇게 노동위원회에서 얘기하면 학교는 당할 수밖에 없잖아요. 징계 여부를 당장 결정할 수 없는 이유가 그래요.” – 전 교사 발언을 녹취한 파일의 일부 내용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인천생활예술고등학교 대신 전해드려요’ 페이스북은 학교에 대한 원성의 목소리로 가득하다. ‘이영해 교장이 학부모들을 바보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가정통신문 내용이 엉터리다’, ‘확인 서명을 안 해 가면 2학기 내내 청소를 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반응이 댓글로 적혀 있다.
교사들은 학교를 비판하는 학생들을 제지하고 있다. 인천생활예술고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인천생활예술고등학교 대신 전해드려요’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학교를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다가 교무실에 불려가서 질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인천생활예술고의 대다수 교직원은 학생들에게 사실과 다른 얘기를 유포하고 있다.
“학교의 명분의 깎아내리는 일이니까 댓글 다는 것을 자제하라고 선생님이 제게 얘기했어요. 표현의 자유라는게 있잖아요. 댓글을 다는 건 내 자유인데, 그건 속으로만 생각했고 선생님들에게 말하진 못했어요.” – 재학생 B 씨
SBS 측은 법적대응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생활예술고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고 항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