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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그날 밤 장동익은 밤새 뒤척였다
기획 ‘가짜 살인범 낙동강 2인조의 슬픔’ 집중 취재를 위해 부산행 KTX에 오른 때는 가장 무더운 8월 초였다. 일주일간 부산에 머물⋯
2021.06.20 -
12화. 살인누명과 두 여자의 비극
이쪽과 저쪽을 가르는 투명 플라스틱 창은 얇으나 그 누구도 열 수 없었다. 저쪽 세상을 갈망한 이쪽의 사람이 창을 부숴도 소용⋯
2021.06.19 -
11화. “물고문 말하니 신고 있던 슬리퍼로 뺨 때려”
경찰서로 불려온 뒤부터 하루의 시작과 끝을 가늠할 수 없었다. 뜨고 지는 저 하늘의 태양은 아무 힘이 없었다. 오라, 가라 명령하는 경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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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문재인은 정말 성폭행살인범을 변론했나
문제의 기사는 박근혜, 문재인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던 때에 세상에 나왔다. “문재인, ‘악질 주부 성폭행살인범’ 변론.. 충격!” [부산 엄궁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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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살인범 지목한 남자의 수상한 기억법
남자는 여성 직장 동료가 강도 두 명에게 붙잡힌 현장에서 혼자 도망쳤다. 그는 약 500m 떨어진 공장 불빛을 보고 달렸다. 달도 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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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검사는 사형 구형, 시신은 다른 말을 한다
두 사람에게 사형을 구형한 검사 만나러 가는 길, 여러 기대가 생겼다. 사건을 수사하고, 공판 검사로 참여해 피고인의 목숨을 빼앗는 극형을 요청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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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살인범 조작한 현직 경찰의 거짓말
1991년 11월 11일. 이곳에서 맞는 세 번째 아침이다. 눈앞의 풍경은 여전히 익숙지 않다. 질척한 회색 바닥과 녹슨 철창. 최인철은 부산 사하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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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살인범 26년 “나는 죽이지 않았다”
경찰 기소 의견. 검찰 사형 구형. 대법원 무기징역 확정 판결. 수사기관과 사법부 모두 낙동강 2인조가 범인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기관들의 판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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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친구가 보낸 수인번호 ‘2267’
두 남자는 검은색 구형 SM5 승용차를 타고 부산 초량시장 입구에 나타났다. 주차장이 좁아 차 대기가 쉽지 않았다. 승용차 뒤에서 “오라이!”를⋯
2021.06.18 -
4화. 부모, 아내, 딸.. 이 남자는 다 잃었다
내비게이션에 물고문 기술자가 일하는 곳을 찍으니 바로 결과가 나왔다. ‘거리 4km, 걸리는 시간 10분.’ 고문으로 살인범을 조작한 경찰과 살인 누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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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엄마는 아들과 눈을 바꾸려 했다
색 바랜 분홍 보따리는 깨끗하지 않았다. 손때 묻은 보따리 매듭을 풀자 수백 장에 이르는 A4 서류 뭉치가 나왔다. 고문서처럼 누렇게 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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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아버지는 살인범으로 조작됐다
배를 타고 바다로 간 아버지는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김양식장 일을 마치고 육지에 닿았으나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부산 명지항에서 대기하던 두⋯
2019.05.23 -
1화. 가짜 살인범과 문재인의 슬픔
서쪽으로 떨어지는 겨울 해는 낙동강을 핏빛으로 적셨다. 저녁 바람이 강을 흔들었다. 저문 강에 소리없는 잔 물결이 일었다. 몸을 흔드는 강가의 마른 풀에선 물기 없는 소리가 났다. “여가 거 맞나?” “맞다. 여다.” 강가의 두 남자는 핏빛 강물을 보면서 부산사투리를 주고 받았다. 짧은 이야기로 장소를 확인한 둘은 눈으로 강을 훑었다. 둘만 놓고 본다면, 먼저 입을 뗀 남자는 키가 작고 마른 편이다. 말을 받은 남자는 옆 사람보다 키가 크고 덩치가 좋다. 26년 전, 두 남자는 바로 이곳에 온 적 있다. 부산 낙동강 작은 귀퉁이가 한 여성의 피로 젖은 그날도 겨울이었다. 달도 뜨지 않은 1990년 1월 4일 새벽 어둠은 피보다 진했다. 누군가 여성 시신을 강변 갈대 숲에 버리고 떠났다. 동쪽에서 떠오른 붉은 해가 조금씩 갈대 숲을 밝혔다. 버려진 시신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났다. 여성의 오른쪽 두개골은 함몰돼 있었다. 여자 이름은 박수경(가명. 당시 30세). 강변 곳곳에 남은 그녀의 핏자국은 아침 노을보다 진했다. 사건이 벌어진 그날 새벽, 박수경은 혼자 낙동강변에 있지 않았다. 직장 동료 정현덕(가명. 당시 35세)과 승용차 안에 있었다. 얼마 뒤, 정현덕은 홀로 낙동강변에서 빠져 나와 가까운 공장에 몸을 숨겼다. 공장 직원이 발견했을 때 정현덕은 덜덜 몸을 떨었다. 그의 몸은 물에 흠뻑 젖어 있었다. 경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정현덕은 공장직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후 경찰에게 이렇게 말했다. “차 안에 있었는데, 남자 두 명이 습격을 했습니다. 한 명은 키 크고 덩치가 좋고, 다른 한 명은 작고 말랐습니다.“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범인을 잡지 못했다. 사건의 실체는 달도 없는 새벽처럼 어둠에 잠겼다. 박수경이 살해된 날로부터 3개월 후인 4월 어느 날, 키 작고 마른 남자 장동익(당시 31세)의 딸이 태어났다. 파국의 물길이 조금씩 다가오는 걸 장동익과 그 가족들은 몰랐다. 장동익은 부산 감전동에서 아내, 딸과 함께 살았다. 1991년 11월 6일, 그는 감전동에서 낙동강 서쪽 부산 명지동으로 이사했다. 이틀 뒤인 11월 8일, 김공장 일을 마치고 돌아온 장동익을 위해 아내가 저녁밥을 준비할 때였다. “장동익씨, 계십니까?” 어떤 남자가 밖에서 불렀다. “잠깐 이야기 좀 합시다.”⋯
2017.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