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윤 영남공업고등학교 이사장이 교육자로서 학교에서 가장 꼼꼼하게 챙긴 건 뭘까. 학생 인권과 교육? 교사들의 노동 환경?
“허 이사장은 돈을 가장 꼼꼼하게 챙깁니다. 교사들이 상납하는 돈(상품권) 규모, 상품 가격으로 충성도를 파악합니다. 허 이사장에게 명절은 대목입니다!”
학교가 현금과 물품을 거래하는 시장도 아닌데, 대목이라니.
“추석, 설이 다가오면 여러 영남공고 교직원들은 허선윤 이사장실 앞에 줄을 섭니다. 민망한 이야기지만, 줄서서 상납을 합니다. 타이밍이 안 맞으면 상납도 삼고초려를 해야 가능합니다. 못 믿겠어요?”
허재형(가명) 영남공고 교사의 말에 입이 벌어졌다. 줄서서 상납이라니.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은 물론이고 교육 자체를 우습게 만드는 일이 어떻게 학교에서 버젓이 벌어질까. 허 교사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교사들을 늦은 밤에 노래방으로 집합시켜 ‘삥 뜯는’ 학교인데 뭘 못하겠습니까? 주기적 상납은 일도 아닙니다.”
그에 따르면 교직원들이 허선윤에게 상납하는 일은 영남공고에서 문화이자 관례다. 일부 간부 교사는 “이사장님을 잘 챙겨드려야 학교 생활이 편하다”는 식으로 후배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간부 교사들의 개입은 영남공고에서 상납이 조직적으로 오랫동안 진행됐다는 걸 의미한다.
허재형 교사에 따르면, 허선윤 이사장의 ‘3대 대목’은 추석, 설 명절과 스승의 날이다. 이 시즌이 다가오면 본관 1층 이사장실 앞은 봉투를 들고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교직원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저는 2010년대 초부터 영남공고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했는데 설, 추석, 스승의 날이면 백화점 상품권으로 30만 원씩 허선윤에게 갖다 바쳤습니다.”
스승의 날의 카네이션도 문제가 되는 요즘, 허선윤 이사장은 자기에게 오는 금품을 거부하지 않았다고 한다.
“거부요? 허선윤 이사장은 절대 그럴 분이 아닙니다. ‘이렇게 생각해서 챙겨주는데 안 받을 수도 없고…’ 하면서 다 받습니다. 돈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상납하지 않거나, 액수를 줄이면 기피 부서 배치, 왕따 등으로 바로 응징을 합니다.”
이건 또 무슨 말일까. 허재형 교사는 10만 원 때문에 벌어진 ‘웃픈’ 사연을 들려줬다. 몇 년 전, 허 교사는 가정환경 변화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일년에 세 번, 30만 원씩 허선윤 이사장에게 상납했지만 불가피하게 20만원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허선윤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누구는 힘든 일 없나. 허재형 그노마가 제일 많이 변했다. 사람이 그리 많이 변해버리면 못 쓴다!”
10만 원 감액에 따른 뒤끝은 말에서 그치지 않았다. 허 교사는 영남공고 교사들이 기피하는 업무에 배정됐다. 30만 원을 상납할 땐 성과급 평가에서 늘 최상위인 S등급이었는데, 20만 원을 상납하자 최하위 B등급으로 떨어졌다.
‘허선윤에게 줄서서 상납’은 허재형 교사만의 진술이 아니다. 수개월간 영남공고를 취재하면서 만난 많은 교사들이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허선윤 이사장의 갑질로 인한 피해 양상은 저마다 달라도 상납의 기억은 똑같았다.
“명절 즈음에 봉투를 챙겨 이사장실로 내려가면 그 앞에 교사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습니다. 다 봉투 들고 이사장 찾아온 건데, 은행처럼 대기표만 없을 뿐이지 정말 이게 학교가 맞나 싶을 정도로 진풍경입니다.”
김윤주(가명) 교사에 따르면, 교사들의 상납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진행된다.
“허 이사장은 백화점상품권을 가장 선호합니다. 현금을 받으면 좀 꺼림칙하니까요. 물론 현금을 주는 교사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상품권과 현금은 학교 본관 1층 이사장실에서 상납하고, 다른 물품 주고받기는 학교 밖에서 진행됩니다.”
다른 물품?
“상품권이나 현금보다는 한우갈비 세트 등을 선물하는 걸 선호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선물을 허선윤 이사장 집으로 택배 발송하거나, 얼굴 도장을 찍고 싶으면 직접 자택으로 들고가 전달을 합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3대 대목(추석, 설, 스승의 날)으로 허선윤 이사장이 학교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은 얼마일까. 정확한 계산과 상납자 명단은 허 이사장만 알지만, 대략적인 추산은 가능하다.
<셜록>이 접촉한 많은 영남공고 교사는 상납 사실을 인정했다. 이들은 대개 허선윤 이사장에게 상품권을 줬고, 규모는 최소 10만 원에서 30만 원까지 다양했다. ‘20만 원 상납’이 가장 많았다. 영남공고 교직원은 약 150명에 이른다. 교사들의 말을 정리하면 이렇다.
“과거 기간제 시절에는 임용권자인 이사장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더 많은 금액을 빠짐없이 상납했다. 학교에서 이사장에게 찍힌 교사, 굳이 잘 보일 필요가 없는 연배 높은 교사 등은 상납하지 않는다. 나머지 분들은….”
전체 교직원 절반인 75명이 20만 원씩만 상납한다고 하면 1500만 원이다. 이를 3대 대목에 적용하면 4500만 원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허선윤 이사장에겐 금품을 받는 대목이 또 있다. 박동훈(가명) 교사는 정교사 임용 후 거의 강제로 뭉칫돈을 썼던 일을 고백했다. 윗선에서 구체적인 금액까지 제시받았다는 내용이다.
“정식 교사로 임용된 후 부장교사가 ‘이사장님에게 감사 표시를 해야하지 않겠냐’고 몇 번씩 저를 압박했습니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으니 ‘250만 원 상당을 선물을 하라’고 구체적으로 알려줬습니다. OO백화점에서 250만 원으로 상품권을 구입해 허선윤 이사장에게 직접 줬습니다. 제 동기들도 같은 규모의 상품권을 상납했습니다.”
허선윤 이사장은 상납받을 때면 대개 비슷한 말을 한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정성을 보이는데, 안 받을 수가 없네. 하하하.”
기간제 시절 주로 기피 부서에서 일했던 박동훈 교사는 250만 원 상품권 상납 이후 곧바로 좋은 부서로 이동했다고 한다.
“허 이사장은 금품을 상납하면 바로 반응이 옵니다. 그렇게 교사들을 길들이는 겁니다. 허선윤 이장에게 학교는 교육의 장이 아니라, 재테크의 현장입니다.”
대구시교육청은 허선윤 이사장이 교사들에게 주기적으로 상납받는다는 사실을 작년에 인지했다. 그럼에도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감사를 하지 않았다.
<셜록>이 앞서 보도한 대로, 허선윤 이사장은 금품이 오가는 현장에서는 지독하게 일관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약 10년간 특정 식당에 교사들을 동원해 개인돈과 세금을 쓰게 했고, 역시 특정 노래방으로 교사들을 불러내 술값을 내게 했다.
해당 식당과 노래방 이름은 주기적으로 바뀌었지만, 사장은 여성으로 늘 같은 인물이었다. 교사들은 밥값, 술값을 계산할 때 계산서를 꼼꼼하게 따질 수 없었다. 사장이 요구하는 대로 줘야만 했다.
교사들은 ‘허선윤 이사장 – 식당 사장 – 노래방 사장’은 경제공동체의 식구들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하곤 했다.
허선윤 이사장은 반론을 요구하는 <셜록>의 모든 취재를 거부했다. 식당 사장, 노래방 사장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