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네가 해도, 신혼여행은 내가 정한다.’

타인의 신혼여행을 마음대로 결정하다니.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허선윤은 그렇게 자기 멋대로 살았다. 그가 영남공고 교장-이사장으로 있던 10년간, 학기 중에 신혼여행을 간 교사는 딱 1명이다.

결혼한 사람이 없던 게 아니다. 누군가 청첩장을 가져오면 허선윤은 한마디로 모든 걸 정리했다.

“신혼여행은 방학 때 가그라.”

신혼여행만이 아니다. 허선윤은 교사들의 연애, 결혼, 임신, 출산, 육아, 입원 등을 방해했으니, 그는 생명의 탄생과 인간의 생로병사를 관장하는 신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고작(?) 노래방으로 교사들을 불러내 돈을 갈취한 혐의 등으로 이사장에서 해임됐지만 말이다.

허선윤의 강요로 신혼여행을 못 간 상처는 7년이 지난 지금도 아물지 않았다. 2012년 12월, 임정수(가명) 영남공고 교사는 결혼식 날짜를 잡았다. 그는 청첩장을 돌리며 직속 부장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다.

“12월 초에 결혼식을 합니다.”

장상교 교육연구부장(현 교장)은 이상한 말을 했다.

“교장 선생님이 허락하시겠나? 신혼여행은 안 된다. 방학 때 가그라”

결혼식 일정을 바꿀 수도 없는 상황. 임 교사는 허선윤 교장실로 찾아갔다.

“교장 선생님. 12월에 결혼식을 올려 청첩장 갖고 왔습니다. 신혼여행도 다녀오겠습니다.”

허선윤 교장은 단호했다.

“신혼여행은 방학 때 가그라.”

축하 인사도 없이, 권리를 박탈하다니. 영남공고 규정집에 따르면, 특별휴가는 본인 혼사의 경우 최대 5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한국의 많은 노동자 역시 마찬가지다.

“교장 선생님, 저는 무조건 신혼여행 가야 합니다.”

허선윤 교장은 터무니없는 이유를 댔다.

“네가 신혼여행을 가면, 다른 교사들한테 피해를 줄 수 있어서 안 된다.”

당시 영남공고에선 학기 중에 신혼여행을 간 사례가 없었다. 허선윤 교장이 직권으로 ‘신혼여행은 방학 때만 가능하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허선윤 영남공고 전 이사장

임 교사는 화가 났다. 아내에게 “학교에서 신혼여행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웠다. 공립 학교에서 근무하던 아내는 이미 신혼여행 특별휴가를 받은 상태였다.

임 교사는 교장실을 다시 수차례 찾았다. 읍소하고 간청해도 허 교장은 신혼여행을 허락하지 않았다.

임정수 교사는 결국 호주로 예약해 놓은 신혼여행을 취소했다. 평소처럼 학교로 출근했다. 이미 휴가를 받아놓은 아내는 집에서 홀로 시간을 보냈다.

“처가 식구들 보기가 부끄러웠습니다. 신혼여행도 안 보내주는 학교를 어떻게 이해하겠습니까?”

그로부터 약 7년이 지난, 2019년 2월 7일. 장상교 교감(현 교장)이 “잠시 만나서 이야기하자”며 임 교사에게 연락을 해왔다. 임 교사는 가족들과 전라남도 순천 여행 중이었다. 그는 “내일 학교에서 뵙자”며 장 교감의 제안을 거절했다.

장 교감은 집요하게 만남을 요구했다.

“임 교사, 오늘 꼭 봐야 한다. 혼자만 (약속 장소에) 나오거라.”

임 교사는 상사의 요구를 더 이상 거부할 수 없었다. 당일 오후 10시께, 임 교사는 약속 장소인 대구 수성못 근처 M 카페에 도착해 장 교감을 기다렸다.

카페에 나타난 장 교감은 허선윤 이사장을 데리고 왔다.

“제가 ‘시간이 늦어 만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세 번 정도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장 교감은 집요하게 저를 약속 장소로 불러냈습니다. 카페에서 허선윤 이사장을 보는 순간, 그가 무리해서 저를 불러낸 이유를 알았습니다.”

허선윤 이사장은 7년 전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신혼여행 안 보내주더나?”

임 교사의 속에서 분노가 올라왔다. 당시 임 교사는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참고인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대구의 한 시민단체가 신혼여행 거부 사건을 두고, 허선윤 이사장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기 때문이다.

허선윤은 노동청 조사를 무마시키려고, 허위 진술을 강요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임 교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네. 제 신혼여행 안 보내주셨잖아요.”

허선윤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내가 언제 그랬냐?”

임 교사는 옆자리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장상교 교감에게 물었다.

“제가 교장실을 몇 번이나 찾아갔습니까. 교감 선생님은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바로 옆에서 저의 상황을 지켜보지 않으셨습니까.”

장상교 교감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임 교사의 눈을 피했다.

임 교사의 이야기를 듣던 허선윤 이사장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너 노동청 가서 어떻게 얘기할 건데.”
“제가 겪은 대로 얘기하겠습니다.”

대화는 10분이 채 안 걸렸지만, 몇 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허선윤 이사장과 장상교 교감은 용건이 끝나자 서둘러 카페를 떠났다. 카페엔 임 교사 혼자만 남았다.

“만약 허선윤 이사장이 ‘신혼여행 안 보내줘서 미안했다’고 말하면,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를 회유하려는 허선윤 이사장의 태도에 더는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날 저는 아내에게 미안해서 눈물만 흘렸습니다.”

임 교사는 집으로 돌아와서도 잠을 잘 수 없었다. 허선윤의 목소리와 태도가 떠올라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그는 휴대전화 메모장을 켜고 심정을 적었다.

“허선윤 이사장과 장상교 교감이 어젯밤 찾아와 7년 전 쓰지 못하게 한 특별휴가 이야기를 꺼냈다. 노동청에 거짓 증언을 해달라고 부탁하러 온 것이다. 나는 노동청에 거짓 진술을 하지 않을 거다. 내가 선례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여러 후배 교사들도 줄줄이 특별휴가를 쓰지 못하고 출근해야 했다.” – 2019년 2월 8일 임 교사가 작성한 일기 일부-

허선윤 교장의 특별휴가 방해는 유서 깊다. 최순필(가명) 영남공고 교사는 과거 허선윤 교장과 나눈 대화를 잊지 못한다.

“오늘 아내가 출산하는데, 제왕절개 수술을 받습니다. 조퇴하겠습니다.”

허선윤의 답은 이랬다.

“조퇴는 안 된다. 네가 간다고 아가 빨리 나오나?”

결혼, 출산, 가족 사망 등 사정이 생기면 누구나 특별휴가를 쓸 수 있다. 하지만 허선윤은 터무니없는 이유로 사립학교 교직원의 특별휴가 사용을 방해했다.

대구시교육청도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대구교육청은 지난 8월 29일 영남공고를 감사한 뒤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이렇게 밝혔다.

2019년 8월 29일, 대구시교육청이 영남공고를 감사한 뒤 내놓은 보도자료.

“영남공고에서 2011년부터 2018년 4월까지 특별휴가를 묵시적으로 금지하는 학교 분위기 속에서 120건의 경조사(본인 결혼, 배우자 출산, 사망) 특별휴가를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법정 일수보다 적게 사용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런 영남공고에서 허선윤의 아들 허OO은 예외였다. 그는 올해 5월, 배우자 출산 때 특별휴가를 썼다. 모두의 권리지만 영남공고에선 ‘허선윤 아들’에게만 허용된 특혜였다.

교육부와 대구시교육청은 11월 4일부터 영남공고를 상대로 합동 감사를 시작했다. 여러 비리와 갑질을 확인해 허선윤 이사장을 ‘날린’ 대구시교육청은 그의 아들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 허OO 교사는 고3 학생들 취업률을 조작한 핵심 책임자다.

허OO 교사는 아버지처럼 온갖 이유로 감사를 회피하고 있다. 역시 아버지가 그랬듯이 그도 <셜록>의 반론 요구에 아무런 답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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