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범죄 피해자가 가해자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강제 수사권도 없는 한 여성과 그 친구들의 2년 5개월에 걸친 추리와 도전. 이야기는 장예진(가명, 여성) 씨가 익명의 텔레그램 메시지로 문제의 파일을 받은 2021년 7월 12일부터 시작된다.

윤간을 떠올리게 하는 사진, 그걸 보면서 낄낄대는 사람들, 유사 성행위 영상…. 모든 피해 여성의 얼굴은 장 씨 본인이었다. 조잡한 사진 합성, 일명 지인능욕 혹은 딥페이크라 불리는 디지털성폭력.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피해자가 돼 겪는 고통은 예상을 뛰어 넘었다. 알고 지내는 모든 사람을 의심해야 하는 우울감에, 가해자가 가까운 곳에서 감시하고 있다는 공포심이 더해졌다. 경찰에 고소해도 수사는 금방 중단됐다.

‘운 나쁘게 당했다 여기고 참아야 할까, 아니면 어떻게든 그놈을 잡아야 할까.’

장 씨는 후자를 택했다. 직접 범인을 잡기로 했다. 수사기관 도움 없이 혼자 범인을 추적하다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신 포함 모든 피해 여성은 모두 서울대 A학과 출신. 가해자는 A학과 동문으로 보였다.

추적을 이어가며 실마리를 풀 무렵, 피해자 범위는 서울대 B학과에서 C학과, 서울대 로스쿨까지 확대됐다.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피해자는 많아졌다. 가해자는 “서울대 능욕방이 있다”고 공공연히 말했다. 추적이 큰 벽에 막히면 가해자는 텔레그램으로 피해자들을 조롱했다.

“연구하지 마. 어차피 나 못 잡아.”

절대 잡히지 않는다는 가해자의 자신감. 서울 서대문경찰서, 강남경찰서, 관악경찰서, 세종경찰서에 각기 다른 피해자들이 고소장을 접수했다. 하지만 수사는 진척되지 않았다.

피해자의 분명한 고통과 가해자의 흐릿한 실체, 어떻게든 잡겠다는 피해자의 의지와 뭘 해도 못 잡는다는 가해자의 대결, 끝내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를 이끌어낸 피해자와 다시 경찰서를 유유히 빠져나간 용의자….

사건은 다시 미궁으로 빠졌고, 경찰-검찰은 수사를 접었다. 장 씨와 친구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2년 5개월에 걸친 피해자들의 집념과 가해자의 모욕, 과연 이들의 대결은 어떻게 끝날까?

진화하는 텔레그램 성범죄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권력의 무기력한 수사방식 개혁, 디지털성범죄와 피해자의 고통을 가볍게 여기는 우리 사회를 성찰하는 게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도 분명한 목표다.

지금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모두 팩트다.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도록 이름, 학과, 관계 등 일부만 살짝 비틀었다. 기사에 들어간 범죄사실 묘사는 피해자와 세심하게 소통한 뒤에 수위를 조절해 표현했다. 가해자의 실제 언행은 훨씬 더 악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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