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생존권 vs 양육비의무자의 명예. 당신의 선택은?”

수원지방법원 앞, 엄마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자녀의 생존권보다 본인의 명예가 더 중요하다며, 문제를 제기한 ‘나쁜 부모’를 고발하기 위해서입니다.

2019년 11월 15일, 양육비해결총연합회가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양육비 이행 촉구를 위한 시위를 하고 있다. ⓒ셜록

사건의 시작은 <배드파더스> 사이트입니다. <배드파더스> 사이트엔 이혼 후 양육권자에게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부모’들의 얼굴과 신상(이름, 거주지 등)이 공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신상이 공개된 부모 중 5명(남성 3명, 여성 2명)이 홈페이지 운영 봉사자 구본창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구본창 씨는 양육비 미지급자 제보를 받아,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진에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렇다면 구본창 씨가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사이트에 공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양육비 미지급자의 얼굴과 신상을 사이트에 공개하니, 그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연락두절 된 전 배우자에게 연락이 오거나, 수년간 주지 않았던 양육비를 양육자에게 지급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양육비 관련 미흡한 현행법으론 해결할 방법이 이뿐입니다.”

구본창 씨의 말처럼, 양육비 미지급 문제는 현행법으론 도저히 돌파구를 찾을 수 없습니다. 양육비 지급 의무를 이행하는 제도가 있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 강제성이 떨어집니다. 수년씩 걸리는 재판에 지쳐 양육비 청구 소송도 중도 포기하는 양육권자들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이혼한 한부모 중 약 80%가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에 따르면, 양육비 미지급으로 고통받는 피해 아동은 100만 명이 넘습니다. <배드파더스> 운영자들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사이트를 닫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2019년 11월 15일, 구본창 <배드파더스> 자원봉사자가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양육비 이행 촉구를 위한 시위를 하고 있다. ⓒ셜록

수원지방법원 재판부는 내년 1월 14일 이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미지급자의 신상을 온라인 사이트에 공개하는 게 공익에 부합한 지가 재판의 쟁점입니다.

<셜록>은 국민참여재판을 앞두고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기사로 알리고자 합니다.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의 고통, 막무가내로 버티는 양육비 미지급자, 양육비 미지급자의 역고소, 미흡한 법망 등을 기사에 담을 예정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양육비 이행 강화 법안 통과입니다.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형사 처벌, 양육비 대지급제 등 발의된 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셜록>은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추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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