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시작되는 이야기.

산재 기사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위와 같다.

5년 전 고(故) 김용균 씨가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야간작업 중 사망하자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2년 전 고(故) 이선호 씨가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벽에 깔려 죽고 난 뒤에 항만 하역노동 환경에 이목이 쏠렸다. 지난해 경기 평택 제빵공장에서 노동자가 기계에 몸이 끼어 죽자 SPC 불매 운동이 시작됐다.

슬프게도, 죽었으나 시작되지 못하는 이야기도 많다. 이 중에는 자유로 청소 노동자의 이야기도 있다.

도로 위에도 청소가 이뤄진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다. 화물차가 흘린 나무 박스, 죽은 동물 사체, 교통사고 처리 후에 남은 차량 부속물…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물을 자유로에선 노동자가 직접 수거한다. 노동자들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일하지만 이들의 소속은 고양시가 아니다. 고양시가 용역을 준 업체 소속이다.

제1자유로에서는 이미 두 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했다. 두 사망사고 모두 2015년 10월에 발생했다. 10월 9일 갓길을 청소하기 위해 자유로 위를 걷던 노동자가 졸음운전 사고로 사망했다. 그로부터 12일 후인 10월 21일엔 도로와 도로가 합류하는 구간에 서 있던 청소 노동자도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과거 통신사 인턴 기자 시절,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은 청소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기사에 담았다. 2019년 보도 당시, 원청인 고양시는 “안전 수칙이 잘 지켜지는지 하청업체 측에 확인하고, 근로자 안전이 확보될 수 있도록 조처하겠다“고 밝혔지만 말뿐이었다. 근본적 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셜록 기자가 된 후로, 자유로를 취재할 때 인연을 맺은 청소 노동자 윤재남 씨와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있다. 다른 취재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는 전화 말미에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기자님. 자유로 상황 여전한데, 여긴 관심 없으세요? 아무도 안 죽어서인지, 아무도 기사를 안 써주네요.”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세상을 조금 더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기자가 됐는데, 기사가 나간 후에도 현장은 여전했다. 무려 3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말이다.

부끄러웠다. 지난해 11월, 반성문을 쓰는 마음으로 다시 자유로를 찾았다. 2019년보다 오랜 시간을 들여 구체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따졌다. 이들이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모색해보기도 했다.

죽음 이후에도 자유로의 안전은 요원하다. 비슷한 업무를 하는 한국도로공사 안전순찰원, 서울시설공단 도로순찰대에겐 주어진 ‘안전 수칙’이 자유로 청소 노동자들에겐 없다. 대형 차량이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리는 위험천만한 도로에 뛰어들 때도, 작업 차량인 1톤짜리 트럭 한 대와 안전모가 안전장치의 거의 전부다.

죽어야 시작되는 산재 이야기를, ‘더 죽기 전에’ 시작하려 한다. 여러분이 이 이야기를 함께 펼쳐주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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