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슨 북클럽

저널리즘과 예술의 매력 넘치는 만남

르포만화 읽기 모임(온라인)

르포만화는 저널리즘과 예술의 매력적인 만남이 돋보이는 양식입니다. 르포의 현실성과 만화의 상상력이 서로의 빈 곳을 훌륭히 채워주며 그 매력을 완성하죠.
르포만화는 만나면 즐겁고, 헤어질 땐 깊은 영감을 남기는 속 깊은 친구 같습니다. 친근하면서도 진중한 매력이 넘치는 친구. 그런 매력적인 친구들을 여러분과 함께 만나고 싶습니다.

클럽장
최규화 (진실탐사그룹 셜록 콘텐츠총괄매니저)
클래스 구성
1회차 4월 23일(수) 오후 7시 ~ 9시 <홀> / 2회차 5월 21일(수) 오후 7시 ~ 9시 <사람 냄새> / 3회차 6월 25일(수) 오후 7시 ~ 9시 <관타나모 키드> / 4회차 7월 23일(수) 오후 7시 ~ 9시 <까대기>
시작일
장소
온라인(ZOOM) 모임
참가신청
https://m.site.naver.com/1Dwps

사놓고 다 읽지 못한 책들이 좀 있습니다. 그중 한 부류가 ‘세월호’ 책들입니다.

세월호 관련 책이 나왔다는 소식은 꼭 밀린 ‘청구서’처럼 느껴졌습니다. 책을 사기라도 해야 마음이 덜 미안할 것 같아서 우선 책부터 산 적이 여러 번 있죠.

하지만 막상 읽으려 할 때면,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비극을 목격할 용기. 절망을 감당할 용기. 진실을 마주할 용기. 국민 모두가 아는 ‘새드엔딩’의 비극을 다시 확인할 용기가 쉽사리 생기지 않았습니다. 십중팔구 끝까지 읽지 못하고 다시 책장에 꽂아둬야 했습니다.

그런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낸’ 세월호 책이 딱 한 권 있습니다. 바로 김홍모 작가의 르포만화 <홀>입니다.

물결 치는 바다만 봐도, 세월이란 글자만 봐도 마음이 먹먹해지던 시절이 있었으니까요 ⓒpixabay

책의 주인공은 ‘세월호 파란 바지의 의인’으로 알려진 김동수 씨입니다. 2014년 4월 16일 그날, 기울어가는 세월호에서 마지막까지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애쓰던 김동수 씨. 그는 살아남은 죄로, 더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한 죄로 지독한 트라우마를 겪었습니다.

구조하지 않은 책임, 진실을 밝혀야 할 책임, 죽은 자의 넋을 달래고 산 자의 아픔을 껴안을 책임을 대한민국 정부는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김동수 씨는 죄책감과 울분에 몸부림쳤죠.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는 것으로 그 고통을 ‘폭발’시키는 일도 흔했습니다.

“기사를 하나 봤어요. 의사가, (김동수 씨가) 더 이상 자해하면 목숨이 위험할 거라고 말하는 거예요. 더 늦으면 큰일 나겠다 싶은 거죠. 적어도 ‘의인’의 마지막이 불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만화를 통해 이분을 세월호에서 구해내고 싶다는 마음이었죠.”

지난해 4월 김홍모 작가가 제게 해준 말입니다. 참사 이후 진실도 치유도 이루지 못한 우리 사회의 ‘두 번째’ 비극. 작가는 김동수 씨와 그의 가족들을 여러 차례 인터뷰하고, 오랜 시간에 걸쳐 한 권의 르포만화로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도 덧붙이더군요. 마치 제 마음을 꿰뚫어보고 있다는 듯.

“나는 힘들게 (만화) 작업을 할지라도, 독자가 읽을 때는 덜 힘들게 해줘야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아무래도 세월호 이야기니까 독자가 읽을 때 힘들 수밖에 없겠지만, 어찌 보면 그럴수록 더더욱, 한번 책을 잡으면 끝까지 볼 수 있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세월호란 이름에 압도돼 쉽사리 다가갈 수 없었던 진실. 김홍모 작가의 <홀>은 저를 그 진실에 다다르도록 이끌어줬습니다. 바로 르포만화의 힘이었습니다.

2024년 4월 6일 경기 광주시 베짱이도서관에서 열린 <홀> 북콘서트. 왼쪽부터 김홍모 작가, 책의 주인공인 ‘세월호 파란 바지의 의인’ 김동수 씨, 그리고 그의 부인 김형숙 씨. ⓒ최규화

르포만화는 저널리즘과 예술의 매력적인 만남이 돋보이는 양식입니다. 르포의 현실성과 만화의 상상력이 서로의 빈 곳을 훌륭히 채워주며 그 매력을 완성하죠.

그것을 위해 작가는 이중, 삼중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르포 취재의 핵심인 심층적인 인터뷰와 현장 취재는 기본이죠. 거기다 만화의 캐릭터를 창조하고, 스토리를 만들고, 모든 장면을 빈틈없는 이미지로 채워넣는 고통스러운(!) 작업도 필요합니다.

그동안 몇 권의 인터뷰 책을 쓰면서, 취재와 글쓰기만으로도 허덕였던 제 처지가 떠오릅니다. 르포만화를 펼쳐 읽으며, 한 장 한 장의 이야기, 한 컷 한 컷의 이미지를 채우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해보기도 합니다. 정말 존경스러운 작업입니다.

르포만화는 만나면 즐겁고, 헤어질 땐 깊은 영감을 남기는 속 깊은 친구 같습니다. 친근하면서도 진중한 매력이 넘치는 친구. 그런 매력적인 친구들을 여러분과 함께 만나고 싶습니다.

□ 이런 책을 함께 읽습니다

르포만화 읽기 북클럽에서 함께 읽을 책들. ‘홀’, ‘사람 냄새’, ‘관타나모 키드’, ‘까대기’ 표지. ⓒ창비/보리/돌베개

▲ <홀 –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김홍모, 창비, 2021년

경찰이 보여준 영상에서
배가 침몰 중인데도 아빠가 세월호 안으로 다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장면을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아빠는 어떤 생각으로 다시 배 안으로 들어갔을까.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홀> 190~191쪽)

세월호에서 학생 20여 명을 구해 ‘파란 바지 의인’이라 불리는 김동수 씨의 증언을 기반으로 세월호 생존자의 트라우마와 참사 이후의 삶을 그렸습니다. 작가가 3년에 걸친 작업 끝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4·16재단 공모 ‘모두의 왼손’ 대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 <사람 냄새 –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김수박, 보리, 2012년

그 사람이 뭐라고 말을 하면, 귀를 기울여야 돼. 안 들어주면 내가 불편해서 못 배겨. 그게 사람에 대한 예의잖아, 그게.
자기 회사에서 사람들이 죽는데도 나 몰라라 하고 있잖아. (…)
얘기해야 돼. 이건 아니라고.(<사람 냄새> 114쪽)

한 아버지가 딸의 억울한 죽음을 알릴 때, 삼성은 무엇을 외면하고 무엇에 집중했을까요. 반도체 직업병 문제와, 3세 승계 문제는 어떻게 연결될까요. ‘삼성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는 말로 집약되는 삼성 이데올로기를 직격합니다. 프랑스 녹색당 ‘해바라기상’ 수상작.

▲ <관타나모 키드 – 관타나모 수용소 최연소 수감자 무함마드 엘-고라니 실화 오디세이> 제롬 투비아나/알렉상드르 프랑, 돌베개, 2024년

“무함마드, 네가 결백한 걸 알지만 난 그냥 할 일을 하는 거야. 먹여살릴 처자식이 있거든. 밥줄이 끊기면 안 되잖아.”
“지금 당신이 하는 건 범죄 행위지, 일이 아니에요. 결국엔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걸요…. 당신이 죽어서도요!”(<관타나모 키드> 46쪽)

21세기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이 남긴 거대한 상처와 트라우마를 역사적으로 고발함과 동시에, 그 속에서 살아남은 평범하지만 위대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담은 명작입니다. 브뤼셀 만화 페스티벌 최우수 논픽션 그래픽노블, 영국 엑실시오르어워드블랙 1위 수상작.

▲ <까대기 – 택배 상자 하나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 이종철, 보리, 2019년

“시급 7천 원에 10시간을 일해도 7만 원이고 날마다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일이 있을 때는 무조건 해야겠다. 이번 겨울을 나려면.”
나는 겨울 내내 콧물을 훌쩍였다. 자꾸만 콧물이 나왔다.
“이럴 때는 좀 눈물이 나와줘야 하는 거 아니야?”(<까대기> 247쪽)

듣는 것 위에 보는 것이 있고, 보는 것 위에 직접 ‘겪는’ 것이 있죠. <까대기>는 6년간 택배 일을 한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작가의 체험에 동료들의 이야기를 더해, 치열한 택배노동의 현장을 생생하게 그려냈습니다. 2018 다양성만화제작지원사업 선정작.

□ 주인장을 소개드립니다

최규화 진실탐사그룹 셜록 콘텐츠총괄매니저 ⓒ최규화

최규화. 2008년부터 읽고 쓰고 듣고 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월간 작은책과 오마이뉴스 등을 거쳐, 지금은 진실탐사그룹 셜록에서 콘텐츠총괄매니저, 편집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구술기록집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2021)와 인터뷰집 <0~7세 공부 고민 해결해드립니다>(2020, 이하 공저) <달빛 노동 찾기>(2019) <숨은 노동 찾기>(2015) 등의 책을 썼습니다.

위성처럼 떠다니는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이야기를 모으는 것이 꿈입니다.

□ 온라인(ZOOM)으로 모입니다

1회차 4월 23일(수) 오후 7시 ~ 9시 <홀>
2회차 5월 21일(수) 오후 7시 ~ 9시 <사람 냄새>
3회차 6월 25일(수) 오후 7시 ~ 9시 <관타나모 키드>
4회차 7월 23일(수) 오후 7시 ~ 9시 <까대기>

셜록의 친구(정기유료독자) ‘왓슨’만 참가하실 수 있습니다. 참가비는 없습니다.

정원은 10명입니다. 선착순으로 선정하되, 왓슨 신규 가입자와 서울·경기·인천 이외 지역에 사시는 분을 우대하겠습니다.

아래 링크로 3월 18일(화)까지 신청해주시면, 선정된 분들께 3월 19일(수) 개별 연락 드리겠습니다.

☞ 르포만화 읽기 모임 신청하기

왓슨 북클럽 – 르포만화 읽기 모임은 온라인으로 열립니다 ⓒpixabay

□ 이렇게 운영합니다

참가자 분들을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으로 초대할 겁니다. 각 회차마다 정해진 책을 읽고, 모임 하루 전까지 ‘간단한’ 설문 양식(구글 문서)을 작성해서 제출하셔야 합니다.

책을 읽은 소감을 스스로 정리하는 데 도움을 드리는 간단한, 정말 간단한 양식입니다. 작성하고 제출하는 건 의무, 모두에게 공개하는 건 자유.

온라인 모임 접속 링크는 모임 당일 대화방에 공지하겠습니다. 2시간 정도 얼굴을 보며 자유롭게 대화를 나눕니다. 대화방은 4회차 모임이 끝나면 시원하게 폭파(!)하겠습니다.

문의 최규화 기자 khchoi@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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