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무기수 김신혜는 주장합니다. 다시 재판을 하자고 요구합니다. 감옥에 갇힌 18년 전 그날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습니다. 그녀의 죄명은 무시무시합니다.
‘존속살해와 사체유기’
수면제로 아버지를 살해하고 교통사고로 위장했다는 게 수사기관의 결론입니다. 법원은 그녀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김신혜는 사죄와 반성의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그게 죄 지은 인간의 도리입니다. 하지만 한 개인에게 반성을 촉구하려면 전제가 필요합니다. 합법적 수사와 합리적 의심없는 사실에 따른 법원의 판단이 그것입니다.
수사기록을 보면, 2000년 3월 9일 새벽 1시 김신혜는 “내가 아버지를 죽였다”고 경찰에 자백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자백을 번복했습니다. 궁금했습니다.
그녀의 자백 과정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수사과정에서 위법과 조작은 없었을까요? 죄를 입증하는 물증은 나왔을까요? 법원은 사실에 따라 판단했을까요?
둘 중 하나입니다. 아버지를 죽이고도 반성을 모르는 김신혜가 악마이거나, 죄를 뒤집어씌운 국가가 악마이거나.
인간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실수를 하고, 거짓말도 합니다. 인류사에는 반성을 모르는 ‘악마’도, 오판과 폭력으로 사람 목숨까지 빼앗은 판결도 많습니다. 형사법의 대원칙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범인 10명을 놓치더라도 억울한 1명을 만들어선 안 된다.
오로지 ‘김신혜 무죄’를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재심이유를 규정하는 형사소송법 420조대로, 수사과정에서 위법과 조작 등이 있었으니, 그녀를 법의 심판대에 다시 세우자는 겁니다.
그런데, 수사과정에서 위법과 조작은 뭐냐고요? ‘수원역 노숙소녀 살인사건’ 등에서 피고인들의 허위자백을 밝혀내 무죄를 이끈 박준영 변호사. 그가 변호사 사무실까지 내놓고 진실 규명을 위해 나섰습니다. <오마이뉴스>에 사표를 낸 저도 뛰어들었습니다.
저희가 취재한 걸 하나하나 풀어보겠습니다. 한 명을 위한 일,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한 일입니다. 공정한 수사와 법 집행은 모두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일이니까요.
누구든 ‘억울한 한 명’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