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부부 시험관 시술에 엉뚱한 정자를 사용하고 잠적한 이상훈 전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추적합니다. 중앙대병원의 은폐와 무책임도 고발합니다.
김연희(가명)-장현수(가명) 부부는 1996년 중앙대병원 산부인과에서 시험관 시술을 하고 이듬해 아들을 출산했습니다. 인공수정, 시험관 시술 등이 지금처럼 대중적이지 않던 때였습니다.
그 아들은 지금 20대 후반이 됐습니다. 부부는 2022년 아들의 유전자 검사를 했습니다. 아들의 유전자는 엄마 김연희와는 일치했지만, 아버지 장현수와는 일치하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은 생물학적으로 완벽한 타인이었습니다.
부부의 시험관 시술을 책임진 사람은 이상훈 전 교수. 그는 2018년 정년을 맞아 중앙대병원을 떠났습니다. 김연희-장현수 부부는 이 교수와 25년간 연락하며 가깝게 지냈습니다.
하지만 부부가 ‘아들 출생의 비밀’ 한 조각을 알아차리자, 이 교수는 잠적했습니다. 모든 연락에 응답하지 않고, 부부의 전화번호 자체를 차단했습니다.
중앙대병원은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 “우리도 이상훈 전 교수와 연락이 안 된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진실 검증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신생아실에서 아이가 바뀌어 이후에 벌어지는 우여곡절은 이제 드라마 시장에서도 식상한 소재입니다. 관련 뉴스도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병원의 문제의식과 관리, 감독이 강해진 원인도 있습니다.
대신 시험관 시술이나 인공수정 등 산부인과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 뉴스가 해외에서 종종 들려옵니다. 고의로 한 범죄, 생명윤리 위반 등 충격적인 소식도 나오곤 합니다.
김연희-장현수 부부의 사례는 한국에서 익숙하지 않은 일입니다.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고 덮거나, “그래도 가족이니 잘 키우고 지내라”는 식으로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2020년 기준, 한국에서 시험관 시술이나 인공수정 등 정부의 난임 의료비 지원으로 태어난 아기는 2만 8699명입니다. 전체 신생아의 10.6%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시험관 시술과 난자 동결 보관 시술 건수도 크게 느는 추세입니다.
김연희-장현수 부부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병원과 의사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래서 더 중요합니다.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홈페이지 따르면, 이상훈 전 교수가 인공수정·시험관 시술 등으로 생명 탄생에 기여한 사례는 1000건이 넘습니다. 김연희-장현수 부부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들은 둘째 딸도 시험관 시술로 낳았는데, 역시 이상훈 교수가 책임자였습니다. 정자가 뒤바뀐 경우라면, 또 다른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중앙대병원과 의사 이상훈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기획입니다. 시험관 시술, 인공수정, 난자 동결 등에 관심 가지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이 많은 이들의 안전하고 건강한 임신·출산에 기여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