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 77명은 2011년 1월 대법원 선고가 나오던 날 허탈함에 길거리에 주저 앉았습니다. 대법원이 인혁당 무기수 유기수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배상금의 이자 계산이 잘못됐다며 34년치 이자를 삭제한 겁니다.

이로 인해 77명에게 가집행된 배상금 491억 원은 그 규모가 280억 원 가량으로 대폭 줄어듭니다. 놀라긴 아직 이릅니다. 고문의 가해자인 중앙정보부의 후신 국정원은 그 후 피해자들을 상대로 ‘이미 받은 돈을 돌려내라’면서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을 냈고, 법원은 국정원 승소 판결을 내립니다.

버티다가 끝내 배상금을 토해낸 사람들의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이자율 때문입니다. 20%에 달하는 연체 이자율은 뱉어내야 할 돈을 눈덩이처럼 불렸습니다. 누구는 집이 경매로넘어갈 위기를 맞았고, 누구는 통장이 압류됐습니다.

[기획]고리대금업자 국정원

“도대체 왜 국가는 배상하지 않으려고 할까”

이 답을 알아내는 데까지 꼬박 7년 반이 걸렸습니다. 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조사한 사법부 특별조사단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재판을 두고 청와대와 거래를 한 듯한 내부 문건을 일부 공개한 겁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011년 9월 취임하고 대법원은, 국정원이 인혁당 재건위 무기수 유기수 피해자들에게 제기한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에서 국정원의 손을 들어줍니다. 법원이 고문 가해 당사자인 국정원을 채무자에서 채권자로 신분을 전환시켜준 겁니다. 

국가배상을 제한했던 이유, 양승태 대법원장이 그토록 원한 상고법원 설립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상고법원 설립이 법관의 독립,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재판보다 우위에 있었던 겁니다.

재판 거래의 희생양은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습니다. 과거사 사건 외에도 밀양 송전탑, 제주 강정 해군기지 문제에서 법원은 정권의 편이었습니다. 친기업 성향의 정부 입맛에 맞는판결도 내렸습니다. 통상임금, 휴일근로수당 중복 할증 소송에서 법원은 과연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했을까요?

“우리 잃어버린 13년 세월 꼭 돌려놓으십시오”

KTX 해고 승무원들이 대법정 안으로 들어가 외친 말입니다. 사법부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그 보루가 무너지면 힘 없는 시민의 인생은 송두리째 망가집니다.

<셜록>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가 벌인 재판 거래의 피해자들을 만나 그 목소리를 전합니다.

사법부가 무심코 던진 돌이 과연 어떤 파장을 낳았는지 찬찬히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사법부에 대한 경고, 엄정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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