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지급을 요구하는 전 부인과 기자를 폭행한 양육비 미지급자 박OO(83년생) 씨가 공동 상해,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소당했다. 8년간 양육비 약 5100만 원을 주지 않은 박 씨에겐 아동학대 및 아동 유기·방임 혐의도 적용됐다.
전 부인 강하나(가명, 83년생), SBS CNBC 김OO 기자, <셜록> 김보경 기자는 3일 박 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해달라며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고소장을 냈다.
박 씨는 지난 17일, 양육비를 받기 위해 찾아온 강 씨와 이 사안을 취재하는 기자를 서울 청량리 소재 청과물시장에서 폭행했다. 박 씨는 욕설을 하며 기자들이 촬영한 영상을 삭제하도록 강요했다.
사건 당일, 동대문소방서 주최로 ‘전통시장 전문 의용소방대 발대식’이 박 씨 가게 앞에서 열렸다. 가정폭력 가해자이자, 양육비 미지급자 박 씨는 이날 의용소방대원 명패를 받았다.
박 씨는 현장을 찾은 전 부인 강 씨를 발견하고, 팔로 밀면서 욕설을 했다.
“법대로 하라고 법대로, 이 씨XX이 진짜. 법대로하라고 이 씨XX아! 니가 니 새끼 키워라! 이 씨XX이, 진짜. 내가 돈이 X나 많아도 너한테 양육비 안 줘 이 XX야!”
그는 현장 모습을 촬영한 강 씨의 휴대전화도 가져가, ‘앨범‘ 앱 자체를 지워버렸다. 강 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이 전부 삭제됐다. 강 씨는 박 씨의 친척에게 뺨도 맞았다.
박 씨의 욕설과 폭행은 기자들에게도 향했다. 그는 SBS CNBC 기자를 향해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내가 이 XX 때문에 벌금 수천 만 원을 줘도 내가 카메라 뺏는다. (중략) 니가 나를 왜 찍냐고. 달라고 찍은 거. 내가 니들한테(방송사 의미) 몇번을 당한 줄 아냐.”
SBS CNBC 기자가 카메라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버티자, 박 씨는 무릎으로 기자의 머리와 목을 땅바닥으로 눌렀다. 이어 본인 친척과 함께 기자의 오른팔을 뒤로 꺾었다.
SBS CNBC 기자는 새끼손가락 골절 등 전치 5주의 부상을 입었다. 그의 카메라(액션캠)도 파손됐다.
이런 상황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셜록> 기자도 폭행을 당했다. 박 씨는 기자의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시도하는 등 오른팔로 기자의 목을 감싸 졸랐다.
<셜록> 기자는 왼쪽 손가락 찰과상과 출혈로 치료를 받았다. 박 씨에 의해 졸린 목 부위는 염좌 진단을 받았다
이후 강 씨는 진료를 받으러 간 인근 병원에서 박 씨에게 2차 폭행을 당했다. 그는 강 씨의 머리채를 잡고 바닥으로 내리치고, “경찰서에 가서 이야기하자”며 멱살을 잡았다. 강 씨는 박 씨의 폭행으로 뇌진탕과 어깨, 팔꿈치 타박상을 진단 받았다.
강 씨는 3일 양육비 미지급자 박 씨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및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다시 고소했다. 그는 2019년 2월에도 양육비 미지급 등을 사유로 전 남편을 아동복지법위반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박 씨는 2012년 12월부터 매달 60만 원씩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약 8년간 무시했다. 그가 지급하지 않은 양육비는 2020년 1월 기준 약 5100만 원을 넘어섰다. 박 씨는 외제차와 명품 모자를 애용하는 인물이다.
강 씨는 5년 전 면접교섭 당시 아이를 방치했던 일도 고소장에 담았다. 박 씨는 면접교섭 날 아이를 방치한 채 애인과 영화를 보러 가고, 배가 고픈 아이에게 식사 대신 과자 등을 줬다.
강 씨는 동대문경찰서 종합민원실 앞에서 기자를 만나 “부모의 역할을 하지 않은 양육비 미지급자가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걸 알려준 양육자를 폭행한 사건”이라며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미흡했기 때문에 전 남편이 또다시 범행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동복지법 재고소에 대해선 “수사기관이 양육비 미지급 문제의 중대성을 알고 양육비 미지급자를 강력 처벌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강 씨와 함께 경찰서에 동행한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는 “국가는 아동의 생존권과 복리에 직결된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더이상 개인의 문제로 방치해 양육자를 위험에 노출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박 씨의 폭행 사건 등을 계기로 양육비 미지급자의 운전면허를 취소하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진행되고 있다. (국민청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