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이 아들이 또 도망갔다.
결정적인 순간이면 도망가는 그의 수법은 하나도 새롭지 않으나, 위기의 시간에 또 특혜를 받아 몸을 숨기는 그의 모습은 여러 슬픈 기억을 자극한다.
어머니 임종을 못 지키고 유람선 위에서 <소양강 처녀>를 들은 날, 아내 분만 소식을 듣고도 출근했던 순간, 교통사고를 겪고도 학교에 와야만 했던 시간….
허선윤이 교장과 이사장으로 학교의 ‘넘버원’으로 군림한 10년간, 영남공고 교직원들은 병가, 연가(공무원 유급휴가)는 물론이고 임신-출산에 따른 특별휴가도 제대로 쓸 수 없었다. 허선윤은 어머니 임종도 못 지키게 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아들은 학교에서 이 모든 걸 다 누렸다. ‘교사 연애금지’ 학교에서 동료 교사와 연애해 결혼했고, 동료들이 임신 포기 각서를 쓸 때 그는 출산 휴가를 썼다.
사학비리와 갑질 문제로 교육부-대구시교육청이 합동으로 영남공고를 감사하는 지금, 허선윤 아들 허OO 교사가 갑자기 사라졌다. 감사팀의 칼날이 ‘취업률 조작’으로 향하자, 책임자였던 허 교사가 자취를 감췄다.
허 교사는 11월 12일부터 병가에 들어갔다. 그는 당일 오전까지 출근을 하지 않고,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근무상황을 올리지도 않았다. 오전 11시 30분께, 한 동료 교사에게 문자 한 통만 남겼다.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바쁘신데 죄송하네요. 학교 일 잘 부탁드립니다.”
그가 어디가 아픈지, 증상은 어떤지, 어느 병원에 입원했는지, 아는 교사는 없다. 동료에게 문자 한 통 남기고 학교에 나가지 않는 교사. 전 이사장 아들은 이렇게 막나간다.
소식을 전해 들은 김태석(가명) 영남공고 교사는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분노했다.
2013년 2월 봄방학, 시간표 작성을 위해 출근한 날이었다. 김 교사는 당일 오전 갑작스러운 소식을 받았다.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할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해 상태가 위중하다는 연락이었다. 급히 병원으로 가야했다.
김 교사는 교무실 중앙에 앉아 있는 허선윤 교장을 찾아 갔다. 할머니의 상태를 설명하며, 조퇴를 하고 싶다고 사정했다. 허선윤은 이렇게 말했다.
“니가 지금 병원으로 간다고 달라지는 게 뭐가 있노. 오늘 무슨 날인지 모르나? 시간표 작성하는 날 아니가? 정신이 있나 없나. 할 일 다 해놓고 가라.”
김 교사의 속은 탔고, 손은 떨렸다. 자리로 돌아왔지만, 업무에 집중할 수 없었다. 시간표 작성 중에도 휴대전화만 바라보았다. 휴대전화 화면에 “할머니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친인척들의 연락만 떴다.
업무는 늦은 오후에야 끝났다. 김 교사는 뒤늦게 할머니가 있는 지방 병원으로 서둘러 향했다. 그 사이 할머니는 별세했다.
장례식장에 도착한 김 교사는 허망해서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허선윤 교장이 ‘니가 병원 간다고 달라지는 게 뭐가 있냐’고 말하는데, 과연 인간인가 싶었습니다. 저는 할머니 임종도 못 지켰는데… 허선윤 꼴도 보기 싫었습니다.”
김 교사가 그날을 잊을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교직원 워크숍 날이었습니다. 영남공고 교직원은 필참입니다. 많은 교사들이 저희 할머니 장례식장에 못 오고, 교직원 워크숍 장소인 ‘상주 수련원’으로 끌려갔습니다. 동료 교사들이 ‘장례식장에 가지 못해 미안하다’며 제게 직접 연락을 주었습니다. 제 평생 잊지 못할 사건입니다.”
교사들의 경조사 참여도 방해한 허선윤의 악습은 이상석 교장으로 이어졌다. 허선윤의 뒤를 이어 이상석 교장도 교사들의 병가, 연가 신청을 거의 거부했다.
도현우(가명) 영남공고 교사는 어린 자녀를 등에 업고 출근했던 2015년 그날을 떠올렸다.
“당일 아침에 아내가 탈진으로 갑자기 쓰러져 119에 실려 갔습니다. 아내를 돌볼 사람이 없어 교장에게 연가를 사용하고 싶다고 알렸습니다. 이상석 교장은 배우자가 아픈 건 ‘연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일단 학교에 온 뒤에 조퇴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학교에 100일밖에 안 된 애를 업고 와서 조퇴 신청을 했습니다.”
도 교사는 조퇴 신청이 끝이 아니었다고 했다.
“조퇴 신청을 한다고 집으로 바로 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교장의 승인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한마디로, 교사들을 괴롭히는 수단입니다. 주변 교사들은 애를 등에 업은 채 교무실에서 우왕좌왕하는 저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았습니다.”
영남공고의 이상한 악습에 시달린 교사는 한 두 명이 아니다. 장승선(가명) 교사는 올해 7월께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학교에 출근했다.
“삼촌 장례식장 방문 사유로 연가를 신청했습니다. 이상석 교장은 역시 조퇴만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조퇴를 하기 위해 학교로 출근하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이상석 교장이 어떻게 나올지 뻔해, 학교로 출근해 조퇴 신청을 하고 병원 치료를 받으러 갔습니다.”
연가는 근무 결과에 따라 당연히 발생되는 유급휴가이자, 공무원의 권리다. 허선윤-이상석은 사립학교 교직원의 권리를 수년간 침해한 셈이다.
반면 허선윤 이사장 아들 허OO 교사는 영남공고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 허 교사가 누려 온 특혜는 여러 교사들의 원성을 산다.
“허 교사는 본인 멋대로 조퇴, 병가, 출장 등을 사용해왔습니다. 올해 교직원 워크숍에서도 허 교사는 별다른 이유 없이 조퇴했습니다. 방학 중 진행한 상주 교직원 워크숍에도 부장 교사인 그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교사들은 윗선 눈치에 해외여행 취소 수수료까지 물면서 참석하는데 말입니다.”
학교 시험 기간 중에도 허 교사는 매번 교외 출장을 나간다. 영남공고에선 원칙상 지필 시험 기간엔 교외 출장은 금지다. 시험 감독 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험 기간에 아무도 출장을 나가지 않는데, 허 교사는 매번 출장을 나갑니다. 하루 3~4시간 가만히 서 있는 시험 감독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또 자신을 대신해 출장 목적지까지 운전할 최측근 교사도 꼭 데리고 다닙니다. 이사장 아들로서 누리는 특혜로밖에 안 보입니다.”
교육부-대구교육청은 11월 4일부터 영남공고 합동 감사를 시작했다. 허 교사는 고3 학생들의 취업률을 수년간 조작한 핵심 책임자다. 합동 감사팀은 허OO 교사의 취업률 조작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허OO 교사는 여전히 영남공고를 아버지에게 물려 받을 왕국으로 여기는 걸까? 자신을 겨누는 교육부-교육청 감사팀이 우스운 걸까?
허 교사는 11월 12일에는 병원 입원을 이유로 돌연 병가를 신청했다. 그가 입원한 사유와 입원 병원은 아무도 모른다.
영남공고 교사들은 “동료 교사에게는 병원에 입원했다고 해놓고, 교무 담당 교사에게는 병가 사유가 입원이 아니라고 하는 등 허 교사의 말이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허 교사가 병가를 사용한 이유를 “교육부-대구교육청 합동 감사를 피하기 위한 수법과 더불어 14일 수능 시험 감독을 맡기 싫어서”라고 추측했다.
허 교사는 취재팀의 수차례 연락과 문자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장상교 영남공고 교장은 허 교사의 병가에 대해 “허 교사가 몸이 아파 병가를 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장 교장은 “이사장 아들로서 허 교사가 특혜를 누리고 있다고 보지 않냐”는 질문에, “9월 2일 이후부터 누구라도 자기 의사에 따라 (병가 등이) 처리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사장 아들 특혜설을 일축했다.
허OO 교사는 18일 현재까지 병가를 이유로 학교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허 교사는 자신이 먹고 싶은 콘푸라이트를 사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후배 교사에게 고성과 폭언 등 갑질을 한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