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병원의 수상한 고양이 실험’에 대해 진상조사를 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올라왔다.
동물권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26일 “‘가짜 연구’에 멀쩡한 6마리 고양이를 죽인 OO대학병원을 고발한다”는 제목의 글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단체가 지목한 기관은 서울대학교병원이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비글을 포함한 실험동물 구조단체로, 이번 서울대학병원의 비윤리적인 고양이 실험 제보를 받은 곳이다.
서울대학병원 이비인후과 A교수 연구팀 출신인 공익제보자 이도희(가명) 씨는 23일 <셜록>을 통해 서울대학병원의 수상한 고양이 실험을 고발한 바 있다.
이 씨는 “실험묘 6마리는 2017년 이후 실험에 활용되지 않고 병원 사육실에서 방치됐다”면서 “실험 종료 후 입양을 추진했지만, 묵살됐고 실험묘 6마리 모두 안락사 대신 고통사를 당했다”고 밝혔다.
총 연구책임자인 A교수는 2015년 8월부터 3년간 실험묘를 대상으로 ‘인공와우이식기를 통한 대뇌청각피질 자극 모델’ 연구를 시작했다. 실험은 고양이 왼쪽 귀 뒤편에 약물을 주입해 기능을 잃게 한 후 인공와우(인공 달팽이관)를 이식해 청력을 확인하는 내용이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해당 동물실험계획서와 A교수의 논문을 확보해 조사한 결과 총 4가지 비위 사실이 드러났다고 청원에서 밝혔다.
1. 존재도 하지 않은 ‘가짜 연구’를 위해 허위 동물실험계획서를 작성해서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속이고 실험 승인을 받았다.
2. 실험 기간이 종료되자 남은 고양이 6마리를 마취제 없이 염화칼륨(KCl)만으로 고통사했다.
3. A교수 연구팀은 실험에 동원된 20마리 이상의 고양이들을 출처가 불분명한 번식장에서 구입했다. 이 번식장은 시 보호소에서 유기묘를 데려오거나, 길고양이를 포획해서 서울대학병원에 공급한 것으로 강하게 의심받는 곳이다. 번식장은 상품 가치가 없는 코리안 숏컷 종을 번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4. 공익제보자가 ‘실험묘를 개인적으로 입양하거나 책임지고 입양보내겠다’고 요청했으나, A교수 연구팀은 이를 무시하고 모두 고통사했다.
이에 따라 비글구조네트워크는 3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먼저, A교수 연구팀이 왜 ‘허위 연구’를 했는지 밝혀달라는 요구다.
단체는 “A교수 연구팀이 다른 기관의 교수 논문에서 데이터를 가져와 동물실험계획서 승인을 받았다”면서 “이는 명백한 연구윤리 위반은 물론 해당 동물실험윤리위원회와 서울대학교병원을 속인 부분은 업무방해죄에도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체는 “왜 이런 가짜 실험을 했는지 그래서 누구에게 이득이 갔는지 진상조사를 통해 철저하게 밝혀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서울대학병원 A교수와 선임연구원 등을 파면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는, 국내 유기동물과 길고양이에 대한 동물보법상 지위 확보다. 단체는 “유기묘나 길고양이들이 학대자, 동물 식용업자, 동물실험자들에 의해 상당히 높은 수위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길고양이에 대한 동물보호법상 지위와 신분이 애매한 위치에 있는” 것이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하며 “이 사건을 계기로 동물보호법상 길고양이가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적 지위를 공고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마지막은, 고통사를 처벌할 수 없는 현행 동물보호법 개정 촉구다. 단체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제출한 마약류관리시스템 정보에는 6마리의 고양이들에게 마취제를 투여한 사용 기록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단체는 “실험 후 고양이들은 동물실험계획서대로 마취 후 심정지 약물을 투여해야 하지만 이를 어기고 고통사를 한 부분은 안타깝게도 미비한 현행 동물보호법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면서 “동물실험에서 비윤리적인 고통사에 대한 처벌 규정도 법안으로 마련해주기”를 촉구했다.
27일 오후 3시 기준 약 3000명이 청원에 동의를 표했다.
단체는 동물보호법, 업무방해, 마약류 관리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총 연구책임자 A교수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할 예정이다.
서울대학병원은 단체의 고발 조치에 대해 “당연히 응할 것이며, 그 통로를 통해 실험묘 거래명세서 공개하고,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 기록 미기재 담당자와 사유를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