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연 <케어> 전 대표의 비밀 안락사는 많은 사람의 분노를 샀다. 반성하지 않는 박소연의 모습은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누군가는 인터넷 등에 욕설을 남겼다. 박소연은 이들 수백 명을 형사고소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여러 사람이 박소연 전 대표에게 합의금으로 거액을 줘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이것은 박소연의 ‘신종 재테크’인가, 아니면 당연한 권리 행사일까. 

본인에게 반기를 든 직원들을 구조조정으로 내보내고, <케어> 비밀 안락사 사태를 세상에 알린 공익신고자에겐 일방적으로 사직서를 강요했던 박 전 대표.

이번엔 그의 화살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 기사에 악플을 단 시민들로 향했다. 그는 악플을 단 시민 약 400여 명을 무더기로 형사 고소했다.

개인 인권 보호 차원에선 적법한 절차지만, 일각에선 ‘합의금 장사’를 위해 고소와 소송을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전 대표는 지난 5월 21일 오전 재판이 끝나고 서울법원종합청사 앞에서 취재진들을 만나 재판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 셜록

박 전 대표는 본인에게 악성 댓글을 단 시민 약 400여 명을 모욕죄 등의 혐의로 2019년 4월경 무더기 고소했다. 최근에 제기한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까지 고려하면, 일각에선 그 규모가 1000여 명에 달할 거라는 의견도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호소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의 제목은 “개들을 몰래 안락사시킨 동물권단체 박소연 대표가 합의금을 요구하며 고소를 남발하고 있습니다”이다. 17일 오후 1시 기준, 약 700여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청원인은 “어떤 욕이라도 달게 받겠다던 그녀는 온라인에서 비난 댓글을 달았던 사람들을 고소하기 시작했다”면서 “무혐의나 기소유예 처분이 많아지자, 이제는 민사 소송을 걸고 합의금을 200만~400만 원씩 요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청원인은 “생명을 몰래 죽여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상처를 줘놓고, 사람들의 분노를 이용해 합의금을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고소와 소송을 남발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박 전 대표에게 고소나 소송을 당한 총 22명의 사례를 취재했다. 6명은 박 대표로부터 형사 고소를, 16명은 민사 소송을 당했다.

이 중 피고소인 대부분은 형사 처벌을 면했다. 검찰은 이들을 불기소하거나,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그 중에는 박소연 대표 측에 합의금 150만 원을 건넨 사례도 있다.

댓글에 욕설 등을 사용해 즉결심판을 받은 경우에도 벌금은 10만 원에 그쳤다. 즉결심판은 경미한 형사사건에 대해 경찰서장의 서면청구가 있을 경우 판사가 즉시 심판하는 절차를 뜻한다.

하지만 민사 소송은 다른 상황이다. 박 전 대표 측이 피고에게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은 최소 200만 원에서 많게는 600만 원. 합의금 200만 원을 박 전 대표 측에 건네고 소송이 취하된 사례도 있다.

민사 소장을 받고 잠을 못 이뤘다는 피고 A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가 부적절한 표현으로 댓글을 썼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박 대표에게 사과할 의사도 있어요. 하지만 기사에 본인을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다고 수백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건 일반 시민들에게 심리적, 금전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줍니다. 어떤 사람들은 유무죄를 다툴 생각도 못하고, 수백 만 원의 합의금을 단번에 건네고 있습니다.

박소연 <케어>전 대표 측이 악성 댓글을 단 다수의 시민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민사 소장. 박 전 대표가 요구한 손해배상액은 최소 200만 원에서 많게는 600만 원이다.

민사 소송을 당한 피고 B씨는 박 전 대표한테 느낀 배신감이 더 크다. B씨는 평소 동물권에 관심이 많아 사비로 유기 동물을 돌보고 있는 인물이다.

“저는 비밀 안락사 사태 전까지는 박소연 대표가 사람이 아니라 ‘천사’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구조 동물을 후원자 몰래 안락사하고 임신한 개도 죽였다고 언론에서 보도하는데, 더 이상 어떻게 좋은 말이 나가겠어요. 동물을 구조하고 왜 죽이냐고요.”

아이 엄마인 민사 소송 피고 C씨는 기자에게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상대를 비하할 의도로 댓글을 쓴 게 아니에요. 박소연 대표 본인이 후원자와 직원들 몰래 속이고 안락사를 하는 등 먼저 잘못했잖아요. 아이가 많이 아파 발달 치료를 받는 와중에 민사 소송까지 당하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얼마 전엔 하혈도 했습니다.

평범한 시민들이 하루 아침에 형사 피의자가 되거나, 수백 만 원 상당의 금전적 손해 배상을 해야하는 상황. 특히, 민사 소송의 경우 박 전 대표가 소를 취하하거나, 서로 합의를 보지 않는 이상 피고는 재판을 받아야 한다.

물론, 애초 악성 댓글이 잘못인 건 분명하다. 민사 소장을 통해 확인한 여러 댓글 역시 적절한 수위를 지켰다고는 보기 어렵다.

“천벌 받을 X”

“악마 같은 X. 하늘이 무섭지 않냐”

“싸이코패스”

“욕도 아깝다. 돈에 환장한 악마 같은 X”

현행 법상 조주빈, 양진호와 같이 디지털–성착취 영상으로 범죄 수익을 얻어 큰 비난을 받는 이들도, 자신에게 악플을 단 상대를 형사고소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법을 악용해 고소와 소송을 남발하는 경우엔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당한 권리 보장과 개인 보호는 분명 필요하지만, 자칫 소송을 ‘합의금 장사’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더기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한 후 고소 취하를 명목으로 합의금을 받아 내는 건 ‘고소 남용’ 수법이다.

검찰도 이런 사례를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검찰은 다수를 고소한 뒤 협박하거나 부당하게 고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고소인은 공갈죄나 부당이득죄로 처벌하는 방침을 세웠다.

일각에서는 박소연 전 대표의 행동도 ‘합의금 장사’라고 지적한다. 특히 박 전 대표는 과거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합의금을 받았다.

박 전 대표는 2015년 ‘개고기 반대’ 취지 글 등에 악성 댓글을 단 네티즌 약 700여 명을 고소했다. 박 전 대표는 당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합의를 하자는 분들에 한해 합의를 했으며 합의금으로 들어온 7000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 전액은 <케어> 동물보호센터를 만드는데 기부했다”고 밝혔다.

당시 <케어>에서 근무했던 전 직원 D씨는 “고소를 당한 사람들이 박 대표에게 선처를 구하고 합의하기 위해 사무실을 찾곤 했다”면서 “그 중에는 엄마와 함께 찾아온 미성년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은 박소연 대표를 ‘고소 남용 사례’로 꼽기도 했다. 대검찰청은 2015년 ‘인터넷 악성 댓글 고소사건 처리방안 시행’을 발표하며, 피고소인에게 고소를 남용해 합의금 수백만원을 제시한 사례로 박소연 대표를 지목했다.

대검찰청은 ‘인터넷 악성 댓글 고소사건 처리방안 시행’을 2015년 발표했다. 검찰은 다수를 고소한 뒤 협박하거나 부당하게 고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고소인은 공갈죄나 부당이득죄로 처벌하는 방침을 내세웠다.

최근 법원도 고소 남용을 경계하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2018년 8월, 서울동부지법 민사2부 재판부는 강용석 변호사가 비방 댓글을 작성한 네티즌 13명을 상대로 1명당 200만 원씩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강 변호사가 비판에 수반하는 다소의 경멸적 표현을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할 위치에 있었다는 점을 종합할 때 (피고들이) 사회 상규에 위반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정도의 불법 행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단법인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는 “일반 시민들이 공적 사안에 대해 비판하는 과정에서 분노의 감정이나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사용했다고 모욕죄로 문제 제기할 수 있는 국내 형사법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손 변호사는 “공인들이 종종 악플러에게 고소를 남용하곤 하는데, 감정 표명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합의금 장사’ 비판에 대해 박소연 전 대표는 페이스북 개인 계정에 견해를 밝혔다.

“(2019년 안락사 사건 이후) 1년간 받은 합의금은 총 200만 원입니다. (중략) 현재까지 받은 (합의금) 200만원은 개인 구조자, 방치견, 사설 보호소 지원 등에 쓰고도 모자랐습니다. (중략) 고소해서 합의금 받으면, 돈을 버는 건가요? 그 사람이(본인 지칭) 그동안 받은 정신적 피해는 어디서, 무엇으로 보상받아야 합니까? (중략) 악플러들은 자신의 욕설 댓글들이 벌금이든 합의금이든 경제적 손실로라도 이어져야 결국 그 행위를 멈춥니다. 저는 합법적 방법으로 저를 보호할 것이고, 제가 받아야 할 정당한 보상과 대가는 앞으로도 받을 겁니다.”

기자가 박소연 전 대표에게 “소송을 당한 네티즌들이 진심으로 사과를 하면, 소를 취하할 의향이 있느냐”고 문자로 질의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박 전 대표의 법률대리인 최규호 법무법인 세광 변호사는 “‘합의금 장사’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의에 “사건 관련 인터뷰는 거절한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기자가 문자를 재차 보냈지만, 최 변호사는 답하지 않았다. 최 변호사는 박 전 대표가 위탁받은 애완견 2마리를 유기견으로 오인해 안락사시킨 사건으로 2011년 민사 재판을 받을 때도 변호를 맡았다.

한편, 서울행정법원은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가 공익신고자 임OO 동물관리국장에 대한 공익제보자 보호조치 결정을 취소하라며 국민권익위원회를 상대로 작년 제기한 행정소송에 대해 지난 12일 각하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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