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바다 위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차를 달렸다. 도착한 곳은 인천 연안부두에 위치한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인천 중구 항동). 차를 몰고 A동 지하주차장에 진입했다. 지하 1층은 주차공간이 좁았다. 한 층 더 내려갔다. 곳곳에 주차 자리가 비어 있었다. 수상한 차량이 눈에 들어왔다. 번호판이 없는 외제차였다.

틀림없이 이런 차가 더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더 아래로 내려갔다. 지하 3층 주차장에 진입하자 마주친 건 빨간색 포르쉐 스포츠카. 역시 번호판은 없었다. 국적을 알 수 없는 외국인 여성이 스포츠카 옆에서 얄궂은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두 남성은 그 모습을 카메라로 촬영 중이었다.

차를 돌려 빠져나가기 위해 주차장 안쪽으로 더 들어갔다. 얼마 못 가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막혔다. 주차장 통로까지 번호판 없는 차들이 빼곡히 주차돼 있었다. ‘수산물타운’ 주차장에서 목격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한 의아한 장면의 연속.

번호판 없는 외제차들은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중고차로 보였다. ‘수산물타운’ 주차장에 횟감을 사러온 손님들의 차량 대신 선적 대기 중고차로 짐작되는 차량만 가득한 상황. ‘국내 최대’를 자랑하던 인천국제수산물타운에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졌음이 틀림없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 D동 1층에는 장사한 흔적조차 없었다. ⓒ셜록

<인천 항동에 들어서는 초대형 수산물 테마파크>
<국내 최대 어시장… 수익률 ‘살아있네’>

포털사이트에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을 검색하면 나오는 기사 제목과 상반된 분위기였다. 불 꺼진 건물, 텅 빈 상가, 비린내 없는 어시장, 선적 대기 중고차만 가득한 주차장.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은 거의 ‘유령타운’이었다.

이곳을 유령타운으로 만든 장본인은 따로 있다. 그에게 뒤통수 맞은 상가분양 피해자만 360여 명. 피해규모는 수백 억원대에 달한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은 피해자들의 소리 없는 비명으로 가득차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처벌받거나 책임지지 않았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은 유령타운을 넘어 이제 ‘시한폭탄’이 돼가는 중이다.

이 폭탄이 터지면 가장 먼저 죽을 사람이 누구인지는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 폭탄이 터지지 않게 막아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TOP