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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우리도 싸우고 있다’는 당신에게
종편 기획 에필로그입니다. 기획이 마무리 될 무렵 여러 언론에서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고민 끝에 거절했습니다. 대신 이곳에 그동안 말하지 못한 소회를 풀어놓습니다. 사람을 잃고, 얻다 친했던 전 직장 동료 몇 명이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끼니를 거를 정도로 괴로웠다. <나는 왜 종편은 떠났나> 기획 시작 이후 많은 사람을 잃었다. 종편이 옳은 방향으로 바뀌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기획이지만, 종편에 남은 일부 조직원들은 자신을 저격한다고 여겼다. 처음 이 기획을 제안받았을 때 극구 거절했던 이유도 이런 염려 때문이다. ‘직업인’ 개인, ‘정을 나눈’ 개인을 분리해낼 자신이 없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북풍몰이’를 하는 종편의 보도가 잘못됐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있어도, 해당 보도를 한 기자가 나와 살을 부대낀 동료라면 얘기가 달라졌다. 쉽지 않았다. 주제에 맞는 예시를 찾았는데 해당 기자가 친한 동료면 망설여졌다. 인간관계가 끊어질 것을 감수해야 했다. 사실 퇴사 이후에도 회사에 남은 사람들, 다른 종편으로 이직한 많은 이들과 가깝게 지냈다. 혹자들은 종편을 하나의 괴물로 봤지만, 내게는 나와 호흡을 함께한 동료들이 속한 집단이다. 종편 기획에서 등장하는 대부분의 기자가 내게 호의적이었다. 기사를 마감하면 밤새 같이 코가 비틀어질 때까지 부어라 마셔라 술을 들이켰고, 선배라는 이유만으로 후배인 나의 끼니를 매번 부담한 선배도 많다.⋯
2018.02.26 -
9화. ‘오보 면책 특권’ 종편 북한 기사
퇴사 후 만난 동료의 표정은 밝았다. 호탕한 웃음소리도 그대로였다. 심신이 힘들어 여러 병원을 다녔던 과거와 비교하면 그는 확실히 행복해 보였다. 음식점에 들어서자마자 식사 메뉴를 재빨리 주문하고 그간 못다 한 얘기를 풀어놓을 생각에 마음이 급했다. 화기애애함 속에서 몇 분 대화가 오갔다. “요즘도 힘드세요?” “아니요. 퇴사하지 않고 견디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예상치 못한 말을 듣고 순간 젓가락질을 멈췄다. 그는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지금의 자리에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내가 알던 그가 맞나‘ 싶었다. 불과 1년 전과 비교하면 그는 많이 달라졌다. 회사 보도 방향에 늘 불만을 토로했던 그다. 울기도 했다. 각자 퇴사 후 ‘플랜 B’를 서로 논의할 정도로 ‘퇴사가 답’이라는 말도 자주 했었다. 갸우뚱거리는 머리를 애써 고정했다. 안 본 지 1년 사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혹시 나의 퇴사가 회사에 충격이라도 줬나? 의아함을 참지 못했다. 견디길 잘한 그 이유를 되물었다. “왜 견디길 잘했다고 생각하세요?” “예전보다 일에 많이 적응됐고, 이전 부서에 비해 일찍 퇴근하는 편이예요.“ 그의 말 곳곳이 불편했지만, 말꼬리는 잡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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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박근혜 구속, 반성 없는 언론
기자는 대개 출입처로 출근한다. 청와대, 국회, 민간 기업 기자실까지 다양하다. 출입처 제도의 본래 목적은 가장 가까이에서 권력의 부패와 전횡을 감시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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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기레기’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왜 기자들은 선캡을 쓰고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인 척했을까? 왜 기자들은 무분별하게 유가족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댔을까? 세월호 참사 이후 기자들은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오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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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종편의 ‘성골 진골’을 아시나요?
컴퓨터그래픽(CG)를 맡기러 10층에 내려갔다. 웬일인지 복도가 고요했다. 기분 좋은 수다 소리로 가득하던 평소와 많이 달랐다. 벽걸이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소리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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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치킨 주문’ 특종, 후배가 불쌍했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채널A 이명선 단독’이라고 쳐봤다. 단독 기사는 19개뿐이다. ‘단독‘을 남발하는 종편 바닥에서 3년간 고작 19개의 단독을 썼다는 것은, 밥값 노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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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왜 나는 음란 영상을 찾았나
입사 3년 차가 되자 아무 생각 없이 좀비처럼 집과 회사를 오갔다. 회사 보도가 어떻게 굴러가든 상관하지 않았다. 자사 뉴스도, 심지어 내 기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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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문재인 오보, 나는 ‘대리 기자’였다
‘목소리를 빌리다’는 방송계 은어다. 기사 쓸 사람은 정해졌는데, 읽을 사람이 없을 때 누군가에게 ‘목소리를 빌려달라’고 한다. 부탁을 받은 사람은, 다른 사람이 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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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자랑스러운 딸은 ‘기레기’였다
우리 회사는 별명이 많았다. 개국 전부터 대중의 관심이 대단했다. 내가 입사했던 2011년 가을, 회사를 수식하는 단어들은 대략 이러했다. 불법, 편법,⋯
2018.02.25 -
1화. 저는 오늘 종편을 떠납니다
‘몰카 취재’도 이제 안녕이다 사회부 기자 생활 내내 가방 한구석을 차지했던 몰래카메라를 종이 가방에 담았다. 언뜻 보면 정말 명함지갑 같다. 그래서 이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