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 작성과 교부, 4대보험 가입, 계약에 따른 급여 지급, 휴가와 휴일 보장, 오너와 그 가족 업무 금지….

이 당연한 일이 누군가를 비껴가곤 한다. 김대식(1980년생, 가명)이 그랬다. 그는 국내 아파트 베란다 철제 난간 공급 업체 (주)승일실업 오너 일가의 지시를 받으며 12년 일했다. 한국에서 지어지는 아파트 50% 이상에는 승일실업 제품이 들어간다. 승일실업은 해당 분야 국내 점유율 1위 회사다. 

김대식은 승일실업 김재웅 대표이사 측과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그의 여동생 A 사장의 지시를 받으며 한국과 베트남에서 일했다. 베트남 기업을 상대로 난간대 영업을 했고, 현지에서 인테리어 공사도 맡아서 진행했다. 

오너 일가의 친인척 업무는 물론이고, 사장의 애완견도 관리했다. 오너와 가까운 한국 기업인이 베트남을 찾으면 운전기사를 했고, 그가 술 마시고 싶다면 술집을, 골프를 원하면 골프장을 예약했다. 거래처에 뇌물 성격의 선물을 배달하고, 사장 딸의 인턴 채용 청탁도 김대식이 맡았다. 

오너가 시키는 일은 다 했고, 시키지 않은 일도 했다. 그런 와중에 베트남 건설사를 성대로 영업도 뛰었다.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주)승일실업이 베트남에서 한 번도 성사시킨 적 없는 큰 계약을 김대식이 따냈다. 

그렇게 사냥이 끝나서일까? 김대식은 거대 계약 성사 뒤 해고됐다. 이유도 모른 채 잘렸다. 근로계약서를 교부받지 못한 그는 퇴직금도 제대로 못 받았다. 오너 남매 가족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김대식을 외면했다. 

승일실업은 “김대식은 우리와 상관 없는 사람”이라며 사용자성을 부인했다. A 사장은 “자발적으로 퇴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 사장은 “김대식은 마약을 했고, 횡령을 했다” 식의 사실과 다른 소문을 베트남 교민사회에 퍼트렸다. 

A 사장은 오랫동안 김대식에게 폭언과 폭행을 했다. 그는 “직원에게 욕할 수 있다”는 식의 발언도 했다. 

프로젝트 <사냥은 끝났다, 개를 잡아라>는 김대식 개인 이야기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번 프로젝트는 노동법의 보호를 못 받는 사람들과 감시가 덜한 해외 주재원의 사연이기도 하다. 

김대식이 겪은 부당해고 철회과 사용자 측의 사과, 직장 갑질과 폭력 근절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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