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무실에서 성추행 가해자와 같이 근무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해진다. 아무 일 없는 척, 천연덕스럽게 구는 그의 모습에 치가 떨려 몸이 아플 정도다.
2016년 초여름 어느 날이었다. 여느 날처럼 그가 먼저 “차 한 잔 마시자”고 연락했다. 해질 무렵, 동네 근처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짧은 대화를 마친 후, 그는 차로 집까지 바래다주겠다고 했다. 동료의 제안이니 받아들였다. 카페에서 집까지는 차로 10분이 채 안 걸렸다. 집 앞 주차장에 도착해 감사 인사를 건넬 때였다.
그는 갑자기 끌어안고서 볼에 입맞춤을 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 갑작스런 추행에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 마라. 왜 이러는데!”
그는 민망한 듯 변명했다.
“힘들어 보여 위로해 주려고…”
차 문을 열고,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집에 들어와도 놀란 가슴은 진정되지 않았다. 볼에 닿은 불쾌한 느낌을 빨리 지우고 싶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그 순간을 부정하는 거였다.
당시는 개인 사정으로 힘들 때였다.
“이혼 소송을 진행하며 겪은 충격과 고통이 컸습니다. 그에게 문제제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못 할 정도로 심적으로 많이 지쳐있었습니다. 그는 힘든 제 처지를 알고 노린 걸로 보입니다.”
영남공업고등학교 행정실 직원 고현주(가명) 씨는 당시 이혼 소송 탓에 하루도 눈물을 흘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근무 중에도 터져나오는 울음 때문에 일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고 씨 볼에 기습적으로 입을 맞춘 그는 직급이 낮은 행정실 여성 직원이자,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고현주의 처지를 꿰뚫고 있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접근했다.
“내가 도와줄 테니, 무슨 일 생기면 내게 말해 줘.”
“저는 행정실 직원이니 업무를 행정실장에게 보고해야 합니다. ‘이혼 소송 때문에 법원에 가야 한다’며 조퇴 사유를 종종 행정실장에게 밝혔습니다. 제 이혼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임 실장이 제게 접근한 걸로 기억합니다.”
고 씨에게 기습 성추행한 가해자는 임OO 영남공고 행정실장. 그는 40대 기혼 남성으로, 자녀도 있다. 최근 <셜록>이 10월 10일에 보도한, 기간제 싱글맘 교사를 성추행한 그 남자가 맞다. 그는 같은 수법으로 다른 여성도 성추행했다.
임 실장이 행정실 직원 신분일 때부터 부적절할 행위를 한 건 아니었다. 임 실장과 고 씨는 2005년부터 같이 행정실에서 근무하며 친구처럼 지냈다. 동년배인 둘은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고, 출산해 육아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했다. 거주지도 멀지 않았다.
임 실장은 고 씨에게 “우리가 동갑 아이가. 동갑끼리 뭉쳐야 하지 않겠나”라는 식으로 종종 연락했다. 그때까지는 친한 직장 동료로서 나눌 수 있는 대화라고 생각했다.
임 실장은 2014년경부터 임 실장은 고 씨에게 호감을 표시했다.
“고 선생님이 먼저 결혼해서 섭섭했었다. 내가 고 선생님 좋아하는 거 알잖아.”
“그동안 나는 고 선생님 좋게 봤다.”
“고 선생님 우리 한 번씩 차도 마시고 만나면 좋겠다.”
가정이 있고 아이 키우는 사람으로서 부적절한 말이었지만, 괜한 오해를 하는 게 아닐까 싶어 넘어갔다. 무엇보다 허선윤 이사장이 내정한 행정실장에게 문제를 제기했다가, 불이익을 받을까 두렵기도 했다.
2016년을 기점으로 임 실장은 선을 넘기 시작했다. 그는 노골적으로 고 씨에게 접근했다. 당시 그는 행정실장으로 승진했다.
임 실장은 고 씨에게 “동네에 운동하러 나왔다가 집에 들어가는 길인데, 근처니까 차 한 잔 하자”는 식의 연락을 종종 했다. 문자, 카카오톡, 전화 등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
그는 둘만의 시간을 보내길 원하는 눈치였다. 부담을 느낀 고 씨가 “나중에 사무실에서 이야기하자”고 돌려 말해도, 임 실장은 “다른 직원들도 개인적으로 한 번씩 만나서 괜찮다”며 자기 생각을 밀고 갔다.
상사의 요구를 계속 거절하기는 어려웠다. 최대한 약속을 깨고, 일정을 미뤘지만, 가끔은 만날 수밖에 없었다.
임 실장은 약속 장소를 먼저 예약하곤 했는데, ‘룸’으로 된 식당도 있었다. 고 씨는 일부러 자녀를 약속 장소에 데리고 나가기도 했다. 그와 둘이 만나는 걸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
“임 실장의 연락을 아예 무시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상사인 임 실장이 혹시라도 불이익을 줄까 봐 겁이 났습니다.”
임 실장은 과한 신체 접촉도 했다. 토요일 당직 날에는 행정실장과 함께 행정실 직원이 한 명씩 돌아가며 출근해야 한다. 행정실에 실장과 직원, 두 명이 근무하는 식이다.
토요일 당직 날, 임 실장은 고 씨의 어깨를 갑자기 주물렀다. “많이 힘들지 않느냐”는 멘트도 빼먹지 않았다. 고 씨에겐 호의가 아닌, 불쾌한 신체 접촉이었다. 고 씨는 “괜찮으니까 주무르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어떤 날에는 토요일 근무 이후 드라이브를 제안하기도 했다.
“고 선생님. 근무 끝나고 나서 바다 보러 갈래요?”
2016년 볼에 기습 입맞춤을 한 추행 이후, 고 씨는 임 실장을 멀리했다. 만남 요청을 거절하고, 연락이 달갑지 않다는 걸 티냈다. 그러자 임 실장의 연락도 뜸해졌다.
올해 8월께, 임 실장은 또 연락을 해왔다. 그는 “할 말이 있다”며 고 씨에게 만남을 요구했다. 불편함을 느낀 고 씨는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고 씨는 <셜록>이 10월 10일 보도한 임 실장의 기간제 여교사 성추행 사건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임 실장의 수법은 거의 같았다.
임OO 영남공고 행정실장은 2016년 1월 A씨에게 기습적으로 볼에 입맞춤을 했다. 고 씨는 2016년 6월경에 임 실장에게 같은 성추행을 당했다.
임 실장은 A씨에게 “당신을 생각하는 나(윙크 이모티콘)” “저녁에 바다 보러 가자”는 등의 불쾌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최근에는 “좋아한다”는 취지로 고백도 했다.
고 씨도 임 실장에게 “좋아한다”, “바다 보러 가자”는 식의 말을 들었다.
임 실장은 A씨에게 10년간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며 만남을 요구했다. 고 씨도 만남을 요구하는 임 실장의 연락을 수차례 받아왔다.
“임 실장의 기간제 여교사 성추행 사건 기사를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임 실장이 기간제 여성 교사에게 접근한 방식이 저에게 한 것과 똑같더군요. 행정실장은 본인의 지위를 이용해 약자인 기간제 여교사나 일개 직원인 제게 접근한 거잖아요. 기사 보고 ‘행정실장의 수법이었구나’ 깨달았습니다.”
임 실장의 의견을 듣기 위해 23일 오전 연락을 했지만, 그는 대화하기 싫다고 밝혔다. 행정실 직원 성추행 사실을 묻는 기자에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 일 없습니다. 허위 사실 유포하지 마세요.”
고 씨는 본인의 피해 사실도 세상에 알리고자 결심했다. 성추행 피해 사실을 공론화한 기간제 여교사의 용기를 보고 힘입었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고 씨는 22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고 씨는 마지막으로 이 말을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 직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임 실장이 합당한 처벌을 받길 바랍니다.”
직장 내 성희롱은 차별이자, 인권 침해입니다. 임OO 영남공고 행정실장은 ‘싱글맘’이자, 위계가 낮은 여성 직원들의 어려운 사정을 이용해 성희롱을 했습니다.
임 실장은 영남공고 교직원 2명 이상을 성추행했습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임 실장에 의한 추가 피해를 막고,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는 공익 차원에서 이 문제를 보도합니다.
임OO 영남공고 행정실장에게 성희롱 및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는 아래 메일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573dofv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