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이 대통령만큼 주목받고 있다. 역대 대통령 중 재임 시절 이만큼 논란이 됐던 영부인이 있었을까.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이자,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 김건희 씨에 대한 이야기다. 영부인 김건희 씨는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채 상병 사건 관련 임성근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명품가방 수수 의혹,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댓글팀’ 의혹 등….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영부인 김건희 혹은 그 일가의 국정 개입 의혹까지 제기됐다.
대통령실의 행보도 이 같은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사진뉴스에 공개된 사진 역시 주로 김건희 씨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 뉴스가 영부인 홍보 채널로 사용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사실 이런 모습은 낯설지 않다. 셜록이 그동안 보도한 사실들도 이를 뒷받침한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부부 색칠놀이’ 사건이 작년에 있었다.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윤 대통령 부부 모습이 담긴 색칠놀이 도안을 어린이들에게 제공한 사실이 알려져 ‘대통령 우상화 교육’ 논란이 불거졌다. 심지어 이 사실을 SNS에 최초로 공개한 시민단체 대표가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를 당하며 논란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커졌다.
그리고 1년 만에 다시 가본 용산어린이정원은 여전히 ‘우상의 정원’이었다. ‘어린이 환경·생태교육관’에서도 생뚱맞게 김건희 여사의 사진을 전시하고 있었다. 침팬지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를 소개하는 전시 코너에, 여덟 장의 사진 가운데 김건희 여사와 함께 찍은 사진이 두 장이나 전시돼 있었다.
김건희 씨가 “기획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우크라이나 아동 그림’ 전시 때도 마찬가지였다. 전쟁의 참상을 알린다는 명분을 앞세운 그림전엔, ‘자화자찬’에 가까운 김건희 여사 영상이 반복 상영되고 있었다. 전체 2분 38초짜리 영상에 영부인 김건희의 사진과 영상이 1분 30초 이상 등장했다.
한국정책방송원(KTV)은 민간인을 상대로 ‘고소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영부인 김건희 관련 영상을 주로 제작한 유튜버 ‘건진사이다’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고소했다. 2007년 KTV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김건희 씨는 대선 전인 2021년, 자신의 학력 위조 의혹 등이 논란이 되자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습니다.”
국민들이 ‘영부인 리스크’를 경계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기억이 선명하기 때문.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국정에 개입한 사건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었다. 아직도 국민들은 그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 중에 있다. 대통령실만 이 사실을 모르거나, 아니면 모른 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