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얼굴과 신상(이름, 나이, 거주지 등)을 공개하는 온라인 사이트 <배드파더스> 자원활동가 구본창 씨의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이후, ‘나쁜 부모’들의 태세 전환이 급격히 이뤄지고 있다.
수천 만 원 밀린 양육비를 한 번에 주는 사례가 나오는가 하면, <배드파더스>에 올라간 정보를 내리는 방법을 문의하는 사람도 생겼다.
구본창 씨는 16일 오후 5시 법무법인 숭인에서 열린 <배드파더스> 변호인단과 양육비해결총연합회(양해연) 공동기자회견에서 변화된 상황을 전했다.
수원지방법원 제11형사부(이창열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의한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구본창 씨에게 지난 15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배드파더스>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는 “다수의 양육자와 자녀들이 양육비 미지급으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양육비 지급 촉구를 주된 목적으로 하여 공공의 이익을 위한 걸로 볼 수 있다”며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재판에서 배심원 7명(예비배심원 1명 제외) 모두 구 씨에 대해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렸다.
피고인 구본창 씨는 2018년 9월부터 10월 사이 <배드파더스>에 신상이 공개된 부모 중 5명(남성 3명, 여성 2명)에게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의한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무죄 판결 이후 2일차. 4건의 양육비 미지급 사례가 해결됐다.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등재된 ‘양육비 미지급 해결 건수’는 113명에서 117명으로 늘어났다.
해결된 4건 중 하나는 양육비 미지급자 A가 미지급 양육비 총 2700만 원을 일시에 양육권자에게 지급한 사례다. A는 매달 지급해야 하는 양육비 40만 원을 약 6년간 주지 않았다.
무죄 판결 이후 구 씨는 “양육비 미지급자의 태도가 달라진 걸 절실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미지급자들은 주로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소할 테니 <배드파더스>에서 본인의 사진을 내리라’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무죄 판결 이후에 총 5명(4건 해결, 1건 협의 중)이 양육비를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비양육자들은 ‘어떻게 하면 사이트에서 사진을 내릴 수 있냐’는 취지로 제게 사정했습니다.”
실제 판결이 나온 15일엔, <배드파더스>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찍기도 했다. 구 씨는 <배드파더스> 신상 공개 요청도 늘었다고 밝혔다.
“무죄 판결 이후 오늘(16일)까지 <배드파더스> 신상 공개를 요청하는 숫자가 200명입니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신상 공개를 상담하고 문의한 숫자가 약 3500명 정도였어요. 이 중 명예훼손 두려움 때문에 10% 정도만 공개해서 약 400명이 사이트에 등재된 거고요. 현재는 하루 24시간 신상 공개 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구 씨는 “신상 공개 기준을 완화할 계획은 없다”며 “그동안 양육비 부담조서, 이혼 판결문 등으로 양육비 미지급 사례를 확인했다. 현재 기준보다 더 까다로운 절차를 마련해서 단 1%라도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운영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양육비 이행강화 법안 10개가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양육비를 미지급할 경우 운전면허 제한, 출국금지, 명단공개, 형사 처벌 등으로 비양육자를 제재하는 식이다.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는 “임시 국회가 2월에 열리기 전에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 각 정당 원내대표, 법안심사소위원회 의원을 찾아가 의견을 나눌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